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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문장들 - 깊은 내면에서 울려오는 목소리 ㅣ 문장들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5월
평점 :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 홍성광저
헤르만 헤세의 일생과 그의 문장들을 선별해 놓았다. 헤세가 살았던 때는 아주 오래된 때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버지는 선교사로서 죽은 사별한 여인과 결혼하게 된다. 그당시에 재혼했다는 것도 놀랍다. 헤세는 3번의 결혼을 하게 된다. 그는 아버지와 갈등을 겪게 된다. 목사였던 아버지는 아들을 신학교에 넣게 되지만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뛰쳐나오게 된다. 그는 아버지와의 갈등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게 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는 이처럼 불행한 삶을 경험하게 된다.
헤세는 삼 개월 후 아버지에게 간청해 고향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아버지와 심한 갈등을 겪고 다시 슈테텐의 정신병원으로 보내졌다. 병명은 ‘우울증’이었다. 이때 그는 사춘기의 반항심, 고독감과 더불어 가족의 이해를 받지 못하고 쫒겨났다는 느낌이 정점에 달했다. 그때부터 헤세는 아버지에게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며, 편지에 공격적이고 반어적이며 풍자적인 표현을 쓰게 된다. 작가로서 그의 자의식이 종교적 전통과 고루하고 위압적인 권위와 충돌했던 것이다.(p.39)
그는 연상의 여인과 결혼한 후 이혼하고 그 다음에는 나이가 많이 차이가 나는 연하의 여인과 결혼하게 된다. 두 번째 여인과 이혼하고 마지막 여인은 역사학자이고 미술사가인 여인과 결혼하게 된다. 헤세가 두 번째 여인에게 바친 수필집을 주자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러나 헤세가 그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그를 이해하게 되고 헤세가 죽을 때까지 함께 하게 된다. 헤세의 세 번째 부인 리논은 여행에서 돌아온 자기에게 수필을 주었는데 두 번째 부인 루트가 그를 위해 수놓은 베개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후 니논은 그동안 헤세가 자신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점차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
헤세의 취미는 정원가꾸기를 통해 자연과의 교류를 하게 되고 그림을 그리게 되고 여행을 하게 되고 소설을 쓰게 된다. 그는 그림을 통해서 글로서 채울 수 없는 것을 얻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림은 그의 외로움과 고통을 이기게 해준 어떤 마력과 같은 것이 있었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많은 주제를 담고 있고 사유의 깊이를 더해준다. 그래서 많은 것을 깨닫게 하고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알게 된다. 다독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고 독서의 유형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그냥 독서하는 것이 아니라 사냥꾼이 목표를 향해 쫓아가듯이 하라고 말하고 있다.
생각없는 산만한 독자는 눈에 붕대를 감고 아름다운 풍경 속을 산책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일상 생활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우리의 삶을 보다 의식적이고 성숙한 태도로 다시 단단히 손에 쥐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우리는 냉담한 선생님에게 다가가는 소심한 학생이나 술병에 다가가는 건달처럼 할 것이 아니라, 알프스에 오르는 등산객처럼, 무기고로 들어가는 전사처럼 책에 다가가야 한다. 또한 피난민이나 삶에 불만을 품은 사람처럼 할 것이 아니라 호의를 품고 친구나 조력자에게 다가가는 사람처럼 책에 다가가야 한다.(p.28)
너무나 개성적이고 주관적이어서 자신의 읽을거리에 완전히 자유로운 태도를 갖는다. 멋진 구절, 지혜나 진리가 표현된 문장을 보면 시험삼아 일단 뒤집어본다. 모든 진리는 그 역 도 진리임을 그는 진즉에 알고 있다.(p.27)
여행은 체험이기 때문에 그냥 체험과 관계없는 생각없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고 말한다. 공감하는 말이다. 여행하고 돌아오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아무 생각없이 따라다니다 사진만 찍고 오게 된다. 그러한 여행은 참다운 여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행은 언제나 체험을 의미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정신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에서만 가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는 즐거운 소풍, 어떤 음식점 정원에서 보낸 유쾌한 저녁, 멋진 호수 위의 증기선 여행은 그 자체로 체험이 아니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 못하며, 계속해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자극이 아니다.
헤세는 끊임없이 여행과 여행의 의미에 대해 질문했다. 일상속에서 자주 침체되고, 의기소침해지고, 고독을 느낀 그에게 여행은 세속적인 시민사회와 우울증에서의 도피처였다. 그래서 그 스스로 여행을 ‘도주’라고 일컫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정주민이 아닌 방랑자로 이해한다. 그에게 이미 도달한 목표는 목표가 아니었고, 모든 길은 우회로였다. 휴식은 매번 새로운 그리움을 낳았다.(p.24)
그의 글속에 그의 사유가 담겨있는 것을 보게 된다. 동성애적인 내용의 글도 보인다. 조숙한 두 소년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우정을 통해 첫사랑의 달콤한 비밀을 미리 맛보았다. 게다가 그들의 동맹은 성숙해가는 남성성의 야성적인 매력을 띠고 있었기에, 그만큼이나 거칠게 다른 동료들에 대한 반항심을 표출하는 묘미도 있었다. 그 둘이 보기엔, 다른 동급생들이 맺고 있는 수많은 우정은 순진한 소년들의 소꿉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반 친구들은 하일너를 싫어했고, 한스를 이해하지 못했다. 『수레바퀴 밑에』 전집 2권(p.154)
오늘날 동성애를 반대하는 분들도 많다. 아직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율법으로 죄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헤세는 이미 동성애가 존재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도 있어서 여러번 읽게 된다. 독서모임에 논제를 뽑기 위해 여러번 읽게 되고 논제를 준비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역시 그가 여행한 나라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소인데, 헤세는 그 과정에서 불교와 도가 사상을 접하면서 삶의 지혜와 행복을 추구하게 된다. (p.10)
특히 당시 노자의 『도덕경』을 읽은 것이 그에게 해방적 체험을 맛보게 해주었다. 책에서 그는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달할 수 없는 법”이라고 말한다. 또한 “무언가를 찾을 때 그의 눈은 자신이 찾는 사물만을 보게 되어,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이러한 표현은 노장사상과 연결되기도 한다. 싯다르타의 자기실현은 불교적 차원, 즉 불교적 번뇌의 모티프와 함께 시작되지만, 그가 감각의 세계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주로 도가 사상에 기반한 자기실현을 추구한다.(p.41)
그는 서양사람이지만 동양의 철학과 불교가 큰 도움이 되었고 노자의 도덕경이 그에게 해방적 체험을 주었다고 강조한다. 아직 이 책은 널리 대중화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의 중요성을 안다면 사람들이 다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위대한 지성의 사유와 성찰을 함께 공유하고 같이 나눌 수 있는 귀한 책이어서 여러번 읽어도 좋은 책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