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밭 달님 - 2019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권정생 문학 그림책 3
권정생 지음, 윤미숙 그림 / 창비 / 201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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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으로 유명한 권정생 작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거에요~~

저도 권정생 작가를 알기에 앞서 [강아지똥]이란 책을 보고 작가를 알게 된 경우에요!!!

시골길 널리고 널린 민들레를 이렇게 멋지게 승화시킨분이 쓴 또다른 책은 뭐가 있을까

살펴보던차에 창비에서 나온 권정생 문학그림책으로 나온 [사과나무밭 달님]

 


원래 이책은 동화로 나온 작품인데 이번에 어린 유아들이 볼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수록된 그림책이에요~~

 

대개 사람들이 좋고 비싸고 화려하며 유명한것을 쫓는 습성이 강한 현대인들에게 권정생 작가는

우리가 숨겨둔 내면의 거울을 비춰주는 작품을 쓴 분이란 생각이 들어요..

일하다보니 가끔 내 머릿속에선 미운 사람을 살인하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하고 비난하는등 잔인하고 원시적인 모습을 이성과 도덕이란 무기를 통해 통제하고 꾹꾹 억누르곤 하는데..

[사과나무밭 달님]책을 읽으며 내 내면에 잠자고 있던 애잔함,안타까움,서글픔,아쉬움등 감성을 흔드는 글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구요....

저 어릴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동네마다 미친사람들이 한두명 있었던것 같아요..

사람들이 사람취급도 안해주고 측은해 하고 도움을 주기는 커녕 더 괴롭히고 못살게 굴어 결국

마을을 떠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분들이 어쩌다 그 지경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작은마을도 내부규칙 같은게 있어

그런분들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했었어요~~~

 

올여름 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달래이야기" 라는 어린이연극을 아이랑 본적 있는데 그때 봤던

느낌과 [사과나무밭 달님]의 이야기가 오버랩 되더라구요...ㅠㅠ

"달래이야기"도 전쟁이란 수렁으로 한가족이 풍비박산되어 너무 슬펐던 내용인데...

그나마 [사과나무밭 달님]은 효자 필준이 덕분에 엄마 안강댁이 65세가 넘어서까지 맘편히(?)

지낸게 아닌가 싶어요~~~

비록 집한칸 없는 떠돌이 신세라 움막에서 지낸 세월이 40여년에 이르지만

필준이는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삶이었으나 아버지를 여읜 슬픔이 얼마나 컸으면

정신까지 온전치 못할까 하는 측은한 마음이 들어 더욱 엄마를 보면 애처롭게 느껴졌나봐요

 

사람들눈에는 얼빠진 할머니와 40대 노총각 아들이 집도 절도 없이 남의 과수원지기로 살까 라고 여기지만 필준이는 안강댁이 있기에 결혼도 못하고 남의 손가락질을 당할만큼 초라한 삶 조차도 감사히 여기는 효심깊은 아들이란 걸 보면 안강댁 할머니도 복받은 분이구나 싶더라구요..

 

베개를 아기삼아 동두깨비(소꿉놀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역할놀이 하는 대목에서 가슴이 찡!!

필준이는 필준아버지, 베개는 어린 필준이, 안강댁은 젊은시절로 돌아가 소꿉놀이를 하는데..

 

"당신, 오늘 읍내 장 가거든 필준이 꽃신 한 켤레 꼭 사 와요. 애가 얼마 안 있음 자족자족 걸을테니 말요"

"......"

아마도 안강댁은 필준이 아버지가 살아 있을때, 아버지가 끌려가기전 까지만 평생 기억하며 아들을 남편처럼 의지하며 아기도 되었다, 엄마도 되었다 하며 평생을 그리 살았나봐요..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속 편히 60평생을 산것 아닌가 싶었는데 이 책 말미쯤 그게 아니란 사실에..엄마도 정신이 들면 항상 아픈 자신을 자책하며 살았구나 란 생각에.. 속상했어요~~

 

아들의 목이 메이게 만드는 안강댁의 말..

 

" 내가, 내가 미친사람이지 않니....."

 

엄마도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주변 손가락질을 다 감내했을 고통을 생각하니

필준이 스스로도 말을 못하고 눈물 나게 만드는...안강댁이 야속했어요..

 

 

아들을 그리 끔찍히 여기는 분이 왜 그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정신을 놓았는지...

그래도 힘겨운 삶속에서 필준이를 버티게 해 준 엄마의 존재만으로도 무한감사해 하는 효자 필준

이를 키운 안강댁을 보고 전 부러웠어요~~

 

효자아들이 아무나 나오지 않는다는걸 잘 알기에...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나무를 사이에 두고 달님을 본적은 없지만 참 서정적이고 멋지죠!!

안강댁이 생명의 끈을 이을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달님을 필준아버지라 여기며 살았던

나름의 철학이 담겨 있음을요!!!

 

집나간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그리울때마다 달님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안고 살았던 안강댁!!

그리고 그런 그녀를 때론 아버지처럼, 때론 아들처럼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필준이...

이책의 글이 너무 가슴 아프고 슬프지만 그림책이다 보니 그림을 간과할 수 없더라구요

 

2004년 팥죽할멈과 호랑이로 볼로냐라가치상을 받은 윤미숙 그림작가에요...

전 이분의 책 중 비룡소에서 나온 [흰쥐이야기]를 인상깊게 봤는데 ..그림이 토속적이고 한국적이라 참 멋있다 싶었는데 이 작가님이 [사과나무밭 달님]도 그렸더라구요.

흰쥐이야기 할머니와 안강댁이 자매인양 너무 닮았어요...ㅎㅎㅎ

 

그림풍이 비슷하고  글 내용을 더욱 빛내주는 한국화 기법이라...(이 그림풍이 정확히 뭐라 불리는지는 몰라요.ㅋ)

  

 

 

오늘 낮에 인왕산자락길 산보하면서 바람에 흩날리는 수국화가 있길래 찍어봤어요~~예쁘죠!!!

어쩌면 수국화는 필준이고 꽃위에 앉아있는 저 벌레는 안강댁이 아닐런지...


가난하고 주변의 손가락을 받는(왜 손가락을 받아야 하는지) 필준이와 안강댁은 달님을 거울삼아

힘들지만 행복을,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을 보며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수 있는

멋진 그림책이라 너무 좋아요~~

조만간[ 권정생문학그림책] 다른 책들도 찾아서 아이랑 함께 읽어야겠어요~~ 


-위 도서는 우아페 서평단 당첨되어 무상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솔직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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