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기념사진 햇살어린이 23
이영호 지음, 김정은 그림 / 현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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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성큼 다가오나 싶더니 벌써 추운게 겨울이 오고 있음을 느낄수 있는

14년 10월의 마지막 주에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을 수없이 듣고 자란 저지만 일하며 육아한다는 핑계로 제 자신을 위한 책을 읽지 못하고 있는 요즘 참 가슴 따뜻한 동화 한 권을 읽었어요..

200페이지가 안되는 얇은 동화책이지만 성인소설보다도 더 감동을 줄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얼굴없는 기념사진이란 제목이 사실 그리 호감 가진 않았어요..

 

표지에 나온 사진중 얼굴없는게 뭔가? 하고 슬쩍 봤지만  복장을 보니 오래전 찍은 사진들일뿐 얼굴은 있어요.그래서 오히려 더 호기심이 가더라구요.

이 동화의 배경은 해방직후 1940년대 후반을 그리고 있어요~~

요즘사는 우리에겐 정말 할아버지 세대에서 사셨던 시대를 동화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구경하는거란 생각이 들어요.

 

주인공 훈아는 3남2녀의 막내아들이에요. 지금은 초등학생이라 부르지만 과거엔 국민학생이란 용어를 썼었죠..

아버지는 참봉어른으로 나름 동네에서 명망있는 유지시고 어머니는 항상 아랫목에 누워 폐렴으로 평생을 사시는 분이세요. 위로 큰형님은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더 큰 꿈을 위해 나중엔 국회의원 보좌관이 되죠..

그리고 중학교 다니는 작은형. 이 동화를 읽어보심 아시겠지만 훈아를 구박하기도 하지만 누구보다도 동생을 살뜰히 잘 챙기고 훈아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해요..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훈아!! 훈아는 동네에서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지만 누구보다도 개구쟁이에요.그리고 한 사람의 오랜 숙제를 해결해주는 씩씩한 어린이에요..

훈아가족과 평생을 함께하는 이 동화의 또다른 주인공 길건할아버지와 병권이!!

이들은 훈아네와 어떤 사이일까요??


이책이 보여주는 때는 1948년 구정(설날)이에요..

지금은 눈구경하기가 참 힘든 세상이지만 저 어릴적 80년대엔 무슨 함박눈이 그리 많이 내리던지.그렇다고 몸이 빠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눈이 허리에 와 있는것 보이시죠...

 

훈아는 읍내사는 큰형님이 사온다는 설빔생각에 다른친구들보다 더 설레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몰라요...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고 누나가 부치는 전을 먹어도 오로지 설빔생각에 설레었죠..

원래 기다리면 더 시간이 안가는 법이잖아요..

 

올때가 지났는데도 큰형님은 오질 않고 급기야 작은형과 함께 눈밭을 헤치고  큰형님 마중을 나가요.. 부모님이 아시면 야단할게 뻔하기에 그것도 몰래 몰래.. 

 

그러다 눈밭에서 신음소리를 듣고 가서보니 웬 술취한 영감님이 고주망태가 되어 "도련님"

하며 외치는게 아니겠어요?? 알고보니 길건할아버지에요..


이분은 유황성냥을 팔면서 악기도 연주하고 춤도 잘추는 그야말로 훈아에겐 볼거리,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재밌는 분이에요..

하지만 이분이 겉으론 유쾌하고 재밌는 분이지만 마음속엔 평생의 한을 간직한채 살아온 분이세요

유일한 혈육을 잘 기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장성해 자수성가한  아들이 자신을 원망해 평생 안보고 살아간다는 그 비참함... 그리고 손자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걸로 만족하는 이!!


사진속 할아버지가 바로 길건할아버지요. 그리고 이분을 쳐다보며 인상쓰는분이 바로 길건할아버지의 아들이에요

우연히 서울역앞에서  마주치지만 알면서도 아는척하지 않는 두사람....어색하고 묘한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요? 

이분이 알고보니 병권이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훈아는 깜짝 놀라요.

 

복장을 보니 1948년대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었어요~양복과 한복의 비율이 반반정도 인것

같아요... 이곳은 도시라 그런것 같고..시골이었다면 한복입으신분들이 훨씬 많았겠죠~~~


훈아는 시골초등학교를 다니다 읍내 학교로 전학을 가요..이곳에서 만난 병권이..

병권이는 이 학교에서 싸움을 잘하고 축구도 잘해 아이들의 영웅인거에요..게다가 부자아버지를 둔 덕에 부족한게 하나 없지만 훈아의 출현으로 인해 병권이는 자신의 라이벌을 만나게 돼요


이런저런 일들로 서로 친해지지 않는 물과 기름같은 존재가 될 뻔했는데 뜻밖에 길건할아버지의 등장으로 똑똑한 훈아는 혼란에 빠지고 말아요.. 훈아가 싫어하는 병권이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길건할아버지가 도대체 병권이와 어떤 사이인지..

구정때 길건할아버지에게 받은 옷가지며 신발 선물들이 흡사 병권이 것은 아니었는지....

 

 

책을 다 읽고나니 왜 이 제목이 얼굴없는 기념사진인지 알수 있었어요. 

눈치 빠른분들은 알아채셨겠지만 이 기념사진은 길건할아버지 가족사진이에요

 

길건할아버지는 젊은시절 유랑극단 단원이었죠..이곳서 할머니를 만나 아들을 낳는데

이분이 바로 병권이 아버지에요.하지만 배고픈시절 가진것 없고 오갈데 없는 이들

부부에게 육아는 사치였을까요? 산후조리를 못해 골골하다 부인은 죽고 구걸하던 아들이 얻어 맞고 온걸 본 길건할아버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아요

 

5살 아들과 함께 물에 빠져 죽으려는.....홀로 어린아들을 키우기 얼마나 우울하고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흑흑


다행히 아들은 살아남았고 그런뒤 30년이 지난 어느날 우연히 아들을 만나지만 어린시절 아픈기억이 먼저 생각나 선뜻 만나지 못하고 둘은 그렇게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는 존재가 되고 말아요..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며 땅을 치고 후회한들 이미 때는 늦고말아요..

그리고 평생 간직한 가족사진속 자신의 얼굴을 바늘로 콕콕 찌르며 후회한 나날들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얼굴없는 기념사진...


길건 할아버지는 훈아엄마의 죽음뒤 시름시름 앓고 말아요...

엄마의 죽음으로 슬퍼할 겨를도 없이....훈아는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을 작은형에게 말한뒤 병권이를 시골집으로 초대해요...이대로 할아버지를 보낼수 없다 생각한 훈아는 마지막 선물을 준비해요..


과연 할아버지와 손자의 만남은 성사됐을까요??

 

얼굴없는 기념사진은 작가 이영호님의 어린시절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그런 동화책이에요..

요즘은 먹고살기 힘든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많이들 푸념하잖아요..

해방후에는 혼란한 사회속에서 정말 입에 풀칠하는게 하루 일과인 우리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어떻게 사셨는지 조금은 엿볼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훈아엄마의 죽음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고...

길건할아버지가 담담하게 남의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옛날이야기에서는 안타까움에 탄식이...ㅜㅜ

 

혼탁한 시대속에서도 훈아와 병권이처럼 씩씩하고 의젓하게 성장한 그분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우리가 이런 혜택을 누리고 있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현북스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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