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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잠자리 ㅣ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권정생 지음, 최석운 그림, 엄혜숙 해설 / 길벗어린이 / 2019년 9월
평점 :
어릴적 시골에서 나고 자란 저는 여름이면 잠자리 잡는게 심심함을 달래는 일과중 하나였어요~~
7월~8월 여름방학때쯤이면 유난히 잠자리가 많이 보였어요...양파망으로 만든 잠자리채로 잠자리 잡고 놓아주고... 마당 한가운데에 빨간고추 말리는 한 쪽에 항상 찾아온 빨간고추잠자리를 잡겠다고 조심조심 가면 잠자리가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제 손에 오질 않더라구요..ㅎ
그렇게 초등학생(당시엔 국민학생) 시절이 지날때쯤 친구중 누군가가 잠자리 날개에 세균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뒤론 잠자리를 눈으로만 보고 잡진 않았어요...
아마도 잠자리 날개에 있는 수많은 자잘한 패턴들이 어찌보면 징그러워보여서 그런 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이 어느덧 지나고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잠자리를 너무 좋아하는걸 알게 됐어요..제가 어릴적 잠자리가 예뻐 잡으러 다닌것처럼 말이죠..ㅎ
요즘 제가 아이랑 읽은책은 강아지똥 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밀짚잠자리]라는 동화책이에요..
보통 아이 그림책이 20페이지 안팎인데 이책은 무려 33페이지로 구성되어 있고 번역가로 유명한 엄혜숙 작가님의 작품해설이 곁들여 있는 작가앨범 형식이라 글만 있는게 아니라 실감나는 잠자리 그림 또한 명품이에요. 최석운 작가님의 밀짚잠자리 그림은 제가 어릴적 시골에서 봤던 그 잠자리가 생각날만큼 똑같이 그렸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전 그동안 번역가로만 알았던 엄혜숙 작가님이 사실은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연구를 꽤나 오래한 아동문학가시더라구요...[권정생의 문학과 사상]의 저자시기도 하구요...
밀짚잠자리 진짜 이름이 뭔지 궁금해 검색해보니 학명이 밀잠자리더라구요... 수컷은 흑갈색, 암컷은 노란색을 띄고 물가주변이나 숲속주변에 서식해요..
과연 권정생 선생님이 본 밀짚잠자리는 어떤 친구이고 무슨일이 있길래 저리 열심히 날아다니는 걸까요?
꼬리가 밀짚처럼 노랗기 때문에 누군가가 밀짚잠자리라 이름 붙였다는 밀짚잠자리..
애벌레에서 우화해 바깥세상을 구경하며 처음본 게 바로 푸른 하늘에 둥둥 떠가는 흰구름이었어요...
황사에 미세먼지 많은 봄하늘보다 청명한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 있는 여름하늘이 더 멋지긴해요...밀짚잠자리도 이 하늘을 보며 기분좋은걸 느끼는걸 보니 우리 인간하고 똑같네요..

종달새 옆을 지날땐 잠자리도 모르게 방귀를 뀌면서 부끄러움도 느끼고 아기 방아깨비를 통해 멀고 먼 하나님 나라를 목적지로 삼으면서 개머루 잎사귀에 앉아 있는 무당벌레를 통해 하나님 나라가 저 미루나무 꼭대기란 사실을 알게되는 밀짚잠자리는 그렇게 인생을 조금씩 알게 되고 친구를 만나게 돼요..
조금 휴식을 취한 밀짚잠자리는 또 날아가 시골집 담장위에 내려 앉아 마당에 누워있는 황소며,닭,토끼,강아지를 보며 참 재밌다는걸 느껴요~
아마도 잠자리는 혼자라는 외로움이 컸던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마당에 시끌시끌 거리는 매미와 고양이까지 있는데 하나님 나라가 여기보다 더 재밌을까 란 말을 하는걸 보면 말이죠...
그래도 힘차게 하나님 나라를 향해 날아가는 밀짚잠자리는 참 끈기가 있어요~~~ 제가 항상 아이에게 끈기를 키워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면에서 밀짚잠자리는 대단해요!!
시원한 감나무 그늘에 쉬면서 골목길에 아기가 아장아장 걷고 그 뒤를 따르는 누나를 보며 있는걸 처음으로 인간을 만나게 되지요...
아마도 돌 전후 남동생을 돌보는 5살 남짓 누나인것 같은데 전 이것보다 골목길을 표현한 콘크리트 벽돌이 참 정겨웠어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80년대 시골길 풍경에서 빠질수
없는 콘크리트 거든요..

열심히 먹이를 물고가는 개미에게 부지런히 일하면 먹이를 얻을수 있다는 가르침을 전해듣고 슬쩍 배고픔을 느끼는 밀짚잠자리에요..
하긴 우화한 첫날 아무것도 먹지않고 하루종일 날았으니 얼마나 배고프고 머리아프고 축 쳐질지 짐작이 가요..
여름날 해질녁이 되면 왜그리 하루살이가 많이 출몰한건지,,, 깔따구라고만 알고 있었던 하루살이가 사실은 둘이 다른종이었던거네요...
암튼 밀짚잠자리가 하루살이를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맛있게 냠냠 먹는 모습을 보며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본능적으로 배를 채우는 잠자리를 보면서 약육강식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하루살이 눈에 잠자리는 강자지만, 정작 강자인 잠자리는 자기가 무슨일을 저지르는지 모르고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요...
밀짚잠자리는 하루살이들이 하는 말까지 다 알아듣는 초능력을 가졌어요...하루살이에게 밀짚잠자리는 난폭한 포식자로 비춰졌을거에요... 배가 불룩하게 먹을 정도니말이죠..

하루살이들이 자신을 가리켜 도깨비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갑자기 죄책감을 느끼는 우리의 밀짚잠자리....배가고파 먹었을뿐인데 하루살이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자신이 너무 미웠을거에요~~
"왜 내가 하루살이를 잡아먹었을까?"
이 말은 제가 아이들을 매일 야단하면서 잠자기전 "내가 왜 아이들을 조금 더 사랑으로 감싸지 않고 야단했을까?" 하는 자책과 뉘앙스가 같아요~~물론 잠자리는 모르고 먹은거고 전 아이들이 아파할줄 알면서 내가 힘들어서 야단했다는 차이가 있지만요...

다행히 둥근 달님을 만나 오늘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을 고백하면서 이세상은 아주 예쁘고,아주 밉고,아주 무서운것도 있는 반면 기쁘고 즐겁고 무섭고 슬픈 다양한 감정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난 뒤 밀짚 잠자리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하루만에 세상살이를 다 겪고 난 밀짚잠자리는 이렇게 서서히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갈거에요..
매일 하는 잔소리를 하루쯤은 잠궈놓고 잔소리 대신 이 [밀짚잠자리]를 읽어주면 아이도 말은 안하지만 느끼는게 있을 거에요~~~
우리 아이들도 이번에 권정생 선생님의 [밀짚잠자리]책을 읽으며 머리가 자라기보다는 마음이 한층 자라는 예쁜 아이들로 자랐으면 해요~

-위 리뷰는 해당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받아 읽은후 작성한 솔직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