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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57
미카 아처 지음,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18년 10월
평점 :
초1아이가 매일 빠지지 않고 책 한권 읽는것만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오늘은 아이가 독서록 700권 독파했다며 은근 자랑을 하더라구요...
담임선생님도 오늘 독서록 도장 찍어주시면서 대단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고 해요..
사실 제가 아이한테 요구하는건 매일 책 5권 읽기가 목표인데 올 여름방학 한달 동안 300권 목표실천을 한뒤로 독서양이 부쩍 늘고 많아진것 같아요... 올안에 무난히 천권은 읽을 수 있을 듯한데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글밥이 많고 문고판을 읽었으면 하는 욕심 한가득이지만 아이는 여전히 그림책 보는걸 더 좋아해요...
아무래도 한쪽엔 그림, 한쪽엔 몇줄 안되는 글로 된 그림책이 익숙하고 짧은시간에 많은책을 볼 수 있기에 그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난주에는 숙제로 낙엽을 주워가던데 수업시간에 낙엽을 이용해 미술놀이도 하고 시도 지었다고 하더라구요
자기가 시를 짓자 선생님이 잘 썼다며 칭찬막대를 주셨다는데 당최 무슨시를 쓴건지 알 수 있어야죠...
평소 시집을 권해주거나 읽은적이 없어 시를 아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더라구요...
시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사처럼 같은말을 반복적으로 내가 쓰고싶은대로 쓰는거라고...허걱!!
물론 틀린말은 아니지만 시가 뭔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고른책이 바로 비룡소의그림동화
[다니엘이 시를 만난날]이라는 작품이에요..이 작품은 17년 에즈라잭키츠상을 수상한 책으로 작가는미카아처라는 분이에요.. 사실 전 이 작가보다 에즈라잭키츠라는 작가가 더 익숙해요...
피터의 의자로 시작하는 피터시리즈를 지은 작가 이름을 따서 상을 만들었더라구요......
흑인아이 피터를 주인공으로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피터가 참 멋지다 란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의 주인공 다니엘 역시 피터같은 맑은 영혼을 지닌 아이에요...어린 피터같은...ㅎㅎ

이번에 본 [다니엘이 시를 만난날]은 단순히 그림과 글씨만 있는게 아니라 수채그림을 바탕
으로 하고 그 위에 종이로 오리고 붙여 콜라쥬 기법이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밋밋하지 않고 입체감이 살아 있어요...
다니엘이 공원에 가서 "공원에서 시를 만나요.일요일 6시"란 문구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더라면,다니엘이 글자를 몰랐더라면 아마도 다니엘은 여전히 시를 몰랐을거에요..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다니엘은 관찰력과 영감이 뛰어난 아이인것 같아요~~
그누구도 눈여겨보는것 같지 않지만 다니엘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한 알고자 하는 갈망 같은게 있는건 아닌가 싶어요...

다니엘은 다른아이들이 갖지 못한 뛰어난 재능을 가진게 분명해요...
동물,곤충들과 대화를 하고 교감을 하고 그 친구들에게서 시가 무엇인지 차츰차츰 알아가는
영특한 친구더라구요...
매일 동물친구들과 시에 대해 논하고 그 동물친구들이 시에 대해 한마디 할때마다 다니엘은
열심히 기억해뒀다 한편의 멋진 시를 완성해 일요일 6시 공원에서 시낭송을 해요..
그누구가 시에 대해 알아오라고 하지 않았는데 다니엘은 스스로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에 대해 동물친구들에게서 해답을 찾아내다니...
그냥 장난감 좋아하고 장난 잘치는 일반아이였다면 시에 대해 궁금해 하지도 않고 매일
동물들에게 시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지도 않았겠죠~~
하지만 호기심 많고 관찰력 뛰어난 다니엘은 거미,청설모,다람쥐,개구리,거북이,귀뚜라미,부엉이한테서 정답을 찾아내고 이걸 멋지게 완성하는 재주를 가졌어요!!

작가가 일요일 저녁 6시를 왜 실루엣으로 표현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느낀 이 장면은 햇살을 피해 그늘에 서서 다니엘이 시를 낭송하니 공원에서 쉬던 시를 좋아하는 가족들이 모여 호응해주는 장면으로 봤어요...아이는 왜 사람들이 모습은 어디가고 그림자만 있냐고 묻던데...ㅎㅎ
[다니엘이 시를 만난날]의 백미는 이 마지막 장면인것 같아요...
다니엘이 일요일 6시 공원에서 자작시 낭송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길 연못에 비친 노을을
바라보며
"내 생각엔 저게 바로 시 같아"라는 그 말이 다니엘은 시가 뭔지 정확히 아는 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책의 배경은 아마도 귀뚜라미가 나온걸로 봐서는 어느 가을날 같은데 잔잔한 물속에 석양이 비치면 얼마나 황홀할까 상상해 봐요...
가을연못은 유난히 맑고 깨끗해 떨어진 낙엽조차도 예쁘던데... 거기에 노을이 퐁당 빠졌으니~~~

아마도 다니엘은 자라서 멋진 시인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는 매일매일 동물과 교감하고 대화하는 다니엘을 보면서 자기도 동물과 대화하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이책의 뒷편을 보면 동물들이 생각하는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모아 다니엘이 시를
낭송하는데...참 아름답더라구요~~
거미,청설모,다람쥐가 알려준 시구
아침 이슬 반짝이고 / 바삭바삭 나뭇잎 바스락거리고/오래된 돌담이 둘러싼 창문 많은집
개구리,거북이,귀뚜라미가 알려준 시구
시원한 연못에 뛰어드는것/ 햇볕에 달궈진 모래밭/하루가 저물 무렵의 노래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엉이가 알려준 시구
나뭇가지 사이 반짝이는 별/풀밭의 달빛/그리고 어디로든 나를 데려다주는 고요한 날개
가 모여 하나의 멋진 시를 완성한 다니엘!!
참!! 이 시의 제목은 당연 [다니엘이 시를 만난날]일까요? 이책에선 제목에 대해선 별다른
말이 없길래 아이한테 이 시 제목은 뭘까? 라고 물으니 동물들이 느끼는 시 라네요..ㅋ

학교에서 시를 썼다고 하길래 그럼 [다니엘이 시를 만난날] 읽고 너도 시 한번 지어보라고 했더니...자긴 동물들과 대화할 수 없다며 시를 쓸수 없다며 큰소리 치는데...ㅜ
벌써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준비하는 요사이 나무가지에 붙어 있는 감, 낙엽보며 시 한수
지을수 있는 그런 여유가 아쉬운 요즘이에요~~
작년가을 다르고 올 가을 다르게 느껴지던데... 내년 가을은 또 어떻게 느껴질지...
가을이 되니 왠지 철학자가 된것 같고 짧은 가을이 마냥 아쉽던데.. 이번주말 아이들과 떠나가는 가을 붙잡고 추억이라도 쌓아야 겠어요~~~
그리고 시간되면 아이들과 [다니엘이 시를 만난날]도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