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 - 모두가 주인공인 다섯 친구 이야기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64
박웅현 지음, 차승아 그림 / 비룡소 / 2018년 9월
평점 :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도 그림책을 좋아하던 아들이 투정아닌 투정을 하더라구요
자기도 더이상 그림책 말고 글이 많은 책을 읽고 싶다고...
책 읽는걸 거부감없어 하던 아이이기에 생각없이 읽는 줄 알았는데 지금 책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림책은 이제 4살 동생들에게 물려줘야겠어요..
그래서 도서관 추천도서를 보니 초1 아이들은 여전히 그림책을 읽지만 크기가 작아지고
글밥이 제법 많은 동화책들이 주류를 이루더라구요..
난책읽기가 좋아, 좋은책어린이문고,꾸러기문고 등등 종류도 다양하던데 전 이번에
아이랑 함께 읽은책이 비룡소창작그림책[눈]이라는 동화책이에요..
이책의 저자 박웅현 작가는 유명한 광고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인데 기존 아이들이 많이 읽는 그림책의 대부분은 항상 주인공이 1명 있고 그 옆에 도움을 주는 친구들의 구조로 되어 있는걸 안타깝게 생각하고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림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이번 작품을 썼다고 해요
제가 봐도 안데르센 작품이나 유명작가의 작품들 대부분이 특정 주인공을 중심으로 글이 이뤄지다 보니 정작 주인공을 도와주는 친구의 생각이나 지인의 의견은 깡그리 무시되기 일쑤였죠...
너무 비약한걸까요? 무시라기 보다는 도외시 되었다는게 더 맞을것 같아요...
대개 엄마들이 교과서수록 그림책에 유독 반가워하고 아이에게 읽히게 하던데 그런면에서 이 그림책은 꼭 읽어야 할 필수그림책이라고나 할까요?
2018년 3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었다네요.

[눈]에 나오는 주인공은 노란토끼,눈,달님,홍당무,하얀토끼들이에요
각자의 주인공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보고 자기가 그렇게 행동할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나오는데 이야기가 옛날 옛날~로 시작하는 전통동화 형식이에요..
그래서 낯설지가 않고 중요한건 우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가 교묘하게 섞여 있어 친근하기까지해요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에 나머지 다른 주인공도 함께 등장을 하는게 옴니버스식으로 연결되어
재미를 더해가지요..

이책을 보면서 가장 답답할만큼 착하디 착한 노란토끼에요...
토끼지만 사람처럼 생긴게...유화는 다 부드러울줄 알았는데... 다소 거친느낌이 드는 그림들..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노란토끼의 포인트를 제대로 잡은 그림이 아이들 눈에는 크게 각인될것 같아요
단지 색깔이 하얗지 않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노란토끼는 친구들이 좋아하는 홍당무를 찾아 눈밭을 걷다 결국 쓰러져 달님의 평생친구가 되는 부분은 참 슬픈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추석날 둥근 보름달속에서 방아를 찧는다는 믿지못할 이야기도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책에선 결코 방아 이야기가 나오지 않지만요~~
노란토끼의 키포인트는 이 커다란 붉은심장 같아요...
우리 흔히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을 벤댕이라고 부르는데 이 노란토끼는 마음이 너무 크고 넓어 자기를 싫어하지만 상대방의 배려심이 큰게 여기 하트심장에서 보여지는듯 해요.

책 제목처럼 그림 여러곳에서 만날수 있는 눈송이들...
홍당무가 하얀토끼들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 하자 그제서야 눈밭에 쓰러져 있는 노란토끼의 진심을 알게 된 하얀토끼들이 솔직히 얄밉긴해요..
나랑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나와 다르기 때문에 틀리고 배척하는 모습이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잡고 있기에 낯설지 않지만 더이상 이런 유치한 모습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그게 바로 성숙한 시민이 되고 의식있는 사회로 가는 선진국이 되는 모습일테지만 여전히 직장에서,학교에서,사회에서 다름을 틀림으로 오해하는 문화에서 우리는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요?
대개 억울한 누명이나 오해를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으로 진심을 인정받고 싶어 하던데
그건 옳지 않은 방법임엔 분명하나 탈출구가 없기에 잘못된 생각을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노란토끼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에 대한 통탄의 눈물을 많이 흘려 토끼의 눈이 빨갛게 되었다는
설정은...ㅎㅎㅎ
우리가 할머니한테, 엄마한테 들었던 구전동화의 한장면이 떠올랐어요~~~
전 이책을 읽으면서 노란토끼의 입장에서, 눈의 입장에서, 달님, 홍당무, 하얀토끼의 입장에서 상대를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었는데...아들은 노란토끼는 착하고 햐안토끼들은 나쁘다네요...ㅎ
달님이 눈에게 건넨
"언제나 너만 좋고 예쁠수는 없단다
때로는 시원한 바람이 좋을수도 있고, 때로는 촉촉한 비가 예쁠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가끔은 가장 예쁜자리를 남에게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해" -두번째 친구이야기 눈 중에서-
이 글은 작가가 우리 독자들에게 해주는 한편의 명언같은 문장이다 란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도 보이지 않는 편견과 선입견과 오해속에서 힘들어하는 친구들과 그 친구들을 괴롭히는 친구들이 꼭 읽어보면 참 좋을 그림책이에요..

모두가 주인공인 다섯 친구 이야기 [눈]을 읽고나니 나도 가끔은 하얀토끼들이 되어 노란토끼인 누군가를 힘들게 하지 않았나, 속상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부쩍 학교폭력 때문에 학교, 학생, 교사,학부모,경찰, 교육청 등 사회가 들썩거리고 있는데
이럴수록 남탓 하기 보다는 내자신을, 내아이를 한번 뒤돌아보고 마음을 , 친구를 대하는 마음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그림책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니... 교과서 수록책이 아니어도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