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솔직한 한 남자의 일기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한 남자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 ? 지나치게 솔직하다. 이 작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지어낸 이야기일까 ... 아니면 모든 게 작가의 실제 경험담 이야기일까 .... 이 작가에 대해서 알고 있던 게 많지 않았던터라 책을 읽던 중에 작가의 나이는 책에 나와있는 이 나이가 맞는지, 이혼한적이 있는지 등 한손에는 책을 들고 한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검색을 해가며 기이한 포즈로 책을 읽어나갔다.

이 작가의 언어, 그만의 묘한 매력이 있다. 이 책을 읽고 첫번째 산문집 '보통의 존재'를 찾아 읽고 싶어질 만큼. 담담하게 풀어낸 듯 하면서 글 안에서 작가의 불안한 감정, 기쁜 감정 등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글 안에 작가가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화려하지도, 수식어를 가득 넣지도 않은 그의 문장 하나하나가 가을 감성과 너무 잘 어우러진다.

결혼 경험이 있는 남자와 이혼 소송을 앞두고 있는 여자와의 만남. 그 둘의 소통 속에 작가는 자신이 작가의 길을 걸으며 겪었던 고충, 자신의 성격, 연애방식 등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연애소설 같은 느낌이 들지만 ... 그 속에 작가의 생각을 담아낸 에세이 .... 어느 순간 나는 그의 이야기에 몰입되기 시작했다. 사랑에 솔직해서 답답하기도하고 .. 안타깝고 .. 아리기까지 한 그의 이야기. '김정희'라는 여자가 뭐라고 .. 이 남자는 이렇게까지 이러나 싶다가도, 그게 또 그만의 사랑방식인 것 같아 조용히 고개만 끄덕거리게 되는 .. 만나고 싶다는 의미를 함축시킨 "뭐해요?"라는 그녀의 메세지가, 어쩌면 그한테는 언제 들어도 좋은말이 아니었을까? 한동안 연락 없던 그녀에게 마음이 상해있다가도 그 메세지를 받으면 절로 웃음을 띄게되는.

중간중간 파란색으로 적혀있는 짤막짤막한 글들은 책을 단숨에 읽고 있는 내게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기도 한다. 계속 읽어보며 곱씹어보게 만드는 짧은 글들.

"사실인진 모르겠지만, 운명의 상대를 만나면 얘기가 안 끊어진대요."

그럼, 내가 평생 읽을 책 같은 사람을 만나면 되는 건가?

많은 짧은 글 중 보다가 피식 웃게 되었던 글. 그럴싸한 작가의 표현에 ... 거기다가 책을 좋아하는 나한테는 이 글이 꽤 재미있게 들렸다. 평생 읽을 책 같은 사람이라 ....

마지막에는 속도감있게 훅 끝낸 느낌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 빈 공간은 독자가 채워야할 공간이겠거니 하며 아쉬움을 남기면서 책을 덮었다. 가을과 어울리는 책.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처음에는 훅훅 책장을 넘기며 읽었다면, 이번엔 천천히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잘생긴 개자식

잘생긴 개자식 ㅣ 뷰티풀 시리즈
크리스티나 로런 지음, 김지현 옮김 / 르누아르 / 2015년 5월

"완벽주의자 이사와 야심만만한 인턴의 격정 오피스 로맨스" 여기서, 격정이라는 말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을지도 ... 이 책은 표지와 제목에서 가늠할 수 있겠지만 섹시로맨스 소설, 19금소설이라고 보면 되겠다. MBA과정을 밟으면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클로에밀스, 그리고 그녀의 직속상사 베넷라이언. 회사 안에서 은밀하게, 그리고 정열적으로 나누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려낸 소설.

제목에 나오는 '잘생긴 개자식'은 클로에밀스 시선에서 본 베넷라이언의 모습이다. 얼굴이며 몸이며 너무 잘생기고 완벽하지만 직속상사로서는 최악이다. 건방지고 오만하고 지독하고 재수없는 자식 ... 그렇게 재수가 없다가도 얼굴을 보고 몸을 보면 탐닉하고 싶어 미치려하는게 밀스이다.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 서로의 몸을 탐하고 지배하려하고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회사 계단부터 화장실, 회의실 ... 그 둘이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데에는 장소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못한다. 이성적으로는 이러면 안된다 하며 생각하면서도 상대의 성적매력에 매료되어 행동에 옮겨야 직성에 풀리는 둘 ... 섹스파트너인지, 마음이 있는 것인지 야릇한 밀당과 질투를 하며 썸이 아닌 썸을 타기도 한다. 그러던 중 오해가 생기게 되고 클로에밀스는 베넷라이언을 떠나게 된다. 다른 회사 프로젝트를 맡으며 베넷라이언을 만나지도, 연락도 하지 않는다. 어느 로맨스소설이 그러하듯 ... 결국은 둘의 진심이 통해 해피엔딩이 되기는 하지만 .....

중간중간 친구와 고민을 털어놓는 부분, 베넷라이언의 부모님으로부터 클로에밀스가 조엘이라는 남자를 소개받는 부분 등 성인남녀관계에서 일어날만한 다른 이야기들도 적혀있기는 하나 대체적으로 둘의 육체적관계묘사가 큰 축이 된 듯한 느낌이 강하다. 성적묘사가 수위가 높은 편이라 ... 한국 로맨스소설을 많이 접해서 그 정서에 익숙한지라 처음에는 살짝 헉 했었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을 것.

남녀주인공과 다른 제 3의 인물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더 추가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제목에서는 "나쁜 남자는 이렇게 다루는거야" 라는 말을 적어놓았지만 과정이 엉성하고 마지막에는 결국 그 나쁜남자에게 진심의 말을 듣게 되는게 전부인 .... 살짝 아쉬운 감이 있다. 어쩌면 내가 외국 로맨스 소설에 익숙하지 않는 탓도 있겠다.

나를 어디게 두고 온 걸까 - 이애경

나를 어디에 두고 온 걸까 - 문득 어른이 되어 돌아보니
이애경 지음 / 시공사 / 2015년 5월

이애경 작가의 에세이. 나는 이 책이 두번째이다. 첫번째 읽은 것은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로 하여금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던 책. 나름 너무 감성을 건드리지도 않고 담백하고 읽었던 에세이라서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너무 감성에만 치우쳐서 읽기 싫은 에세이가 읽기 마련인데 ... 이 작가는 그런 경향은 아니었다.

서른 즈음의 여성들의 심리를 대변해주는 책. <나를 어디에 두고 온 걸까> 이 책은 딱 그런 책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난다면 분명 어른 대접을 해줄텐데 나 스스로는 현재 어른으로 잘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어른의 기준은 넘긴지 오래지만 아직 서툴기만하다. part1부터 5까지 나뉘어져 있다. 토닥토닥 괜찮다며 건네는 이 작가의 말들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 될 일과 안 될 일의 경계에서

될 일은 애쓰지 않아도 쉽게 풀리고

안 될 일은 아무리 애써도 풀리지 않는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풀리지 않는 일을 푸는 방법이 아니라

안 될 일을 되도록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그런 것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순응할 줄 아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p.251)

사랑, 이별에 대한 메세지들과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생각, 감정들을 작가의 색깔에 맞게 적어놓은 책. 세상사는 게 누구나 다 비슷하게 느끼는 구나 하며 무덤덤하게 넘길 수 있는 책이다. 내 다이어리 한 켠에 적힌 글들처럼 너무 익숙하게 읽혀지는 책. ​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누구나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이 작가의 매력이지 않을까 .... ? 이 작가의 책을 두권째 보다보니 이 작가 ... 여성들의 심리와 감성을 너무나 꿰뚫어보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서른 즈음 여성들의 심리를 .... '우리가 결혼못하는 이유 하나', '우리가 결혼못하는 이유 둘' 이 두개의 글은 읽다가 피식 웃게 되더라. 결국 철이 없어서 아직 싱글인걸로 ... ?

오랜만에 보는 공감에세이. 마지막으로 내가 플래그잇으로 표시해놓은 책의 구절

" 오늘 버티는 건, 내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위해서다. 오늘을 잃어버리는 나에게 내일 같은 건 주어지지 않을 테니까. 내일을 만나기 위해서는, 오늘 반드시 행복해야 하니까"

까칠하지만 진정성 있는 남자 <오베라는 남자>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항상 올바른 행동과 정직을 실천하며 말보다는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었던 오베의 아버지. 아버지와 많이 닮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했던 오베. 그래서인지 둘은 많이 닮았다. 그러던 중 오베가 열여섯되던 해에 아버지는 객차에 치어 숨을 거두게 되는데 .... 그 이후 아버지가 일하던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말도 별로 없고 웃음도 잃고 일을 묵묵하게 하는 오베. 사람들은 그에게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런 오베에게 흑백이 아닌 색깔의 여자가 나타난다. 그 여자가 소냐이다. 그녀로 인해 웃게 되고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고 친구도 생겼다. 그녀로 인해 오베의 인생이 달라지게 되었다. 오베에게 새 인생을 주었던 소냐, 그녀가 반년 전 세상을 떠났다. 교통사고로 인해 ....... 오베의 나이는 59세. 그녀를 곁으로 가려고 매일 자살을 준비하는데 .......

처음부터 책을 읽다보면 뭐 이런 까칠한 남자가 다 있나 싶다. 규칙은 무조건 지켜야하고 어길시에는 크게 노하며 큰소리가 나간다. 시의회에서 주택을 더 짓기 위해 집 뒤편 숲을 베어 넘기기 원했을 때는 끝없는 호소와 서한과 청원과 신문투고를 하여 1년 뒤 의회가 두 손을 들게 만들었다. 엄연히 따지면 오베의 행동들이 다 올바른 행동이다. 살짝 융통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자기의 원칙이 있고, 결국은 모두를 위해서이다.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싫어하던 오베는 집정리까지 모두 끝내고 유서와 함께 모든 마무리를 끝낸 다음 자살을 시도한다. 자살하려고 할 때마다 앞집 얼간이가족(?)들이 찾아와서 뭐 빌려달라하고, 응급실에 같이 가달라고 하며 계속 성가시게 굴고, 소냐가 좋아했던 고양이가 집밖에서 다른 개한테 공격을 당하고, 한때는 친했던 이웃이었지만 하나의 이유로 인해 웬수가 되어버린 르네가 요양원에 끌려간다하고 .... 오베가 쉽게 죽을 수 있게 도와주질 않는다. 말로는 싫다싫다 하면서 결국은 다 도와주고, 해결해주는 오베. 까칠함 속에 따뜻함이 느껴진다.

나중에는 이웃집 아이들한테 책도 읽어주고 선물도 주고 하는 산타할아버지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오베. 결국 책의 마지막부분에는 아내의 곁으로 가게 되는데 .... 마지막까지 오베다운 말을 하고 세상을 뜬다.

감동도 있고 웃음도 있는 책. 오베라는 남자 참 매력적이다. 겉으로 볼 때는 참 까칠하고 다가가기 힘들지만 속은 정의감과 따뜻함으로 똘똘 뭉친 남자. 이 남자가 주는 감동이 오래 갈 것 같다.

내일의 행복을 부르는 68가지 방법 [인생은 잇셀프]

인생은 잇셀프 - 내일의 행복을 부르는 68가지 방법
미즈노 케이야.나가누마 나오키 지음, 박재영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5월

'만약 길을 잃었다면 고양이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좋다. 고양이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찰스 슐츠'

이 글로 책은 시작된다. 68마리의 고양이가 주는 메세지, 7가지 카테고리로 '소중한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start, work, adventure, relax, habit, communication, hope. 이렇게 7가지 카테고리이다.

앞면에는 고양이의 사진과 짧은 메세지. 그 바로 뒷장에는 고양이가 주는 메세지에 해당하는 위인의 에피소드와 위인들의 명언이 실려있다. 길지 않은 짧은 글이라서 금방 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다. 68마리의 고양이들의 표정과 제스쳐들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든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엄마미소를 띄며 볼 듯 ....

나는 이 책에서 위인들의 명언이 있어 좋았다. 길지 않지만 짧은 글로 굵직한 메세지를 남기는 명언들.

스스로 다짐을 해야할 때, 나약함을 느꼈을 때 하나씩 찾아 읽으면 좋을 듯 싶다.

이 책은 특이하게 한 장 한 장 뜯을 수 있다. 책 안쪽으로 보면 점선으로 칼집이 나있어서 금방 두두둑 하고 뜯을 수 있다. 계속 보고 싶은 메세지의 경우는 책상앞, 벽면에 두고 계속 보면 된다. 고양이의 사진들로 힐링을 하고, 그 아래 메세지를 통해 스스로 다독거리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격.

엄청난 내용이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메세지를 고양이들과 함께 전달해서인지 일본에서는 140만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책꽂이에 꽂아두고 잠자기 전에 하나씩 읽어보고 싶은 책. 고양이의 사진들 때문에 자꾸 펼쳐보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