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란 무엇일까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체이스 퍼디 지음, 윤동준 옮김 / 김영사 / 2021년 12월

최근 들어 육식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와, 동물권 문제 등에 문제의식이 생겨 책도 찾아보고 소소하게나마 육식 지양 식단을 실천하고 있었는데 ‘세포배양육’이란 개념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동물의 세포를 체취하고 이를 배양하여 고기를 만든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다. 2020년 12월에서야 싱가포르에서 첫 판매 허가를 받았다니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먼 미래에 직접 보기 전까지는 몰랐지 않았을까 싶다.

얼핏 보면 세포배양육 관련 문제와 기술만을 다루는 과학서 같지만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성공적인 푸드테크 스타트업 ‘저스트’의 리더 조시 테트릭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대화체가 많아 읽기도 편했다.) 테트릭 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건 활동가들의 활동과 회사 경영기 등 사건 중심의 전개가 의외였다. 기업형 동물농장 시스템의 해악을 인식하고 동물을 위하는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이들의 신념과 행동력이 참 멋지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배양육은 육식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도살한 고기에서 발견되는 많은 미생물을 피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가장 의외였던 점은 배양육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것이 기술의 부족함이라기보다 국제적인 규제, 정부의 규제라는 점이다.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와의 싸움이 된다. 하지만 이 행성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류의 삶을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비건 기업에게 어느정도 파이를 내주는 것은 당위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전반적으로 ‘고기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바나나든 고기든 감자든 결국 세포 덩어리이고, 세포배양육의 장점을 생각한다면 미래에는 도살한 고기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환경, 식량안보, 동물권 등의 수많은 문제는 이제는 인류가 50만 년 넘게 먹어온 고기에 대해 돌아볼 계기를 충분히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고기를 소스나 양념 맛으로 먹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하는 요즘이었는데 세포배양육은 이런 점에서도 충분히 인류에게 대체제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대체제가 아닌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기후변화와 갈수록 커지는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 항생제에 대한 반감과 지구촌 기아 문제를 마주한 지금, 어쩌면 아주 작은 세포를 이용해 축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큰 도약일지도 몰랐다.

-발효 작용이 치즈나 요구르트,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문을 열었듯, 세포배양이 새로운 형태의 식품을 생산하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이제 주방 바깥의 농업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책임감 있고 양심적인 식품 소비자가 되는 일은 기후위기의 원인인 인간의 역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박주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10월

늘 행복하지만은 않은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 서로가 구원이 되어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저널리스트로서 전하는 책이다. 제목처럼 서로에게 구원이 되어주는 이야기도 많지만, 분노를 자아내기도,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하는 챕터도 있다. 300페이지 가량의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다양한 감정이 오고갔다. 

1장은 흔히 말하는 '인류애 충전'의 챕터다. 요즘처럼 날이 춥고 서로 단절된 시절에 읽으면 눈물이 또륵 흐를 수 있다. 한편 2장~3장으로 들어가면 눈물이 다시 쏙 들어간다. 흉악한 범죄자와 안타까운 사건, 사회현상 등에 대해 다루는데, 이에 단순히 분노하는 것 이상으로 좀더 생산적인 담론이 이루어진다. 4장은 '코로나19'라는 큰 키워드를 가진다. 이 시절이 지나 가기 전 읽기를 추천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을 시작으로 바뀌는 것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인도적인 마음 하나만으로 '히어로'가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고 누군가를 구원하는 것 이야기들은 사실상 전개가 비슷하고 나쁘게 말하면 '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에 매번 눈물 지을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다. 특히나 요즘 같이 함께 힘든 시기는 작은 행동과 말로도 서로에게 '히어로'가 되어줄 수 있는 때이다. 이 책을 통해 지금껏 우리가 어떻게 서로에게 구원이 되었는지 살펴보고, 따뜻한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책이 두껍지도 않기 때문에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용과 분량 외에도 필자가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방식이 정말 뛰어나기 때문에 더욱 쉽게 읽힌 것 같다. 아무래도 뉴스를 진행한 경력 덕분인 것 같다. 언론인으로서 생각이 깊고 인도적이며 사회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저자 덕분에 지금까지 뉴스로 접했던 사건들을 좀더 조심스럽게 살펴볼 수 있었던 독서였다.

용기에도 여러 종류의 용기가 있겠지만, 무서운 상대와 맞서 싸우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자신의 오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이다. 그러므로 참회와 고백에 적극적인 사람은 진짜로 용기 있는 사람이다. -p74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데, 흔히 그렇게 불리는 착한 사람들은 사실은 법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p88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사랑이 유행하는 세계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유지혜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사랑이 유행하길 바라는 작가의 결국은 사랑에 대한 에세이. 평소 에세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정말 기분 좋게 읽었다. 좋은 의미로 정말 '에세이'다운 글이다. 여행을 사랑하는 작가가 이제는 책상 앞에 앉아 색다른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잊고 있었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사랑을 되짚어 보며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랑이 곧 여행(p7)'이기 때문이다. 어떤 감정을 수반하든 결국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에세이에서 매우 공감한 구절인데, 남이 살아 온 이야기는 어쩔 수 없어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게 할 때가 있다. 이 글도 어쨌든 작가 본인의 특별한 혹은 일상적인 살아 온 이야기와 생각이다. 하지만 '어쩌라고'보다는 그런 경험을 소중히 여기고 표현할 수 있는 작가에 대한 동경심을 품게 만드는 글이다. 일상 속에서 많은 사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 파란만장한 사건이 없어도 글을 읽음직하게 만드는 작가인 것 같다.

여러 짧은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2부의 첫장을 채우는 동경하는 여자에 대한 부분이다. '존중과는 가깝고 질투와는 먼(p104)' 이 감정을 누구나 느껴봤을 것이다. 글을 읽으며 내가 한때 동경했던 친구, 선생님 등을 오랜만에 떠올려 보았다. 외에도 책과 서점에 대한 생각, 새로운 일을 하게 된 엄마에 대한 글, 가장 친한 친구의 딸에게 전하는 편지 등 사랑에 대한 작가의 특별한 시각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요즘 같이 짧게나마 가을 날씨를 만끽할 수 있을 때 잔잔한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읽기 좋은 책이다. 또 내용뿐만 아니라 책의 표지와 띠지도 예뻐서 누구에게나 선물하기 좋은 책 같다. 

사랑은 우리의 삶에서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사랑은 늘 충분하다. -p7

책은 어쩌면 한 권짜리 귓속말이다. -p53

이렇듯 봄은 우리가 새해 소망을 포기하고, 기대하는 건 봄밖에 없을 때 비로소 찾아온다. -p91

책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한 권의 열차표이자 섬이다. 몸이 어디에 있건 정신은 책으로 도망칠 수 있는 것이다. -p157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우주적 겸손의 필요

지구를 위한 변론 - 미래 세대와 자연의 권리를 위하여
강금실 지음 / 김영사 / 2021년 9월

책의 겉표지부터 삽입된 일러스트, 인쇄된 글자색까지 초록이 눈을 가득 채우는 책이었다. 눈은 편했지만 마음은 편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구법학이라는 다소 낯선 분야를 공부해온 저자가 한 권의 책을 통해 그 존재 자체로 보호 받을 권리를 갖는 지구를 위해 열렬히 변론을 펼친다. 어려운 용어나 사실 기반의 전반적인 내용들 때문에 읽기 쉬운 책은 분명 아니지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얻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책을 읽는 동안 지금껏 인식하지 못했던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특히 '환경'이라는 단어가 자연을 인간에게 유리한지를 기준으로 바라보는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탄생한 용어라는 점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이처럼 우리의 존재를 가능케 해주는 지구를 위해 새로운 자연관과 더 넓게는 새로운 우주관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이 살 수 있는 이 희귀한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낸 지구를 존재로서 인식하고, 나 자신을 지구의 사용자라기 보다 하나의 '종'으로 사유하며 위기를 자각해야 한다. 즉 '우주적 겸손'을 통해 수십억 년의 세월을 지내 온 자연을 백여 년만에 파괴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자는 법무부 장관의 경력은 물론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법의 영역에서도 움직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4부에서 본격적으로 지구법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변화의 최종 목적지는 법'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환경 문제가 아니더라도 모든 변화는 법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여성의 참정권이나 동성 결혼 등 많은 변화들이 법의 뒷받침을 받으며 견고화되고 있는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저자는 시대의 필요와 변화에 따라 부여된 법인격을 이제는 자연에게도 부여해야 한다고 전한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였지만, 다 읽었을 때의 변화된 사고, 새로 알게 된 사실 등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최근에 동물권에 관심이 생겼는데 나아가 생명권과 자연권 등 더욱 시야를 넓혀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지구 일부를 점유하는 조건 아래 지구와 균형을 유지하던 종으로서의 인류가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 되자 모든 병리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인간 중심적 행성화라 부를 수 있고, 기후변화는 그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39p

우주 이야기는 계속 전개되며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그 이야기에 우리가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이야기의 전개와 해피엔딩 여부는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다. 우주와 지구는 우리와 함께 펼쳐지고 있다. -125p

윤리는 상호 의존적인 개인이나 집단이 협동의 방식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데서 비롯한다. 이러한 협동 방식이 공생이다. -201p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이듦의 가치

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어느 노년의 여인이 평소와 다를 것 없던 한 여름에 자신이 노인이 되었음을 문득 깨닫는 것을 계기로 늙음에 대해 사유하는 에세이다. 지금까지 노년에 접어든 여성이 쓴 에세이를 몇 권 읽어보았는데, 이 책이 가장 늙음 자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책 같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자신의 늙음을 발견하는 날들을 보내던 저자는 '인생의 내리막길'을 어떻게 잘 내려갈지 고민하고자 한다. 특히나 '여성'으로서 늙는다는 것의 의미를 고찰해보고 '여성'으로서 늙는다는 것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까지 함께 돌아본다. 저자는 특히 히피 시절과 여성해방운동 등의 다소 다이나믹한 젊은 시절을 보냈기에 자신의 늙음이 조금 더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러니까 그녀가 회상하는 젊은 시절 이야기가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라는 뜻이다. 그녀의 삶을 채워준 가족, 문학, 친구, 페미니즘 등을 통해 늙음만이 할 수 있는 사유를 보여준다.

앞서 늙음 자체에 대한 사유로 시작하는 책이라고는 했지만, 늙음과 그 늙음이 가져다주는 순간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가령 나이가 들어 현재의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오랜 페미니스트의 감회라던지, '혼자 세계를 여행하는, 땡전 한 푼 없는 젊은 여성'이었던 시절의 회상, 맞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던 전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가르쳐준 것 등 나이가 들어서만 되새겨 볼 수 있는 순간들이 소중히 느껴지기도 한다.

늙어가는 기분을 가감없이 표현하고, 때로는 아쉬움과 분노로 때로는 애정어린 태도로 늙음과 삶을 바라보는 에세이였다. 삶의 어느 시기에 읽어도 충분히 그 가치를 읽어낼 수 있는 '나이듦에 대한' 책이다. 아마 나이가 더 들어 이 책을 읽으면 또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라 세계의 차이임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52p

매일 저녁, 나는 싸구려 와인과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우리가 자매 연대라고 부르던 정겨운 시간과 거리낌 없는 웃으에 취한 채 나의 작은 단칸방으로 돌아왔다. 늘 모든 걸 혼자 견뎌야 한다고 믿었던 나는, 우리는,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 기분 좋게 어리둥절했다. -84p

그렇지만 내가 확신하는 한 가지는, 우리 앞엔 아직도 순수한 웃음,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아무도 쓰러뜨릴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연대의식, 늘 함께한다는 암묵적인 동조 의식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160~161p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