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쓰는 용기 -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정여울 지음, 이내 그림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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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책. 띠지에 '50만 독자를 사로잡은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소개 되어 있지만 사실 정여울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 보았다. 글쓰기 방법에 대한 책이지만, 동시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 있는 에세이 같은 책이기도 하다. 

 

작가를 꿈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심드렁하게 읽었을 지도 모를 책이지만, 꼭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만 글을 쓰라는 법은 없다. 기록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고 나도 가끔 할 말도 없고 이유도 없는데 무작정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정여울 작가는 이것이 글쓰기의 좋은 동기라고 전한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글쓰기론에 따르면 '나의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느껴지는 순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블로그나 sns에 남기는 사소한 글도 자의식 과잉처럼 보일까? tmi일까? 라는 생각에 업로드를 머뭇거리는 순간이 많았는데, 이젠 그런 괜한 걱정은 넣어 둬야겠다. 책 제목은 <끝까지 쓰는 용기>이지만 시작할 용기도 주는 책이다.

 

책 후반의 3부가 본격적인 글쓰기 '수업'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가장 많이 담겨 있다. 글쓰기 설명에 잘 맞는 작가의 다른 글을 발췌한 부분이 많은데 3부를 읽다 보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사실 작가(지망생)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책이겠지만, 편집자를 꿈꾸는 나에게도 꽤 도움이 되었다.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는지도 알 수 있지만 작가에게 편집자는 어떤 존재인지, 좋은 편집자란 어떤 편집자인지 등에 대한 얘기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작가나 출판인을 꿈꾸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책과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 일러스트도 정말 따뜻하고 귀엽다

 

'나 혼자 간직하는 게 나은 이야기'와 '함께 나누면 더 좋은 이야기'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해요.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나의 이야기를 장작처럼 불태워서 다른 사람의 추운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데 써야 한다는 기쁜 의무감을 충족하는 글쓰기가 저의 꿈이에요. (p45)

그러니까 어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과 나도 모르는 방식으로 교신하는 거예요. (p141)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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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카르마 강의 - 삶과 죽음을 넘어 진정한 나를 완성하는 공부
최준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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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에서나 몇 번 들어본 단어였던 '카르마'에 대한 친절한 강의식 설명을 담은 책. 각 챕터가 카르마에 대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인 독자가 카르마에 대해 궁금해 할 것들을 거의 모두 다룬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짧은 챕터가 여러 개 있다. 카르마가 '업보'라고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쉽고 친절하 설명에 카르마에 대해 더 구체적인 관념이 생겼다. 읽다가 의문이 생기면 바로 다음 문단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읽을 수 있는 독자, 즉 카르마 강의를 듣는 학생의 눈높이에 잘 맞춰진 책이다. 

 

솔직히 말하면 카르마에 대한 설명 중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인간 의식과 내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처음이라 재미있는 독서 경험이었다. 일단 카르마가 존재한다는 것에 동의(동의라는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하고 책을 읽으면, 이 '카르마'라는 법칙이 우리가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는지 등 인간 삶의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질 것이다.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될 것이다.

 

카르마 법칙은 결국 도덕적인 인과론이다. 단순히 우리를 징벌하기보다 도덕적으로 일탈했을 때 부정적인 카르마를 더이상 쌓지 않고 남은 카르마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삶의 '궤도를 수정하라고 권하는 것(p29)'이다. 즉 선행 쌓기를 권고하는 법칙이다. 물론 카르마 법칙엔 믿기 어려운 부분도 많지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육신보다 영혼의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 카르마 법칙이 전하는 좋은 메시지다. 카르마 법칙이 전제하는 환생설을 받아들일 수 없어도 카르마 법칙이 권하는 삶의 신조나 태도가 때로 위로가 되거나 삶의 의지를 북돋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카르마 법칙을 거역하고 너무 엇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모든 것을 카르마 법칙이라 해석하거나 의존하여 처음부터 체념하는 것도 좋은 태도가 아닙니다. (p233)

여러분이 지금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더라도 카르마 법칙은 여러분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이 최고입니다. (p276)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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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
이수정.이은진 지음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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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성격장애를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범죄를 분석하는 짧은 책이다. 평소 범죄를 다루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즐겨보기 때문에 더 흥미롭게 읽었다. 성격장애에 대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 따라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다양한 성격장애를 간단히 소개하고 해당 성격장애의 발생 원인, 범죄에 작용한 심리적 기제, 진단 기준 등을 설명한다. 극단의 성격장애가 낳은 비극을 심리적 흐름을 따라 분석한 흥미로운 범죄 분석이었다. 

 

물론 모든 성격장애가 책에 소개된 것 같은 극단적인 비극을 낳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격장애와 범죄심리에 주목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유의미한 담론을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따라서 이 책은 각 성격장애의 특징에 따라 가해자의 일인칭 시점에서 사건을 묘사하기도 하고, 피해자의 일인칭 시점이나 제3자의 시선을 취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성격장애로 인한 심리적 흐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에 가해자의 일인칭 시점은 분명 도움이 되었다. 

 

몇 주 전 <알쓸범잡>에서 분석한 사건을 이 책에서도 접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가해자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뻔뻔한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었는데, 이 책에 따르면 그는 조현성 성격장애의 진단 기준에 부합한다. 물론 성격장애로 그의 잘못을 면책할 의도는 전혀 없지만 조현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의 행동 패턴과 심리를 따라가고 그의 과거력을 추정해봄으로써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챕터였다.

 

우발적인 행위로 보이는 사건도 때로는 오랜 시간 앓았던 성격장애가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성격장애는 결국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 혹은 그 둘의 조합에서 비롯된다. 책의 부제와 같이 '왜 어떤 성격장애는 범죄로 이어졌는가'에 주목함으로써 범죄의 원인을 분석할 뿐만 아니라 나의 성격 또한 들여다 볼 수 있는 독서였다. 

 

완성된 성격이나 완벽한 성격은 존재할 수 없다. 하루하루 어제보다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위해 노력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인가 싶다. (p176)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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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질병과 의료, 명의 이야기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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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의학에 관련된 조선 이야기를 의료시설, 10대 질병, 왕과 질병, 명의, 의학서 총 5개의 주제로 들려주는 흥미로운 역사서다. 이렇게 특정 테마가 있는 역사서는 많지만 질병과 의료에 집중한 만큼 쉽게 접할 수 있는 왕과 조정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의 생활을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역사 지식이 없어도, 역사에 큰 관심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의 예상보다 질병이 역사에 끼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책이 다루는 내용 자체도 흥미롭지만 이렇게 수백년이 지난 후대에 책을 낼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기록을 남겨 두었다는 것이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늘 조선왕조실록의 상세함과 방대함에 놀라곤 하지만 이 책은 왕조실록 뿐만 아니라 갖가지 의학서들에 감탄하게 해준다. 물론 현대의 의학지식이나 근대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보면 웃음이 나오는 진단이나 치료법이 종종 있지만 그만큼 조선인들이 질병과 의료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는 증거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동양의 의학은 사람의 몸이나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과 접근방식부터 서양의학과 다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질병에 대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심열증으로 진단되는 마음의 병, 즉 정신 질환이 일종의 병으로 인식되고 기록되었다는 점이다. 책의 대부분이 육체적 질병에 대한 기록이지만 3장 <조선 왕들의 질병과 죽음>을 통해  마음의 병을 앓았던 조선의 국왕들을 알 수 있었다. 또 종기로 승하한 왕이 많다는 것은 들어본 적 있지만, 기록으로 확인하니 최고의 의료환경에 있었을 왕조차도 종기 하나에 운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에 새삼 인간이 굉장히 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대장금, 허준 정도의 의원들만 미디어에서 주로 다뤄졌지만 조선에는 그들만큼 훌륭한 의관들이 많았다. 승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왕과 백성의 건강을 위하는 마음으로 기술을 닦고 의학서를 편찬한 그들의 고금을 초월하는 직업정신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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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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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로 만나는 하루키는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유머러스한 에세이였다. 사실 '티셔츠를 주제로 하는 에세이가 재미있어 봤자...'라는 생각이 이 책의 첫인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티셔츠 자체보다 '티셔츠를 통해 읽는 하루키(책소개 중)'가 이 에세이의 본질인 것 같아 흥미로운 책이다. 내가 막연하게 갖고 있던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이미지가 책을 읽는 내내 조금씩 바뀌었다. 책소개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에세이는 '진지한데 유머가 넘치고, 트렌디하면서도 고집스러우며, 섬세하고도 감각적인 글'이다. 

 

앉은 자리에서 바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재밌는 내용이고 분량도 티셔츠 사진이 많기 때문에 길지 않다. 챕터마다 자동차, 맥주, 동물, 서핑 등의 테마가 있고 티셔츠 이야기로 시작해 하루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어쩌다보니 모인 티셔츠 얘기인만큼 정제되지 않은 잡다한 이야기이지만 라디오를 듣는 느낌으로 책을 읽는 느낌이라 신선했다. 

 

각 챕터마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메인 티셔츠는 특별한 배경과 소품과 함께 찍힌 사진으로 소개되어 사진 자체를 감상하는 작은 재미도 있었다. '티셔츠' 이야기라고 해서 막연히 우리가 흔히 사는 몇 만원 짜리 티셔츠들을 생각했는데 마라톤 완주 기념으로 받은 티셔츠, 작품 홍보용으로 제작한 티셔츠, 중고점이나 자선매장에서 산 1달러 짜리 티셔츠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티셔츠들을 모으는 취미에 그 스스로가 굉장히 애정을 가지는 것처럼 보였다.(그래서 연재까지 할 수 있었던 거겠지만)

 

티셔츠를 통해 하는 그의 취미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하루키가 좋아하는 것을 잔뜩 이야기하는 에세이다. 티셔츠를 모으는 것 외에 LP판 모으기, 서핑, 마라톤, 재즈 듣기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진 것이 한편으로 부러웠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아는 것을 담담히 늘어놓는 덕에 다양한 분야의 소소한 지식(?)들도 얻었다. 또 가보고 싶은 장소도 몇 군데 생겼다. 

 

하루키가 책머리에서 '이런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전반에 걸쳐 살다 간 소설가 한 명이 일상에서 이런 간편한 옷을 입고 속 편하게 생활했구나 하는 것을 알리는, 후세를 위한 풍속 자료로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한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무언가 큰 의미를 얻고자 하면 아마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애정하는 취미를 가지고, 그 분야에서 꾸준히 새로운 것을 찾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작은 다짐이 생겼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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