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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게일 콜드웰 지음, 이윤정 옮김 / 김영사 / 2022년 5월
평점 :
삶의 많은 부분이 안정되고 편안함만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50대, 게일 콜드웰은 큰 변화를 겪는다. 새로운 반려견과 함께 살기 시작하고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는 더욱 불편해져 간다. 예순에 가까운 나이에 점점 쇠약해져가는 스스로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반려견이 함께하는 생활과 예순에 가까운 나이에 다시 배운 걷는 법, 두 이야기를 중심으로 게일 콜드웰의 에세이가 진행된다.
'물론 우리는 다시 일어난다. 경탄할 만한 일이다. 잔혹한 대규모의 전시 상황에서도, 개인적인 비극 속에서도, 흔하디흔한 고통 속에서도, 절뚝이며 앞으로 걸어가 가게에 가고, 신에게 말을 걸고, 구근을 사고, 다시 나무 심는 방법을 찾는다.'
게일은 6년간 반려견, 부모님, 절친의 죽음을 모두 경험했다. 많은 상실을 겪은 후 게일이 깨달은 것은 우리는 결국 다시 일어선다는 것이다. 실로 한걸음을 내딛는 물리적인 힘만 남아 있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소아마비와 그 후유증이 인생의 큰 요소인 게일에게 한걸음을 내딛는 건 더욱 힘들었을지 모른다. 게일은 그런 아픔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법과 속도로 인생의 후반전을 꾸려나간다. 이는 질병 극복기에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끌어안야아 하는 결핍과 아픔이 있다. 게일은 섬세한 내면 묘사를 통해 '발끝을 보고 하루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자'고 전한다.
'혼자 사는 사람은 각기 다른 층위와 종류의 애착을 자신만의 중요한 이들과 형성한다. 배우자가 차지하는 시공간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게일의 삶을 설명하는 많은 키워드 중 하나는 비혼이다. 게일은 자신이 혼자 살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인연과 관계를 사랑한다. 특히 고관절 수술 후의 지난한 회복과 재활 과정에서 게일을 보살핀 많은 주변인들은 혈연과 결혼 관계 이외의 인연이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타인과의 관계가 게일을 보살필 뿐만 아니라 게일은 혼자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더 보살피고 지지한다. 책 곳곳에서 조정과 수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알코올 중독을 겪고, 때로는 전 애인의 소식을 듣고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런 게일을 도와줄 스스로와, 반려견 튤라, 친구들이 있다.
게일을 설명하는 단어들은 어쩌면 특수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에세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한가지는 보편적이고 확실하다. 60세에 가까워져도 인생은 여전히 불확실하며 우리는 완벽할 수 없다. 이 이세이는 그런 아픔과 상처를 끌어안고 자신의 속도와 방법으로 나아가보자는 따뜻하고 단단한 에세이이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