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시몽 위로 지음, 한지우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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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제로웨이스트 등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생각하는 생활 방식을 실천하고 있는 요즘이다.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의 저자도 마찬가지다. 지구를 기준으로 보면 작은 공간인 자신만의 정원에서 생태다양성을 보존하고 나아가 복구하려 손에 흙을 묻힌 10년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시에서는 꿈꿀 수 없는 널찍한 마당이 딸린 집으로 충동적으로 이사하여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양한 동식물과 공간을 공유하는 삶이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한 정원사의 성공과 실패를 읽어보는 것으로 우리는 자연과 함께 하는 삶에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된다.

 

'자연은 그 혼잡함 속에서 행복해한다. 그것은 자연의 본성이고, 우리가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것을 걸레질 할 수 있어야 하고, 청결하게 유지되어야 하고, 위생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생명은 관상용 도자기가 아니다. 생명은 더럽다. ... 자연은 공허를 혐오한다. 나도 그렇다(91쪽).'

저자가 정원을 가꾸는 방식은 자연이 남기는 흔적은 허용하고 인간이 만들어내는 쓰레기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과일껍질을 퇴비로 사용하고, 이웃들이 버리는 낙엽을 재활용하는 등 인위적인 것을 멀리한다. 그렇게 저자가 깨달은 생명의 원리는 간단하다. 기본적인 틀만 제공해도 자연은 충분히 되살아나며 공허를 채워가는 것이 자연의 본성이다. 저자 개인의 마당에서 10년만에 실현된 생태다양성을 보고 있자면 국가적 차원, 나아가 세계적 차원의 노력이 이룰 수 있는 자연과의 진정한 공존을 기대하게 된다. 

 

'생명과 다양성을 창조하고 싶다고 해서 신이나 부자나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사실, 그저 손에 흙을 조금 묻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116쪽).'

정원을 가꾸면 자연스럽게 많은 동물과 곤충들과 공간을 함께 쓰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도감처럼 그리고 기록했다. 자연의 '금속공예' 같은 곤충에 경이를 느끼고 그려낸 저자 덕분에 그저 '벌레'로 인식했던 많은 곤충의 이름을 처음으로 자세히 살펴보고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색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전문 원예사나 곤충학자 등이 아니다. 그저 '지구 위 작은 한 구석에서 삶은 괜찮게 굴러간다'고 믿는 한 사람일 뿐이다.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이런 믿음으로 지구 한 구석을 푸르게 만드는 저자의 생활을 따뜻한 그림으로 기록한 책이다.

 

지구가 천천히 뜨거워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실천해보려는 요즘, 지구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며 자연이 공허를 채워가도록 돕는 저자의 그림과 글은 즐거운 간접경험이었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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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게일 콜드웰 지음, 이윤정 옮김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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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많은 부분이 안정되고 편안함만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50대, 게일 콜드웰은 큰 변화를 겪는다. 새로운 반려견과 함께 살기 시작하고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는 더욱 불편해져 간다. 예순에 가까운 나이에 점점 쇠약해져가는 스스로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반려견이 함께하는 생활과 예순에 가까운 나이에 다시 배운 걷는 법, 두 이야기를 중심으로 게일 콜드웰의 에세이가 진행된다.

 

'물론 우리는 다시 일어난다. 경탄할 만한 일이다. 잔혹한 대규모의 전시 상황에서도, 개인적인 비극 속에서도, 흔하디흔한 고통 속에서도, 절뚝이며 앞으로 걸어가 가게에 가고, 신에게 말을 걸고, 구근을 사고, 다시 나무 심는 방법을 찾는다.'

게일은 6년간 반려견, 부모님, 절친의 죽음을 모두 경험했다. 많은 상실을 겪은 후 게일이 깨달은 것은 우리는 결국 다시 일어선다는 것이다. 실로 한걸음을 내딛는 물리적인 힘만 남아 있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소아마비와 그 후유증이 인생의 큰 요소인 게일에게 한걸음을 내딛는 건 더욱 힘들었을지 모른다. 게일은 그런 아픔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법과 속도로 인생의 후반전을 꾸려나간다. 이는 질병 극복기에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끌어안야아 하는 결핍과 아픔이 있다. 게일은 섬세한 내면 묘사를 통해 '발끝을 보고 하루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자'고 전한다. 

 

'혼자 사는 사람은 각기 다른 층위와 종류의 애착을 자신만의 중요한 이들과 형성한다. 배우자가 차지하는 시공간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게일의 삶을 설명하는 많은 키워드 중 하나는 비혼이다. 게일은 자신이 혼자 살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인연과 관계를 사랑한다. 특히 고관절 수술 후의 지난한 회복과 재활 과정에서 게일을 보살핀 많은 주변인들은 혈연과 결혼 관계 이외의 인연이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타인과의 관계가 게일을 보살필 뿐만 아니라 게일은 혼자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더 보살피고 지지한다. 책 곳곳에서 조정과 수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알코올 중독을 겪고, 때로는 전 애인의 소식을 듣고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런 게일을 도와줄 스스로와, 반려견 튤라, 친구들이 있다.

 

게일을 설명하는 단어들은 어쩌면 특수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에세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한가지는 보편적이고 확실하다. 60세에 가까워져도 인생은 여전히 불확실하며 우리는 완벽할 수 없다. 이 이세이는 그런 아픔과 상처를 끌어안고 자신의 속도와 방법으로 나아가보자는 따뜻하고 단단한 에세이이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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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주성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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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나 이 책처럼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쓴 책만이 가지는 매력이 있다. 읽는 것만으로도 충만해지는 기분이 든다. <방구석 1열>을 애청하며 주성철 영화 기자가 홍콩 영화 덕후라는 것은 얼핏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책 한권을 빼곡히 채울 정도로 홍콩영화와 홍콩을 사랑하는 줄은 몰랐다. 홍콩을 여행하며 곳곳에서 떠올릴 수 있는 영화의 한 장면과 스타가 있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홍콩영화라고는 정말 유명한 몇 작품밖에 본 적이 없는데도 홍콩에 가고 싶어지는 책이다. 단순한 정보 나열이었다면 그렇지 않았을텐데, 홍콩영화 팬보이의 벅찬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홍콩이란 곳이 궁금해진다. 좋아하는 스타의 단골집에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의 울컥하고 벅찬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며 읽었다.

홍콩 영화 소개와 관광 가이드를 합쳐 놓은 책이라 할 수 있는데, 만듦새까지 예뻐서 언젠가 홍콩에 갈 마음이 있다면 꼭 소장하는 것을 추천한다. 쉽게 얻을 수 없는 관광 꿀팁들도 군데군데 있다. 읽고 나니 괜히 살아본 적도 없는 90년대의 홍콩에 향수가 느껴진다. 마침 <중경삼림> 재개봉 소식이 있어 곧장 예매를 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보는 중경삼림은 또 다른 느낌일 것 같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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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실험실 - 요즘 애들의 생각과 사는 방식
중앙일보 밀실팀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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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라는 말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요즘, 미디어에서 MZ세대를 바라보는 방식을 보고 있자면 도대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싶은 생각이 종종 든다. <밀레니얼 실험실>은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밀레니얼이 아닌 밀레니얼이 직접 전해주는 그들의 이야기를 가득 담은 책.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도 주로 20대의 생활, 고민, 취향, 라이프스타일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사회현상과 밀레니얼의 생각에 대한 짧은 취재기를 모은 것이기 때문에 호흡이 짧아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같은 세대로서 같은 시대를 살아 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임상실험 아르바이트 지원 증가나 무료급식소 이용 등 지금까지 몰랐던 또 다른 밀레니얼들의 사정을 낱낱이 알 수 있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사정들을 면밀히 들여다볼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화제들은 거의 다 다루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20대의 현실과 관심사 등을 폭넓게 취재했다. 그만큼 많은 청년들을 만나고 취재한 것이 보이며,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진단 또한 놓치지 않은 점이 좋았다.




특히 파트4를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낡은 법과 제도가 많이 남아 있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편견까지 팽배하다. 1인가구, 동거, 동성커플, 미혼부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보호할 법과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며 책을 마무리 한다. '청춘'이라는 단어로만 포장되고 있는 20대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더라도 꼭 읽어 봐야 할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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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 -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존재로 살아가기
김광기 지음 / 김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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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낯설고 두려운 존재로 인식되는 '이방인'을 삶의 이상으로 삼고자 하는 저자가 쓴 '이방인'에 대한 사회학 도서. 철학서에 가까운 느낌이지만, 추상적인 개념을 최대한 일상적인 말로 풀어 쓰고자 한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저자는 우선 이방인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고 도전하는 모든 자를 이방인이라고 넓게 정의한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는 노인까지도 이방인이라할 수 있다. 즉 인생을 하나의 여정으로 보고 그 길 위에 서 있는 우리는 모두 이방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방인으로 사는 것을 이상으로 삼을까?

 

이방인은 낯섦을 마주하고, 부딪혀 무너져내려본 자이다. '홀로 됨'의 영광을 알고 즐기는 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이방인'의 삶을 읽고 있자면, 우리 사회는 이방인을 소외시키고 배제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서 무엇이든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토박이'라 여기는 자도 결국은 이방인이 되어야 한다. 이는 물리적 개념의 토박이와 이방인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낯선이를 만나고 인연을 맺어야 하는 현대인에게 '이방인'의 사회학은 좋은 삶의 태도를 제시해 줄지도 모른다.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고 느껴지거나 혹은 방황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이런 교양서 한 권으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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