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여는 국어 수업, 동화로 크는 아이들 창이 환한 교실 3
최은경 지음 / 상상의힘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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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동화로 여는 국어수업, 동화로 크는 아이들>, 최은경, 상상의힘, 2014

동화가 있는 자리

2014.2.26. 우경숙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으면 필독도서 목록이니 추천도서목록이 반짝 주목을 받는다. 학부모나 담임교사가 읽... 싶어하는 욕망을 내려놓고- 다만 아이와 함께 좋은 책을 독자로 즐긴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한 사람이 읽고 공감하고 감동하고 깨우치는 데엔 닥치고가 통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잔소리나 성마른 다그침보다는 한 권의 동화책을 함께 읽는 동안 마음이 움직이는 변화가 일어난다. 아이가 처한 상황, 관계 속에서 욕망과 좌절, 바라고 상상하는 바, 관심이 열리는 지점 등이 맞닿았을 때 한 권의 책은 마법을 부린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말과 글을 배운다. 나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도구로 말과 글을 어떻게 부려 쓸 지 배운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공감하고 이해하는 관계를 배운다. 교실 안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서로 공감하고 갈등을 조정해나갈지 배운다. 이 시절에 꼭 아이들 곁에 있어야하는 것은 동화책, 그리고 함께 동화를 읽어주는 어른이라고 말하고 싶다.

 

최은경의 교육실천이 담긴 책을 읽었다. 여러 번 다시 읽고 갈무리하면서 내가 한 수업, 내가 맺은 관계들을 성찰해본다. 연구가로서 동화를 탐구하고,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동화가 만나는 지점을 실천하고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최은경은 이미 하나의 고유명사로 다가온다. 교육은 명백하게 실천학문이어서 현장에서 동화를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줄탁동시를 꾀한다면 가장 좋은 길일 것이다. 그러나 대개 먼저 아는 이의 조급증은 기다리기 보다는 밖에서 대신 깨어주고 싶어 아이들의 배움의 템포를 앞지른다. 많은 이들의 수업사례를 들어보자면 그 교실만의 공기보다는 교사가 의도가 더 지배적인 경우가 많아 아쉽다.

 

최은경의 사례에서는 유효한 발문은 있지만 교사 개인의 주도에 좌지우지되는 수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말 탁월하다. 가장 현장의 공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유연하게 하나의 이야기를 툭 열어보임으로서 아이들이 봇물처럼 논하고 찾고 깨우치길 가만히 기다려준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말과 글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드러내고 이해하며- 국어교육에서 말하는 통합적 언어사용능력이 확장되는 경험을 한다.

더불어 초등교실의 상황은 첨예한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문제상황을 머리 맞대고 같이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화로 여는 수업을 통해 서로 다름에 대해 인정하기, 감사하는 마음 갖기, 갈등을 다루는 방법 깨우치기, 생각을 말과 글로 드러내기, 이해하고 통찰하는 힘 기르기 등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간의 공감과 이해의 폭을 훌쩍 넓혀놓는다.

 

구성상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으로 구별 지은 사례들을 살펴보자. 낮은 학년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고 받아안아 즐기며 몸으로 드러내는 모습은 생동감 넘친다. 동화 읽기가 즐거운 놀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 아이들은 그 힘으로 꾸준히 책을 찾게 된다. 자고로 책읽기의 기본은 즐거움이다. 함께 즐기고 나눌 친구들이 없다면 <납작이가 된 스탠리>(제프 브라운, 시공사) 이야기 읽기가 이렇게 신날 수 있을까? (57) 자고로 장단이란 메기고 받는 이가 있어야 흥이 사는 법이니.

중학년 아이들은 마음의 결을 살려 인물을 읽고 체험하곤 한다. 이때 책읽기의 즐거움, 배움의 즐거움을 깨치게 해주면 왕성한 의욕으로 책읽기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경계할 것은 강제적 획일적인 독후활동이다. 읽은 후 생각 나누기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게끔 열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3학년 아이들이 작가별 책읽기로 김기정의 동화를 읽고 김기정 동화의 등장인물은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해내는 장면(167)은 경탄을 자아낸다.

높은 학년 아이들은 주제가 뚜렷한 단편작품을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펼쳐보이며 차이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보인다. 아이들이 격렬한 변화의 시기를 겪는 고학년 시절, 학교는 가정 탓 가정에선 학교 탓을 하는 게 다반사이다. <독후감 숙제>(박기범, 창비)를 아이들과 함께 나눈 날, 최은경이 저녁 나절 학부모에 먼저 전화해 말하지 않은 마음을 알아주고 힘을 북돋는 말을 건네는 장면(192)을 읽는데 어찌나 뭉클한지. 선생이나 부모나 아이들 잘 길러내려고 애쓰는 같은 편(?)’인데 이렇게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면 참 좋겠다.

 

연구가로서 최은경의 역량이 눈부시게 발휘된 지점은 마지막 4장이다. 높은 학년 아이들 소그룹으로 문학토론 동아리 책 먹는 두더지활동을 통해 문학토론과 인물을 중심으로 한 동화비평을 한 것이다. 초코, 미씨, 난다, 두지, 곰탱 이렇게 다섯 아이들이 당당하게 서로 다른 결을 펼쳐낸다. 생각을 키우고 펼쳐보이는 배움을 쌓아왔기에 자기 의견, 자기 입장을 담백하게 밝힐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했으리라.

특히나 단편 해룡이’(<사과나무 밭 달님>, 권정생, 창비)를 읽고 미씨가 쓴 글(301)은 문학이 얼마나 우리 가까이에서 힘을 북돋우는 귀한 것인가 다시금 절감하게 한다. 또 아이들이 비평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독자란 새로운 창작물을 자신의 삶의 결에 비추어 저마다의 상을 만들어낸다. 할아버지 숙제’(<멀쩡한 이유정>, 유은실, 푸른숲주니어)를 읽고 아이들이 저마다 할아버지 이야기(327)를 하며 자신의 삶과 자연스레 연결 짓는다. 그 모습은 마치 명절 날 둘러앉은 가족들의 대화마냥 느껴져 훈훈하기까지 하다.

 

교사 최은경의 교육실천을 읽으니 동화수업의 가치로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최고의 책이 될 수 있는 책은 이 세상에 없다. , 내 앞에 내 이야기를 딱 내 맘같이 잘 들어주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좋은 책이 아닐까. 지금은 올해 아이들과의 만남 일 년 살이를 앞 둔 시간이다. 듣는 즐거움, 읽는 즐거움, 공감하는 즐거움을 위해 한껏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한다. 동화가 있는 자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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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경샘 2014-03-0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경숙선생님의 리뷰를 프린트해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화면에서 볼 때도 가슴이 뛰었는데 활자로 보니 더 반가웠습니다. "여러 번 다시 읽고 갈무리하면서 내가 한 수업, 내가 맺은 관계들을 성찰" 해 가는 새싹님의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 한 켠 묵직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십 여년전 경북 예천에서 초임 병아리선생님으로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던 새싹선생님. 아이들과 양로원을 방문하며 실천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새싹 선생님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무엇보다 <동화로 여는 국어수업 동화로 크는 아이들>이 새싹선생님과 같은 눈 밝은 독자를 만날 운명을 가진 채 태어나 행복합니다. 동화가 있는 자리에서 씩씩하고 힘찬 새 아이들과 환한 새봄 맞으시길 기원합니다.
 
주먹곰 웅진책마을
김남중 지음, 김중석 그림 / 웅진주니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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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주먹곰>, 김남중, 웅진주니어. 2013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우경숙(서울영문초)

 

대중의 과학화

7월에 <이고르와 학의 여행>이라는 영화 특별토크- 어린이관객들과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박사님이 함께하는 자리에 갔다. 박사님이 생명다양성 재단에 대해 알리는 말씀을 하자 한 어린이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

박사님은 그 재단을 아들에게 물려줄 거예요?”

재단을 세습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이런 열정을 가진 어린이라면 누구든 물려받았으면 한다고 답하셨다. 초등학생이었지만 세습의 의미를 알고 질문을 하는 데에 놀라기도 했고, 또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멀리 내다보는 지도 살짝 엿보였다. 간혹 어린이책이라고 해서 어린이를 만만히 보고 에둘러 각색해서 표현하는 과학도서가 있던데 아쉽기가 그지없다. 원래 용어대로 밝히고 각주를 달면 될 걸. 과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를 열변하시던 최재천 박사님 말씀처럼 제주남방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에도, 소년 이고르와 친구들이 어린 학 칼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에도 과학은 필요하다. 세상에는 알아야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런가 주먹곰을 지키기 위해 영구자연림 만들기 운동으로 나아간 김남중의 <주먹곰>에 각별한 애정이 간다.

 

김강수와 김강석

주먹곰은 실재하지 않는 동물이다. 하지만 일단 주먹곰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바라보면 인간들이 일으키는 전쟁과 탐욕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생명, 그 생명의 원래모습을 되돌려놓을 수 있고, 또 그래야하는 건 우리 인간이라는 주제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 그 주체로서 어린이인 강수와 어른인 강수 삼촌을 세운 것도 설득력 있다. 어린이 김강수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어른인 삼촌 김강석의 성장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주먹곰 뿐 아니라 다른 멸종위기의 동물, 식물들이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제 힘껏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서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넓혀 나간다.

강수삼촌 뿐 아니라 주먹곰이라는 생명을 바라보는 여러 입장이 나오는데 이것이 이 작품을 풍부하게 만든다. 연구자로서 곰 통역기를 개발한 강수삼촌 김강석, 자본가로서 애완동물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자연의 친구한국지부 회장 마이클 오, <슬픈 주먹곰> 다큐멘터리를 방송해서 사람들과 연대해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알리고 싶은 오 피디, 대대로 내려온 사유지인 꼭지산을 훼손시키려는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수염노인, 오소리부대의 상징으로서 주먹곰을 잡아가게 놔두지 않겠다는 정 상사, 강수로 인해 곰에 대해 더 알고 소통하고 싶어진 우림이도 강수와 한마음이 된다. 주먹곰의 위기를 바라보는 여러 겹의 구조가 볼수록 매력적이다.

 

강수는 여자에요? 남자에요?

강수는 말을 잃은 아이이고, 짧은 머리에 키가 크고 얼굴이 까무잡잡한데다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아이라서- 그동안 어린이작품에서 만나오던 관습적인 여자아이와는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개인적으로 나는 읽는 동안 여자어린이 김강수와 동료선생님 김강수쌤 이름이 겹쳐져 헛갈렸다. 마치 사람들이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이 할머니거북이였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그때와 같이 당황스러웠다. 강수는 누가 봐도 여자이름일 수밖에 없는 뻔한 이름이 아닌 것도 흥미롭다.

 

자연의 친구라서

강수 삼촌은 자연의 친구라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다. 동물을 애완동물로 산업화하는 기업인데 아마도 외동아이인 가정, 일인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요즘 세상이어서 인간관계만으로 부족한 애정욕구를 관리해줄 수 있는 애완동물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의 친구라는 회사는 애완동물의 번식과 판매를 기계화한데다 특별기획 애완동물들을 개발하여 판매 유통시킨다. 상품으로서 동물의 구입과 관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그건 생명윤리, 동물복지, 동물보호에 대해 우리가 무감각해진 때문이다. 꼭지산에 자연의 친구 테마공원을 지으려는 기업의 계획도 자연보다는 잘 관리된 인공자연을 더 애호하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아쉬움도 남지만

강수와 우림이가 곰 동화제를 먹고 곰의 이야기를 다 듣고 통역해주는 노릇을 하는 대목(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 145)이 나온다. 마치 전설처럼 기승전결을 단번에 우리 독자들에게 프리젠테이션하듯 다 알려주는데 좀 맥이 빠진다. 더군다나 주먹곰은 이름이나 자신들 사이의 관계, 성별, 나이가 나오지 않아 막연한 대상으로 다가온다. 주먹곰이 제목이지만 주인공은 주먹곰을 둘러싼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우리교육에서 나온 2007년판 <주먹곰을 지켜라>에 비해 <주먹곰>(웅진주니어, 2013)의 개정판 표지그림이 더 나아보인다. 그림작가 김중석의 난만한 선은 친근하고 정감 있어 이야기로 독자를 이끌어들인다.

아마도 김남중 작가가 하고 싶은 질문은 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가 아니라 당신 곁에 주먹곰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생명윤리, 인간과 자연을 둘러싼 생태적 환경, 시민으로서 어린이들의 연대에 대한 힘있는 생각을 열어주는 뜻 깊은 작품이다. <>

<주먹곰>: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책읽으며 쉬기

2013/08/08 12:56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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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주먹곰>, 김남중, 웅진주니어. 2013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우경숙(서울영문초)

 

대중의 과학화

7월에 <이고르와 학의 여행>이라는 영화 특별토크- 어린이관객들과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박사님이 함께하는 자리에 갔다. 박사님이 생명다양성 재단에 대해 알리는 말씀을 하자 한 어린이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

박사님은 그 재단을 아들에게 물려줄 거예요?”

재단을 세습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이런 열정을 가진 어린이라면 누구든 물려받았으면 한다고 답하셨다. 초등학생이었지만 세습의 의미를 알고 질문을 하는 데에 놀라기도 했고, 또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멀리 내다보는 지도 살짝 엿보였다. 간혹 어린이책이라고 해서 어린이를 만만히 보고 에둘러 각색해서 표현하는 과학도서가 있던데 아쉽기가 그지없다. 원래 용어대로 밝히고 각주를 달면 될 걸. 과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를 열변하시던 최재천 박사님 말씀처럼 제주남방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에도, 소년 이고르와 친구들이 어린 학 칼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에도 과학은 필요하다. 세상에는 알아야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런가 주먹곰을 지키기 위해 영구자연림 만들기 운동으로 나아간 김남중의 <주먹곰>에 각별한 애정이 간다.

 

김강수와 김강석

주먹곰은 실재하지 않는 동물이다. 하지만 일단 주먹곰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바라보면 인간들이 일으키는 전쟁과 탐욕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생명, 그 생명의 원래모습을 되돌려놓을 수 있고, 또 그래야하는 건 우리 인간이라는 주제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 그 주체로서 어린이인 강수와 어른인 강수 삼촌을 세운 것도 설득력 있다. 어린이 김강수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어른인 삼촌 김강석의 성장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주먹곰 뿐 아니라 다른 멸종위기의 동물, 식물들이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제 힘껏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서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넓혀 나간다.

강수삼촌 뿐 아니라 주먹곰이라는 생명을 바라보는 여러 입장이 나오는데 이것이 이 작품을 풍부하게 만든다. 연구자로서 곰 통역기를 개발한 강수삼촌 김강석, 자본가로서 애완동물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자연의 친구한국지부 회장 마이클 오, <슬픈 주먹곰> 다큐멘터리를 방송해서 사람들과 연대해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알리고 싶은 오 피디, 대대로 내려온 사유지인 꼭지산을 훼손시키려는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수염노인, 오소리부대의 상징으로서 주먹곰을 잡아가게 놔두지 않겠다는 정 상사, 강수로 인해 곰에 대해 더 알고 소통하고 싶어진 우림이도 강수와 한마음이 된다. 주먹곰의 위기를 바라보는 여러 겹의 구조가 볼수록 매력적이다.

 

강수는 여자에요? 남자에요?

강수는 말을 잃은 아이이고, 짧은 머리에 키가 크고 얼굴이 까무잡잡한데다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아이라서- 그동안 어린이작품에서 만나오던 관습적인 여자아이와는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개인적으로 나는 읽는 동안 여자어린이 김강수와 동료선생님 김강수쌤 이름이 겹쳐져 헛갈렸다. 마치 사람들이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이 할머니거북이였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그때와 같이 당황스러웠다. 강수는 누가 봐도 여자이름일 수밖에 없는 뻔한 이름이 아닌 것도 흥미롭다.

 

자연의 친구라서

강수 삼촌은 자연의 친구라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다. 동물을 애완동물로 산업화하는 기업인데 아마도 외동아이인 가정, 일인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요즘 세상이어서 인간관계만으로 부족한 애정욕구를 관리해줄 수 있는 애완동물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의 친구라는 회사는 애완동물의 번식과 판매를 기계화한데다 특별기획 애완동물들을 개발하여 판매 유통시킨다. 상품으로서 동물의 구입과 관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그건 생명윤리, 동물복지, 동물보호에 대해 우리가 무감각해진 때문이다. 꼭지산에 자연의 친구 테마공원을 지으려는 기업의 계획도 자연보다는 잘 관리된 인공자연을 더 애호하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아쉬움도 남지만

강수와 우림이가 곰 동화제를 먹고 곰의 이야기를 다 듣고 통역해주는 노릇을 하는 대목(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 145)이 나온다. 마치 전설처럼 기승전결을 단번에 우리 독자들에게 프리젠테이션하듯 다 알려주는데 좀 맥이 빠진다. 더군다나 주먹곰은 이름이나 자신들 사이의 관계, 성별, 나이가 나오지 않아 막연한 대상으로 다가온다. 주먹곰이 제목이지만 주인공은 주먹곰을 둘러싼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우리교육에서 나온 2007년판 <주먹곰을 지켜라>에 비해 <주먹곰>(웅진주니어, 2013)의 개정판 표지그림이 더 나아보인다. 그림작가 김중석의 난만한 선은 친근하고 정감 있어 이야기로 독자를 이끌어들인다.

아마도 김남중 작가가 하고 싶은 질문은 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가 아니라 당신 곁에 주먹곰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생명윤리, 인간과 자연을 둘러싼 생태적 환경, 시민으로서 어린이들의 연대에 대한 힘있는 생각을 열어주는 뜻 깊은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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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주먹곰>, 김남중, 웅진주니어. 2013

원래대로 회복하는 힘

 우경숙(서울영문초)

 

대중의 과학화

7월에 <이고르와 학의 여행>이라는 영화 특별토크- 어린이관객들과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박사님이 함께하는 자리에 갔다. 박사님이 생명다양성 재단에 대해 알리는 말씀을 하자 한 어린이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

박사님은 그 재단을 아들에게 물려줄 거예요?”

재단을 세습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이런 열정을 가진 어린이라면 누구든 물려받았으면 한다고 답하셨다. 초등학생이었지만 세습의 의미를 알고 질문을 하는 데에 놀라기도 했고, 또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멀리 내다보는 지도 살짝 엿보였다. 간혹 어린이책이라고 해서 어린이를 만만히 보고 에둘러 각색해서 표현하는 과학도서가 있던데 아쉽기가 그지없다. 원래 용어대로 밝히고 각주를 달면 될 걸. 과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를 열변하시던 최재천 박사님 말씀처럼 제주남방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에도, 소년 이고르와 친구들이 어린 학 칼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에도 과학은 필요하다. 세상에는 알아야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런가 주먹곰을 지키기 위해 영구자연림 만들기 운동으로 나아간 김남중의 <주먹곰>에 각별한 애정이 간다.

 

김강수와 김강석

주먹곰은 실재하지 않는 동물이다. 하지만 일단 주먹곰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바라보면 인간들이 일으키는 전쟁과 탐욕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생명, 그 생명의 원래모습을 되돌려놓을 수 있고, 또 그래야하는 건 우리 인간이라는 주제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 그 주체로서 어린이인 강수와 어른인 강수 삼촌을 세운 것도 설득력 있다. 어린이 김강수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어른인 삼촌 김강석의 성장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주먹곰 뿐 아니라 다른 멸종위기의 동물, 식물들이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제 힘껏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서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넓혀 나간다.

강수삼촌 뿐 아니라 주먹곰이라는 생명을 바라보는 여러 입장이 나오는데 이것이 이 작품을 풍부하게 만든다. 연구자로서 곰 통역기를 개발한 강수삼촌 김강석, 자본가로서 애완동물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자연의 친구한국지부 회장 마이클 오, <슬픈 주먹곰> 다큐멘터리를 방송해서 사람들과 연대해 영구자연림을 지정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알리고 싶은 오 피디, 대대로 내려온 사유지인 꼭지산을 훼손시키려는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수염노인, 오소리부대의 상징으로서 주먹곰을 잡아가게 놔두지 않겠다는 정 상사, 강수로 인해 곰에 대해 더 알고 소통하고 싶어진 우림이도 강수와 한마음이 된다. 주먹곰의 위기를 바라보는 여러 겹의 구조가 볼수록 매력적이다.

 

강수는 여자에요? 남자에요?

강수는 말을 잃은 아이이고, 짧은 머리에 키가 크고 얼굴이 까무잡잡한데다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아이라서- 그동안 어린이작품에서 만나오던 관습적인 여자아이와는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개인적으로 나는 읽는 동안 여자어린이 김강수와 동료선생님 김강수쌤 이름이 겹쳐져 헛갈렸다. 마치 사람들이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이 할머니거북이였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그때와 같이 당황스러웠다. 강수는 누가 봐도 여자이름일 수밖에 없는 뻔한 이름이 아닌 것도 흥미롭다.

 

자연의 친구라서

강수 삼촌은 자연의 친구라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한다. 동물을 애완동물로 산업화하는 기업인데 아마도 외동아이인 가정, 일인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요즘 세상이어서 인간관계만으로 부족한 애정욕구를 관리해줄 수 있는 애완동물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의 친구라는 회사는 애완동물의 번식과 판매를 기계화한데다 특별기획 애완동물들을 개발하여 판매 유통시킨다. 상품으로서 동물의 구입과 관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그건 생명윤리, 동물복지, 동물보호에 대해 우리가 무감각해진 때문이다. 꼭지산에 자연의 친구 테마공원을 지으려는 기업의 계획도 자연보다는 잘 관리된 인공자연을 더 애호하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아쉬움도 남지만

강수와 우림이가 곰 동화제를 먹고 곰의 이야기를 다 듣고 통역해주는 노릇을 하는 대목(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 145)이 나온다. 마치 전설처럼 기승전결을 단번에 우리 독자들에게 프리젠테이션하듯 다 알려주는데 좀 맥이 빠진다. 더군다나 주먹곰은 이름이나 자신들 사이의 관계, 성별, 나이가 나오지 않아 막연한 대상으로 다가온다. 주먹곰이 제목이지만 주인공은 주먹곰을 둘러싼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우리교육에서 나온 2007년판 <주먹곰을 지켜라>에 비해 <주먹곰>(웅진주니어, 2013)의 개정판 표지그림이 더 나아보인다. 그림작가 김중석의 난만한 선은 친근하고 정감 있어 이야기로 독자를 이끌어들인다.

아마도 김남중 작가가 하고 싶은 질문은 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가 아니라 당신 곁에 주먹곰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생명윤리, 인간과 자연을 둘러싼 생태적 환경, 시민으로서 어린이들의 연대에 대한 힘있는 생각을 열어주는 뜻 깊은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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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탐구 생활 -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55
김선정 지음, 김민준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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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탐구생활>, 김선정, 문학동네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 백석! 너 그렇게 놀다 크게 되겠다.
 
2013.7.19. 우경숙
 자연 속에서 뭐하고 놀지?
 음하하!! 고대하던 여름방학이다. 나는 어린시절 도시도 시골도 아닌 어정쩡한 읍내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맞벌이로 바쁘셨고 자연과 친해질 경험은 드물었다. 내 초등시절 여름방학은 매번 성당 산간학교 밖에 별다른 기억이 없다.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내겐 자연 속에서 한데 먹고 자는 산간학교는 단체생활은 늘 어색하다. 모래밭 곳곳에 친 텐트 행렬, 이른 아침 송창식의 '사랑이야'로 기상음악을 대신했던 수녀님, 일욜에는 뜸하다가 산간학교 때만 놀러오던 낯선 성당오빠들, 청년회 언니 오빠들이 와서 진행을 도와주던 것, 후포 바닷가의 공소에서 너무나 어두워서 무서웠던 밤도 기억난다. 나는 이틀째이면 으례 체하고 배가 아프고 갑갑해서 집 생각이 간절했다. 다들 비치볼도 하고 바다에도 뛰어들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데, 자연 속에서 난 어떻게 놀 줄 몰랐던 것 같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텐트 안에 벌레 들어올까봐 무섭고 정체 모를 부시럭 소리도 거슬렸다. 그때 만약 단체여행이 아니고 혼자 훌쩍 떠났더라면 달랐을까.
그래서인지 자연 속에서 놀 줄 알고 자신만만한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언젠가 책모임에서 누군가 라배도(나배도)라는 남쪽바다 아름다운 섬에 갔다온 이야길 들려주었다. (라배도: 전라남도 진도군의 남서부 해역에 위치한 섬. 조도면 나배도리에 속하는 나배도 羅拜島) 그걸 듣곤 곧장 다른 분이 가족과 함께 라배도로 놀러갔다. 바닷가에선 낚시질도 하고 그 섬 이장님도 만나고 했다고. 나라면 전기 없는 곳에서 뭐하고 놀까 막막하다. 그러고보면 난 모험 결핍인가 보다. 늘 다니는 길로만 다니고 자연과 친해질 기회는 드물고, 방학동안에도 정해진 스케줄 대로만 움직이는 요즘 초등학생들도 장차 나같은 소심녀와 다르지 않을 거 같다. 어쩌지?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이 왔다. 삐삐롱스타킹 이래 이런 녀석은 처음인 듯하다. 반갑고 또 반갑다. 내가 갖지 못한 건 다 갖고 있는 부러운 녀석. 살펴보면 가진 건 넉살과 배짱밖에 없는 열세살 백석이다. 석이는 선 밖을 넘겨다보는 분방함에다 기지를 갖춘 천상 자유인이다. 더군다나 아이들 마음 안에 있는 모험의 씨앗에 불 붙이는 호쾌함이 매력만점이다. 허풍을 잘 떠는데 이것도 참 재간은 재간이다. 그것도 사고가 억눌려있지 않고 자유로워서 그러지 싶다.
삐삐는 어른들이 착한 아이라면 요기까지라고 금 그어놓은 그 금 바깥에서만 노는 아이 같았다. 그렇지만 엄청난 양의 금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 곁에 흔히 볼 수 없는 아이, 상상 속의 아이로 비춰진다.  그런가하면 삼백만두 집 아들 백석이는 하는 말마다 호언장담이다. 맹랑하고 철없으나 알고보면 대인배 중에 대인배이다. 학원을 고박꼬박 잘 다니는 착실한 백석이는 방학 안에서 틈을 내보려 아버지를 설득하고 기어이 바라던 모험을 떠난다는 점에서 현실 속에서 있음직한 아이로 다가온다.
전설의 섬 칠금도
 주인공 백석도 그렇지만 만두가게 알바 하는 한수형과 한수형 할머니도 매력만점 인물이다. 한수형 할머니는 칠금도에서 혼자 살고 계시고 어린 나이에 부모 잃은 한수는 섬에서 뭍으로 학교 다니러 나왔다가 지금 열여섯 나이에 서울 삼백만두집에서 알바를 한다. 한수나 한수할머니는 청승이 없고 되려 자화자찬이 취미이며 열심히 사는 자기자신을 몹시도 사랑한다. 이렇게 자신만만하니 어찌 매력이 없을까. 역시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눈에 보이고 사랑할 수 있다. 칠금도에서 입담 좋고 손맛 좋고 속정까지 깊은 한수형 할머니 하나만 보고 백석과 백호 형제는 섬으로 모험을 떠나기로 정한다.
그리하여 만두 가게 아들 백석과 백호의 칠금도 좌충우돌 모험기는 출발~~! 동생 호가 깐깐하고 야무져서 여간 의지가 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신비한 섬 칠금도에 전설이 없을쏘냐. 그옛날 용굴에서 살던 구렁이가 사람들 손에 마누라를 그만 잃었단다. 그러니 "어디서 우리 마누라 왜 죽였냐? 하고 서방구랭이가 나올까 모르니 나가놀 때는 조심해야써." 하며 한수형 할머니가 전설을 들려준다. 그런다고 작정하고 모험 온 백석 일행이 잠자코만 있을 턱이 없다. 조용하던 섬 곳곳에 제 발자국을 남기고 별별 추억을 다 만든다.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 백석! 너 그렇게 놀다 크게 되겠다.
 가당치 않은
 모험은 무슨 모험? 가당치 않아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학부모라면 이 책을 한번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아이보다는 어른이 미리 하는 걱정과 간섭이 아이들의 상상력까지 가두는 때가 많으니. 혼자 하는 모험, 동생이랑 둘이 하는 모험, 친구랑 하는 모험, 시시한 모험~ 다 제쳐두고서라도 아이들에게 놀이와 휴식을 돈으로 사주는 것 말고 스스로 고르고 짜볼 기회를 주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 궁량껏 놀아보라고.
자! 그럼 준비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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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탐구생활>, 김선정, 문학동네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 백석! 너 그렇게 놀다 크게 되겠다.
 
2013.7.19. 우경숙
 자연 속에서 뭐하고 놀지?
 음하하!! 고대하던 여름방학이다. 나는 어린시절 도시도 시골도 아닌 어정쩡한 읍내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맞벌이로 바쁘셨고 자연과 친해질 경험은 드물었다. 내 초등시절 여름방학은 매번 성당 산간학교 밖에 별다른 기억이 없다.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내겐 자연 속에서 한데 먹고 자는 산간학교는 단체생활은 늘 어색하다. 모래밭 곳곳에 친 텐트 행렬, 이른 아침 송창식의 '사랑이야'로 기상음악을 대신했던 수녀님, 일욜에는 뜸하다가 산간학교 때만 놀러오던 낯선 성당오빠들, 청년회 언니 오빠들이 와서 진행을 도와주던 것, 후포 바닷가의 공소에서 너무나 어두워서 무서웠던 밤도 기억난다. 나는 이틀째이면 으례 체하고 배가 아프고 갑갑해서 집 생각이 간절했다. 다들 비치볼도 하고 바다에도 뛰어들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데, 자연 속에서 난 어떻게 놀 줄 몰랐던 것 같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텐트 안에 벌레 들어올까봐 무섭고 정체 모를 부시럭 소리도 거슬렸다. 그때 만약 단체여행이 아니고 혼자 훌쩍 떠났더라면 달랐을까.
그래서인지 자연 속에서 놀 줄 알고 자신만만한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언젠가 책모임에서 누군가 라배도(나배도)라는 남쪽바다 아름다운 섬에 갔다온 이야길 들려주었다. (라배도: 전라남도 진도군의 남서부 해역에 위치한 섬. 조도면 나배도리에 속하는 나배도 羅拜島) 그걸 듣곤 곧장 다른 분이 가족과 함께 라배도로 놀러갔다. 바닷가에선 낚시질도 하고 그 섬 이장님도 만나고 했다고. 나라면 전기 없는 곳에서 뭐하고 놀까 막막하다. 그러고보면 난 모험 결핍인가 보다. 늘 다니는 길로만 다니고 자연과 친해질 기회는 드물고, 방학동안에도 정해진 스케줄 대로만 움직이는 요즘 초등학생들도 장차 나같은 소심녀와 다르지 않을 거 같다. 어쩌지?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이 왔다. 삐삐롱스타킹 이래 이런 녀석은 처음인 듯하다. 반갑고 또 반갑다. 내가 갖지 못한 건 다 갖고 있는 부러운 녀석. 살펴보면 가진 건 넉살과 배짱밖에 없는 열세살 백석이다. 석이는 선 밖을 넘겨다보는 분방함에다 기지를 갖춘 천상 자유인이다. 더군다나 아이들 마음 안에 있는 모험의 씨앗에 불 붙이는 호쾌함이 매력만점이다. 허풍을 잘 떠는데 이것도 참 재간은 재간이다. 그것도 사고가 억눌려있지 않고 자유로워서 그러지 싶다.
삐삐는 어른들이 착한 아이라면 요기까지라고 금 그어놓은 그 금 바깥에서만 노는 아이 같았다. 그렇지만 엄청난 양의 금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 곁에 흔히 볼 수 없는 아이, 상상 속의 아이로 비춰진다.  그런가하면 삼백만두 집 아들 백석이는 하는 말마다 호언장담이다. 맹랑하고 철없으나 알고보면 대인배 중에 대인배이다. 학원을 고박꼬박 잘 다니는 착실한 백석이는 방학 안에서 틈을 내보려 아버지를 설득하고 기어이 바라던 모험을 떠난다는 점에서 현실 속에서 있음직한 아이로 다가온다.
전설의 섬 칠금도
 주인공 백석도 그렇지만 만두가게 알바 하는 한수형과 한수형 할머니도 매력만점 인물이다. 한수형 할머니는 칠금도에서 혼자 살고 계시고 어린 나이에 부모 잃은 한수는 섬에서 뭍으로 학교 다니러 나왔다가 지금 열여섯 나이에 서울 삼백만두집에서 알바를 한다. 한수나 한수할머니는 청승이 없고 되려 자화자찬이 취미이며 열심히 사는 자기자신을 몹시도 사랑한다. 이렇게 자신만만하니 어찌 매력이 없을까. 역시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눈에 보이고 사랑할 수 있다. 칠금도에서 입담 좋고 손맛 좋고 속정까지 깊은 한수형 할머니 하나만 보고 백석과 백호 형제는 섬으로 모험을 떠나기로 정한다.
그리하여 만두 가게 아들 백석과 백호의 칠금도 좌충우돌 모험기는 출발~~! 동생 호가 깐깐하고 야무져서 여간 의지가 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신비한 섬 칠금도에 전설이 없을쏘냐. 그옛날 용굴에서 살던 구렁이가 사람들 손에 마누라를 그만 잃었단다. 그러니 "어디서 우리 마누라 왜 죽였냐? 하고 서방구랭이가 나올까 모르니 나가놀 때는 조심해야써." 하며 한수형 할머니가 전설을 들려준다. 그런다고 작정하고 모험 온 백석 일행이 잠자코만 있을 턱이 없다. 조용하던 섬 곳곳에 제 발자국을 남기고 별별 추억을 다 만든다. 오지게 놀 줄 아는 녀석, 백석! 너 그렇게 놀다 크게 되겠다.
 가당치 않은
 모험은 무슨 모험? 가당치 않아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학부모라면 이 책을 한번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아이보다는 어른이 미리 하는 걱정과 간섭이 아이들의 상상력까지 가두는 때가 많으니. 혼자 하는 모험, 동생이랑 둘이 하는 모험, 친구랑 하는 모험, 시시한 모험~ 다 제쳐두고서라도 아이들에게 놀이와 휴식을 돈으로 사주는 것 말고 스스로 고르고 짜볼 기회를 주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 궁량껏 놀아보라고.
자! 그럼 준비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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