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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 다큐멘터리 만화 시즌 1 다큐멘터리 만화 1
최규석.최호철.이경석.박인하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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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사람이 하는 일http://phillia0424.blog.me/80148965166 작가는 취재 과정에서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나대진이라는 지회장 한 사람을 살갑게 묘사한다. 몇 년 전부터 살아온 삶과 지회장 선거, 구질구질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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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 다큐멘터리 만화 시즌 1 다큐멘터리 만화 1
최규석.최호철.이경석.박인하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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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 http://phillia0424.blog.me/80148965166

<사람 사는 이야기>, 최규석 외, 휴머니스트

 

                                                MB정부 4년 차, 극심한 피로감

                                                                                                                        2011.12.26. 우경숙 http://phillia0424.blog.me/80148965166

다큐만화? 취재만화?
 새로 나온 책, 다큐만화잡지 <사람 사는 이야기>시즌1. 멋지다. 반갑다. 어찌나 반가운 기획인지 책을 읽고 나서 휴머니스트출판사 누리집에서 이 책의 기획과정을 찾아 읽어보기도 했다. 기록문학과 만화의 찐한 만남이다.

 최규석의' 24일 차', 최호철의 '철망 바닥', 이경석의 '단돈 5만원' .... 냉기 가득한 지금 여기에서 삶을 생생하게 목도하게 만든다. 시즌 1에서는 모두 모아 열 두 편의 작품이 실려있지만 '24일 차'만 언급하려고 한다. 작가 최규석의 취재만화 '24일 차', 삼화고속 파업 일지를 담고 있다. '지금 여기'에서 '의미 있는 삶'을 지키려면 신자유주의의 태클을 어떻게 비켜가야 할까?

 

현장성 확보
  기자도 아닌데 작가가 취재를 하고 만화작업을 한다? 취재만화. 드라마작가도 취재를 하고 소설작가도 취재를 하며 만화작가도 당근 취재를 한다. 현실을. 낯설지도 모를.. 구체적 현장의 목소리를 콘텐츠로 우리 이웃의 삶을 직시하는 눈이 된다? 작가는 나보다 더 섬세하게 현장의 결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가졌다.

 취재하고 있는 작가를 그대로 등장시키니, 나도 여기 현장에 있는 기분~ 취재만화- 민주노총 삼화고속 지회. 르포적인 노동현실이다! 하종강 선생님, 이한 노동전문 변호사를 만화 속으로 척척 불러들여 노동운동 현실을 설명하게 한다. 노동조합 현실과 파업 장기화에 따른 전망 등은 각주로 처리할 수도 있다. 다른 전문가를 등장시켜 이해를 돕는 것은 보다 현실감 있고 친근하다썩 괜찮은 설정이다. 취재하고 있는 작가 자신도 그대로 등장한다. 삼화고속 파업 현장. 르포적인 노동현실!

 

24일차. 막막함 가운데 기운찬 희망
 파업 24일차,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으로 불안하던 그날 그 마음이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고속버스 기사들의 파업, 시민의 발이 묶인다며 무책임하게 노측만을 압박하기 일쑤인 언론. 게다가 삼화고속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노선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 찬반 투표로 파업에 돌입한다. 삼화고속이라는 회사가 생기고 45년만에 처음으로 하는 파업이란다. 길잡이를 해야 할 지회장의 부담감은 클 수 밖에 없다.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생활고로 압박을 피하지 못할 입장인 노동자 측. 며칠 뒤 날아온 소식, 드디어 "2011년 11월 15일 삼화고속 노사는 그간 무책임과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인천시의 중재로 교섭을 타결했다. 파업 37일만이었다."(38P)

 

노동, 사람이 하는 일

 작가는 취재 과정에서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나대진이라는 지회장 한 사람을 살갑게 묘사한다. 몇 년 전부터 살아온 삶과 지회장 선거, 구질구질 혹은 위협적인 함정과 노조 파괴 공작들에 꼼꼼하게 대처해나가는 모습들. 그쪽이나 이쪽이나 참으로 꼼꼼하다.ㅎ 이렇게나 시시각각 태클을 피하면서까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미 있는 삶, 의미 있게 살고 싶으니까"(28P)라는 나대진 님의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몇 가지 일화를 통해 나대진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한다. 에쿠우스, 본전 생각, 라이터 일화. 우선 '무늬만 에쿠우스' 일화는 풍자적이다. 이렇게 통렬한 풍자, 오랜만이다. 에쿠우스 흑색선전을 꾀하던 사측의 황망함을 상상하며 푸핫.  

 게다가 '본전 생각'일화는 또 어떤가? 횟집에서 지회장 선거유세 때 일이다.

"동지 여러분, 선거 때 일주일만 대접 받겠습니까? 아니면 3년 동안 대접 받겠습니까?

제가 이거 돈 내고 나면 당선이 돼도 본전 생각 나지 않겠습니까?

천원도 좋고 만원도 좋습니다. 십시일반 해주시면 부족한 건 저희가 내겠습니다."

다 사람 대접 받으려고 지회장 뽑아 나 대신 세우는 거 아닌가. '십시일반'의 본래적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장면. 신뢰는 바로 이렇게 쌓아가는 거구나. '아, 이 사람은 진실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이터는 공적 소유물이다.' 라이터의 다양한 쓰임을 생각해보았는가? 섬뜩하다가 마지막 노조 지회 사무실 씬에서 조직부장과 대화를 보면서 역시 라이터는 '참으로 쓸모가 많다'는 데에 끄덕끄덕한다.

 

나대진 님의 안부가 궁금하다.

 만화를 덮고 나니 '나대진' 삼화고속 지회장. 규석 작가 표현에 따르면 풍채가 장수와도 같다. 백일섭 닮았다는 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노사가 타결된 합의를 하였다고 보도된 37일차 이후의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삼화고속 노조'라고 검색창에 치니 바로 나대진 (삼화고속 노조 지회장) 인터뷰가 포함된 동영상 뉴스가 나온다. 여태 그 회사 사정이 그대로 고전 중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찾아보니 역시 그렇다. '규석 작가님의 뎃셍이 이렇게 사실적일 줄이야' 감탄하며 뉴스 동영상을 보았다. 실제 나대진 님의 처진 듯한 눈매와 유난히 두툼한 손등과 등과 어깨의 선을 보았다. 만화 속 나대진님과 인증 100%! 다큐만화 시즌 2에서는 규석 작가님이 우리에게 또 어떤 사람을 만나게 해줄 지 기대된다.

 

24일 차 혹은 4년 차의 막막한 피로감을 털고

삼화고속 파업 24일 차. 37일 차에 파업은 일시정지되고 노사는 합의한 듯 보이지만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은 계속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4년 차이다. 이명박 정부 취임식이 2008년 2월 25일이었으니 말이다. 이제 만 4년에 가까워진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드라마 속 이도의 이 말이 피부에 와닿는 4년의 시간이었다. 이명박 정부 이후의 삶을 생각한다. 어려움은 계속 되겠지만 사람 대접 받을 수 있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함께 일굴 수 있는 정부를 만나고 싶다. 그런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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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humanistbooks.com/book/bookView.aspx?bookcode=NC000148&page=1&btype=comics&otype=date&cntTF=T

1. 다큐멘터리 만화 프로젝트
기록 문학과 만화의 찐한 만남!

1) 24일차 /최규석 지음
삼화고속 노조의 파업 24일차 되는 날, 작가가 파업 현장에 찾아가 노동자들과 삼화고속 지회장 등을 만나며, 노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취재한다. 전형적인 방법으로 노조를 무력화했던 삼화고속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하루 24시간 운행하면서 시급은 4,727원. 격일제 15일 근무.

문제의식을 느낀 삼화고속 노동자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동료들을 만나며 생각과 뜻을 모은다. 시급 900원 올려 달라는 노조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파업 24일 차, 파업은 장기화로 치닫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 지회장의 마음은 어지럽기도 하다…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C036452266700AFFE5B6977D5A4B782B3374&outKey=V1281b84a390fda5f04e10ca7a62a587c3a58d28ac9f81b0b128c0ca7a62a587c3a58

뉴스동영상>

파업 37일차에 타결된 합의안을 삼화고속 사측이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2011년 12월 16일 현재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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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없는 동화책 창비아동문고 265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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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없는 동화책>, 김남중, 창비,2011

http://phillia0424.blog.me/80145993083 

                       <동화 없는 동화책>이 필요한 세상이다.

우경숙

 

 2011 어린이삶을 담아낸 르포

아프고 시린 동화 <동화 없는 동화책>을 읽었다. 서걱거리는 2mb 현실 안에 살고 있는 어린이 생태보고서! 김남중 작가의 전작 <미소의 여왕> 때도 주위 사람들에게 격찬했지만, 늘 김남중 작가의 작품은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준다. 이번엔 리얼다큐 혹은 신자유시대 사는 어린이 르포같은 단편 여섯 편! 이 시대 작가 김남중님께 마음으로부터 박수를 보낸다!! 오승민의 일러스트도 현실감 있는 서사에 실감을 더한다.

 

울기엔 좀 애매한, 초등버전

<울기엔 좀 애매한>(최규석, 창비)이 입시준비라는 현실에서부터 이미 신자유주의가 족쇄처럼 발목을 잡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입체감 있게 그렸다면, <동화 없는 동화책>(김남중, 창비)이 그려내는 세상은 더 섬뜩하다. 생존의 문제에 발목을 잡힌 건 초등시절 아이들도 마찬가지라는 현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면 다 고만고만한 게 아이들 삶 같지만 조금만 한발짝 다가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을 견디고 있는 자체가 용한 아이들도 여럿이다. 초등학생들들이 어른들로부터 보호 받아야할 나이에 너무 일찍 생존에 대해 위기를 느끼고 직면해야 한다는 것은 유년기의 낭만과 꿈을 통채로 압류 당한 기분이다.

 

 참회합니다. 내가 돌보지 못한 아이들

내가 돌보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한 아이들이 떠오른다. 개인의 힘만으로 가정의 보호만으로는 현실의 거센 바람을 견디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바람 숭숭 들어오는 막사같은 데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게 자라나는 아이들 마음에 얼마나 큰 생채기를 남기는가! 

 사회 복지의 수준이 아직 미약하여 내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인 아이들을 해마다 제법 만난다. 우리 반에도 내 마음을 온통 안쓰럽게 만드는 위기 가정의 어린이가 있다. 고작 4학년인 이 녀석이 감당해야되는 현실은 어마어마하다. 오래전부터 조부모가 부양하던 가정인데 조모가 암 말기 판정을 받고 두 분이 지방 기도원으로 자연요법 요양 차 내려가 계신다. 그 녀석은 자기 몸 하나 건사하는 걸로 부족하여 뇌출혈로 몸이 불편하신 아버님마저 이래저래 돌봐드려야 한다. 어머니는 본 적이 없다고 하고. 이 녀석은 늘 무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어 참 속을 알 수 없다. 학기 초 내 추천으로 지역아동센터에서 방과후부터 저녁 시간까지 보내고 있다. 남자아이지만 소풍 날이면 제 김밥을 제 스스로 싸온 경력에 이제껏 4년째인데 '아버지가 제 김밥을 맛있어 하나? 안 하나?'가 녀석의 최대 관심사이다. '김밥꺼리 장보는 건 누가 하냐'니까 아버지가 인터넷으로 주문하셨다고 한다. 휴~~! 이렇게 생존의 조건이 제일 걱정거리인 이 녀석에게  공부의 목표는 애초부터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성적은 하위권이다. 이 아이의 자존감을 세워주느라 봄소풍때도 이 녀석 김밥을 먹어보고는 "우와~~ 여태 내가 먹어본 김밥 중에서 최고다."하고 너스레를 떠는 게 고작 내가 하는 일이다. 그러면 이 녀석은 소리도 없이 배시시 웃다가 "선생님, 이거 제가 오늘 아침에 직접 싼 거에요" 그런다. "김밥집 김밥이랑은 비교도 안 되는 걸."하며 연신 주워먹는 나.ㅎ

 

 생존의 장에 내몰린 아이들

 '수학왕 기철이', '날아라 장수풍뎅이', '마지막 손님', '혼자가 아니야', '그림 같은 집', '크로마뇽인은 동굴에서 산다'. 여섯 단편을 읽으며 마음이 아려온다. 나 역시 모두 충족되지 않는 욕구에 불만에 차서 '부모님 해주시는 밥 먹고 사는 시절이 좋은 거'란 어른들 말씀 귓등으로 들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밥벌이의 힘겨움 따위 내가 꿈꾸는 낭만적 미래와는 다른 세상인 걸로 알고 철없이 자랐다. 그런데 요즘은 부모님 해주시는 밥 먹고 지내는 십여년 세월을 못 누리고 사는 아이들이 많다.

 

 몇 해 전 대형 마트에서 장난감을 훔치다 보안팀에 잡혀서 학교로 연락이 온 제자 'ㅅ'이 생각난다. 그날 그 녀석을 찾으러 마트에 갔다가 집에 데려다주었다. '아 이녀석은 이런 쪽방에서 엄마랑 이렇게 내팽겨진 채 용케 견디고 있었구나', 나는 담임 선생이란 사람이 방과 후에 남겨 구박하면서 지냈구나 싶었다. 몇 달이 가도록 이 아이의 실존은 만나지 못하고 그저 문제 풀이만 해대면서 대단한 도움이라도 주는 양 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다행히 지역아동센터가 가까이에 새로 생기면서 이 곳에서 이 아이의 이발이며 목욕이며 깨끗한 옷을 챙겨입는 일, 아토피를 치료받는 일 등의 돌봄이 아이를 조금씩 달라지게 만들었다. 다른 학교로 근무지를 옮긴 후 통 말이 없던 아이가 내게 학교로 편지를 써 보낸 날, 미안함에 눈물이 났다. 어른이 너른 시야로 어른 노릇을 못하고 '여태 살면서 내 앞가림만 하고 지냈구나' 싶은 마음에 부채감이 밀려왔다.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이 책에 나오는 씩씩한 여섯 친구들을 위해 여섯 가지 소원을 빌어본다.

 

'수학왕 기철이'에게 기적이!

기철이가 가계부를 보면서 아무리 궁리해도 옥탑방을 전전하며 사는 가족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부모님이 숨만 쉬고 백십년 일해야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인정하고 난 후에는 어떤 삶이 이어질까? 기철이가 잘하고 좋아라 하는 수학학원이나 수학 과외는 '있는 자들의 몫'이라는 현실을 씁쓸하게 인정한 기철이. 최근 저소득층 교육을 위해 1500억을 기부했다는 안철수 박사님의 기금이 기철이에게 전해지길. 그래서 기철이를 수학 영재로 기르는 데 나라와 사회가 힘을 모아줬으면.

 

'날아라 장수풍뎅이'의 강건이에게 기적이! 

 실직 당해서 생계를 위해 학교 앞에서 몰래 장수풍뎅이를 팔다가 도망 갈 수 밖에 없는 강건이 아버지. 잘 생기고 키크고 힘세고 부지런한 강건이 아버지(30P). 강건 아버지가 주 5일제 수업이 시작된 강건이네 초등학교에서 환경교육 강사로 또는 체육 강사로 아이들과 가정도 지키고 환경을 지키며 자식 앞에 부끄럼 없이 살 수 있길.


'마지막 손님'의 선미에게 기적이!

 기름이 유출된 사고를 일으킨 대기업이 그간 지역민들에게 생업에 피해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보상금이라도 얼마간 내놓았으면. 그래서 회 장사 대신 라면 장사를 하던 그간의 손실이 복구되었으면. 슬퍼할 새도 없이 '세븐 스타'를 떠내보낸 선미에게 남자친구든 열중할 수 있는 취미든 다른 마음 붙일 곳이 생겼으면.

 

'혼자가 아니야'의 이랑이에게 기적이!

 조손 가정인 이랑이와 할아버지. 할아버지 말씀 "언제는 돈 걱정 안 하고 살았나? 죽어야 그 걱정 끝나지."

면사무소에서 붙인 산불 감시원 모집에 이랑 할아버지가 쓴 지원서

 "손녀와 둘이 먹고 사는 데 먹고 살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가스가 떨어졌습니다. 연탄도 몇 장 없습니다. 꼭 뽑아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이랑 할아버지는 박원순 서을시장을 만나 사람 사는 세상, '서울시를 공동체로 만드는 마을 만들기' 제안에 참여 하길. 조손 가정 아동 방과 후 돌봄을 함께 맡아하는 복지관이 마을에 생겨서 이랑 할아버지가 인자한 미소로 아이들을 맞길. 때론 이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구비구비 옛이야기 들려주며 달래줄 수 있길. 함께 동네 뒷산을 오르며 어린 친구들과 사는 이야기 나눌 수 있길.

 

 '그림 같은 집'에 나오는 영산이나 '크로마뇽인'에 나오는 누나와 동생에게는 차마 무슨 소원을 빌어야할 지 모를 만큼 참혹하다. 내가 겪어볼 수 없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현실을  견뎌내고 있는 어린이들, 그들의 삶에 옛이야기 속 복처럼 응당 받을 만한 복이 눈처럼 내려 덮이길 기도해본다. 슬프다. 그렇지만 더 많은 어른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동화이다. 다시 한 번 작가님께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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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뒤집어 쓴 도깨비 -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주는 신기한 옛이야기
서정오 글, 최용호 그림 / 토토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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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illia0424.blog.me/80145986294 

<똥 뒤집어쓴 도깨비>, 서정오, 토토북 

 

 "하늘복숭아 따면 제일 먼저 누구 줄~~까?"

 우경숙



 이야기와의 만남은 곧잘 아이들 상상력을 자극한다. 함께 입말로 말하고 듣는 이야기수업은 아이들과 만남을 더 값지고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자, 책상 위의 모든 물건을 치우세요" 하면 아이들은 "야! 이야기야 나오너라 시간이다!" 하며 함지박만한 웃음을 짓는다. 이야기 한 자락 꺼내어 함께 나누는 동안 아이들 마음과 내 마음을 충만한 일체감을 느낀다. 이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는 드물다. 이렇게 아이들 기대가 높은 반면 내 이야기주머니는 늘 고만고만해서 늘 고민이다. 이야기주머니가 늘 찰랑찰랑대면 좋을 텐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하교하고 빈 교실에 있을 때 나는 '어디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 없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올해 아이들과 나눈 중 기억에 남는 옛이야기는 <아기장수 우투리>, <팥이영감과 우르르산토끼>, <호랑이가 준 보자기>, '땅속나라 도둑괴물'(<세계민담전집1 한국편>), '저승사자 맞는 법(<세계민담전집1 한국편>)', '소원을 풀어주는 그림'(<옛이야기 들려주기>), '하늘에서 빌려온 복, 차복이 이야기(<세계민담전집1 한국편>)'와 같은 민담이나 우리 신화 '조왕신 여산부인과 문전신 녹두생이', '저승차사 강림도령' 등이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다. 서정오 선생님이 입말체로 부려쓴 옛이야기는 오래 신어 딱 맞게 편한 신발처럼 익숙함을 준다.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주는 신기한 옛이야기 스무 고개 <똥 뒤집어쓴 이야기>를 읽었다. 이 책에는 호랑이 이야기, 도깨비 이야기, 여우 이야기, 귀신 이야기, 저승 이야기, 신비로운 꿈 이야기, 신기한 물건 이야기, 하늘나라 이야기, 다른 세상 이야기, 원수 갚는 이야기 등이 실려있다. 기대감을 안고 책을 펼쳐 야금야금 읽으면서 금새 부자가 된 기분이다. 처음 읽을 땐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두번 째 읽을 땐 아이들에게 이걸 들려주면 어떤 반응일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본다. 이건 흐린 날 교실 불을 끄고 블라인드까지 내려서 조도를 낮추어 긴장감 있게 들려주면 좋겠구나, 이건 옥상정원 정자에 모여 앉아 들어보면 어떨까? 이건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이어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주면 좋겠구나.

 

 우선 '똥 뒤집어쓴 도깨비'(25~29쪽)이야기를 참 재미지게 읽었다. 옛이야기 주인공 중에는 '워킹 푸어(?)'가 많다.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나 늘 끼니 걱정 면하고 살기 힘든 백성. 그런데 이야기의 주인공인 가난한 농사꾼은 끼니 걱정만 걱정이 아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해 두 해 흉년이 들고보니 나라 쌀을 꿔다먹게 되고 이리하여 빚이 자그만치 쉰 섬인 처지이다. 이만 하면 농사꾼의 사정을 돌아볼 리 없는 원님의 호령이 불 보듯 뻔하다. 가진 건 없고 나랏빚까지 쉰섬을 진 이 농사꾼에게는 무슨 뾰족한 대책이 있을까? 마침 서울미아리 도깨비가 이 가난한 농사꾼을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야기를 찾아읽는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줄거리 스포일러(?)는 여기서 삼가겠다. 복은 정말 절실한 사람에게 절실한 순간에 찾아온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복숭아 따러간 총각'과 '하늘복숭아 따고 돌아온 새 신랑'(95~106쪽), 이 두 편은 연작이다. 어느 산골에서 눈먼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총각이 주인공이다. 눈먼 데는 하늘복숭아가 약이라 한다. 그리하여 총각은 하늘복숭아를 구하러 길을 떠나게 된다. 좋은 것, 귀한 것을 보면 늘 가족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천신만고 끝에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는 하늘복숭아를 얻은 총각은 이런 마음을 먹는다.

"이건 우리 어머니 드리고."

"이건 우리 임금님 드리고."

"이건 우리 백성들 드리고."

 귀한 하늘복숭아를 눈앞에 두고도 욕심에 눈이 어두워지지 않는 총각이었기에 하늘복숭아 가까이 갈 수 있었을 법하다. 온나라 백성 중 눈먼 사람들에게 하늘복숭아를 나눠줄 마음을 절로 먹는 마음, 그 마음이 귀하다. 그나저나 하늘복숭아를 구하고 돌아온 다음에도 삶은 계속 되고 오히려 더 큰 위기가 찾아온다. 하늘복숭아 따고 돌아온 새 신랑은 임금님이 내리는 3단계 미션을 해결해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 결혼한 이후에 위기를 해결해야만 하는 신랑은 '우렁각시'의 신랑, '나무꾼과 선녀'의 신랑도 그렇다. 다행히도 신랑은 조력자들의 지혜를 빌려 무사히 위기를 넘긴다. 총각을 위해 지혜를 모을 사람이 셋이나 총각 가까이에 있다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지극한 마음 그뿐이 아닌가!

 

 값진 옛이야기 새로 엮어 책으로 펴내주신 서정오 선생님께 늘 귀한 자극과 영감을 받는다. 새로 알게 된 이야기 중 '하늘복숭아 따러 간 총각 이야기를 다음 주에 우리 반 아이들과 나누어보고 싶다. 또, 옛이야기 가치 알아보고 즐기는 수업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 남부모임 선생님들과도 나누고 싶다. 무엇보다 우리 딸아이에게 오늘밤 도란도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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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뒤집어 쓴 도깨비 -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주는 신기한 옛이야기
서정오 글, 최용호 그림 / 토토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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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뒤집어쓴 도깨비>, 서정오, 토토북  "하늘복숭아 따면 제일 먼저 누구 줄~~까?" 우경숙 이야기와의 만남은 곧잘 아이들 상상력을 자극한다. 함께 입말로 말하고 듣는 이야기수업은 아이들과 만남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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