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엇 - 175년 동안 바다를 품고 살았던 갈라파고스 거북 이야기 보름달문고 45
한윤섭 지음, 서영아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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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blog.naver.com/phillia0424/80191802540

 

<해리엇- 175년 동안 바다를 품고 살았던 갈라파고스 거북이야기>, 한윤섭 글, 서영아 그림, 문학동네, 2011
 

너의 원래 마음을 잊지 마!

2013.6.11. 우경숙 (서울영문초 교사)

 

고전이 될 작품, 해리엇

  어린이문학 동네에도 자고 일어나면 신작이 쏟아진다. 좋은 책을 만나면 곁에 두고 거듭 읽으며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 글에서 더 덜어낼 데가 없이 덜어내려던 상허 이태준을 보아도 말과 글에 있어 절제는 중요하다. 우리의 일상 자체가 소란 가운데 있다. 그래서인지 문장이 간결하고 단아한 한윤섭의 작품이 좋다. 주제를 은근하게 품고 있어 더 좋다.  

 이원수, 현덕, 이태준의 작품처럼 새로운 고전이 될 작품은 무엇일까. 나는 어린이문학의 고전으로 남을 작품으로 <해리엇>(한윤섭, 2011)을 꼽고 싶다. 한윤섭 작가는 <해리엇>에서 작가의 말을 쓰지 않았다. 작품 안에 이미 할 말을 모두 했다는 것인지 궁금하기가 짝이 없다. 작가님을 만나서 묻고 싶어질 만큼. 도대체 이 이야기의 씨앗은 어디에서 왔으며, 낯선 곳에 던져진 찰리같은 우리 어린이에게 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어른이 주는 온기

<해리엇>은 동물사회 이야기를 하는 듯 하면서도 묘하게도 사람들이 공동체성을 잃어버리기 전의 그 마음을 불러낸다. 동물원 안의 서로 다른 생명들이 충돌하는 공간에서 죽음과 공생, 자유와 존엄, 잃어버린 고향 같은 주제들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다 읽고 나면 아름답고 따스함이 전해진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면 더 깊고 풍부해질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동물원의 최고 연장자 해리엇이 보여주는 어른의 미덕 보면 많은 생각이 오간다. 조력자로서 어른은 어린이의 문제를 대신 나서 해결하는 자가 되면 안 된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며 마음의 힘을 불어넣는 것은 어른의 몫이다. 또한 어른이 된다는 건 세상에 대한 책임을 나눠지는 것이다. 나날이 파편화 되고 있는 요즘 울타리가 되어주던 어른의 손길 더욱 그립다.  

 

누군가는 바다를 만날거야

 해리엇은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갈라파고스 거북이다. 찰스 다윈은 비글호 항해를 떠나 갈라파고스 섬(거북섬)에 갔다. 그 섬에서 핀치새와 갈라파고스 거북을 보고 달라진 자연환경에서 사는 생물은 다르게 진화한다는 <종의 기원>을 떠올렸다 한다. 다윈이 영국으로 돌아올 때 '가져온' 거북이 바로 해리엇이다. 후에 '다윈의 거북' 해리엇은 호주 퀸즐랜드 동물원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다가 2006년 6월, 175살로 숨진다. 175년이라니 정말 까마득한 시간이다. 알고 보면 해리엇은 갈라파고스의 거북이지 '다윈의 거북'도, '동물원의 거북'도 아니다. 

  

 해리엇이 '인간이란 다른 생명에게 고통을 주면서도 웃을 수 있는 존재'(109쪽)라는 것을 아는 순간! 인간은 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해리엇은 동물원의 구경거리로서 삶을 받아들여야 했다. 설혹 그들이 자신을 해리리고 부르거나 말거나 살아남는 게 중요했다. 거북이든 인간이든 생물에게 생존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을까. 어쨌거나 비글호에 억류(?)되었던 마흔 여섯 마리 거북 중 해리엇만이 살아남았다. 

"너무 절망하지마. 살아남으면 돼. 그게 거북의 일이야."(122쪽)

"모두 갈 수는 없어도 누군가는 바다를 만날 거야."(123쪽)  

 어릴 적 해리엇은 사람의 배에서 제 혼자 힘으로 살아남은 게 아니다. 더 먼저 살아온 어른 거북들의 목숨에 빚지고 있다. 생명은 이렇게 순환하듯 쇠하고 나고 자라고 쇠하고 하는 섭리 안에 있다.

 

 우습게도 동물원에서는 '다윈의 거북'을 수컷으로 알고 오랜동안 해리라고 부르다가, 뒤늦게 유전자 검사 결과 암컷으로 밝혀져 해리엇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Harriet: grand old lady of zoo) 사람들에겐 '다윈의 거북'이라는 관광적 소용이 중요할 뿐이니까. 관계에서 일방성은 마주 설 수 없다. <해리엇>을 들려주다가 아이들에게 "동물원의 아들 테드와 어린 원숭이 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으니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서로 마주하는 관계를 맺어야 우리는 그의 존재를 인식하고 알아볼 수 있게 된다.

 

너의 원래 마음

 아이들과 함께 있다보면 나무라는 말을 자주 한다. 특히 거칠고 위험한 행동을 할 땐 더 그렇다. 아이를 꾸짖기도 쉽지 않지만, 믿어주고 품어주는 건 더 어렵다. 아이가 자라는 데는 꾸지람도 필요하지만 있는 그대로 포용해주는 너그러움도 필요하다.

어른이나 아이나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잃어가는 것은 왜일까. 개코원숭이 스미스는 완력을 사용하여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려든다. 어린 원숭이 찰리가 우연히 손에 넣은 열쇠를 스미스가 앗으려는 것도 다 지배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스미스는 어린 찰리에게뿐 아니라 해리엇에게도 돌을 던진다. 해리엇에게 허락된 마지막 시간, 인사를 하러온 개코원숭이 스미스가 해리엇에게 미안하다 한다.

해리엇: "스미스, 난 네가 나쁜 원숭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지금의 그 모습이 네 본래의 모습이야. 네가 태어나던 날을 기억한다. 모두들 웃었지. 그건 네가 이 세상에 있는 것이 그들에게 행복하다는 의미였다. 스미스, 난 여전히 너와 이곳에 함께 있다는 것이 기쁘다."(102쪽)

스미스: "고마워요, 해리엇."

 

나도 너처럼

 이 책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들려줄 때 "어린 자바원숭이가 5년 몇개월을 살았다는데, 사람 나이로는 몇 살일까요?" 물었다. 고양이 나이가 두 살이면 인간으로 치면 청소년 나이라고 하자, 각기 다른 동물들 나이를 인간 나이와 견주면 몇 살이냐고들 질문이 쏟아진다. 우리는 서로 다르니 함께 살아가려면 먼저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 했다.

 갈라파고스 거북은 갈라파고스에서, 자바원숭이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왔다. 이제 그들은 작은 동물원 안 이웃이다. 동물마다 따로 우리가 있어 각자의 영역이 있지만 크게 보면 동물원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한 이웃이다. 나도 너처럼 외로웠다며 곁에서 어린 찰리의 마음을 달래주던 해리엇이 동물원을 보다 따뜻한 곳으로 만들었다. 해리엇을 떠나보냈지만 찰리는 이제 동물원의 흔한 자바원숭이가 아니다.  

 

해리엇: "나도 오래 전, 나도 사람의 세상에 왔을 때 너처럼 외로웠단다."(77쪽)

찰리: "(다시 태어난다면)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83쪽)  

 

찰리는 다시 태어난다면 '다른 생명에게 고통을 주면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공생할 줄 아는 사람'으로 태어날 거 같다. 그리고 해리엇처럼 훈훈한 어른이 될테지. <끝>

 

    

 

    

Harriet, The Giant Galapagos Tortoise, 11 February 2005

호주 퀸즐랜드동물원 홈페이지에 실린 '다윈의 거북' 해리엇 생존 사진: http://www.australiazoo.com.au/our-animals/harr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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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선생의 초대장 마주 선생과 놈들의 방 1
김기정 지음, 허구 그림 / 창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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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한 명이 고마와 1:1로 마주 인사를 나누게 만든 마주선생의 마음씀씀이가 `놈들의 방`에 생기를 더한다. 32:1을 1:1로 바꿔놓는 마주선생의 기지가 발랄하다. 마주한다는 건 이런걸까. 전학생에게 전학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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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선생의 초대장 마주 선생과 놈들의 방 1
김기정 지음, 허구 그림 / 창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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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마음대로 갖고 놀 이야기가 가득, 마주선생 시리즈

2013.1.29. 우경숙
  옛이야기 마냥 친근하고 자유로운, 그러면서 해학이 넘치는 작품을 펴내는 동화작가가 있다. 바로 <해를 삼킨 아이들>의 김기정 작가님. 3학년인 우리 반에선 추리물 이야기인 <멍청한 두덕씨와 왕도둑>(김기정, 미세기) 시리즈가 단연 인기이다. 허술해보이는 두덕씨가 헤쳐나가는 이야기 구비구비 아이들은 키득거리며 책장을 넘긴다. 김기정 작가님이 이번에 새 작품을 내셨다. 권마다 네 편씩의 단편이 실려있다. 단편마다 한 아이 마음에 바짝 다가간다. 그야말로 '어린이 여러분'이 아니라 '00어린이' 를 향한 이야기이다. 재미난 책을 읽고나면 요걸 우리반 녀석들에게 읽어주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해죽을 지경이다.ㅎ
 
'마주선생의 초대장'-마주 선생과 놈들의 방1
 마주선생과 놈들의 방 시리즈는 3권까지 나와있다. <마주선생의 초대장>, <똥구네 집은 어디인가?>, <악당 반장> 이렇게 세 권이다. 개학 4일째 오늘은 <마주선생의 초대장>중 1편 '마주선생의 초대장'을 읽어주었다. 아이들과 노는 척이 아니라 제대로 놀 줄 아는 마주선생의 등장에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다가앉는다. '마주선생과 놈들의 방'이란 2학년 5반의 이름에 아이들은 빵 터졌다. "놈들이래.ㅋ"
 
 마주선생네 반 아이들 서른 두 명과 전학 온  '고마'의 첫 만남. 고마는 낯선 반에 전학 가는 일이 두렵고 긴장된다. 2월이니 입학을 앞둔 예비 초등학생이나 곧 새 학년을 맞아 새학급에서 만날 선생님과 친구들과 어울려 지낼 여느 초등학생들도 긴장되고 설레는 시기이기도 하다. 학교라는 낯선 사회가 하나의 '집'이고, 교실은 무리지은 친구들이 배우는 '방'이라면 긴장이 좀 덜할까. '개인: 집단'의 만남은 언제나 개인에게 알아서 적응하라고 눈치껏 하라고만 말한다. 그런데 새 담임선생님이 전학올 친구에게 초대장을 보낸다면?
 
 한 명 한 명이 고마와 1:1로 마주 인사를 나누게 만든 마주선생의 마음씀씀이가 '놈들의 방'에 생기를 더한다. 32:1을 1:1로 바꿔놓는 마주선생의 기지가 발랄하다. 마주한다는 건 이런걸까. 전학생에게 전학 간 첫날 등교는 혼자서만 불쑥 낯선 이가 되어 발을 들여놓아야한다. 불편하고 뻘쭘하다. 한 명 한 명 먼저 고마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놈들'과 만나는 아침~~~. 어느새 놈들은 고마를 반긴다. "당장 이번 주 금요일에 1반에 축구시합 도전장을 보내라~" 며 오마주 선생님이 불끈하는 대목에서 듣고 있던 아이들이 빵 터졌다.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이 어른인 선생 입에서 나오니 그런가보다.
 
'똥구네 집은 어디인가?'-마주 선생과 놈들의 방2
   3학년 2학기 국어 읽기 마지막 단원(3-2-7. 마음을 읽어요.)은 이야기 속 인물의 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나타낸 만화를 읽는 단원이다. 수록된 만화들이 어찌나 교훈성을 띄는지(세뱃돈소동, 삼년고개 등등)... 오늘은 마주선생시리즈 2탄에 실린 단편 네 편 중 '똥구네 집은 어디인가?'를 들려주고, 마주선생이나 동구의 마음을 만화로 그려보게끔 한다. 서른 두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가정방문을 다니시는 우리의 마주선생. 그러나 마주선생은 언제 올 지 알려주지 않고 느닷없이 방문 오시는 통에 동구는 여간 걱정이 아니다. 형편없는 수학시험점수를 부모님께 말씀드릴까봐 마음이 불편한게지.
 
 가정방문을 위해 동구네 집을 찾아헤매는 과정이 어찌나 고된지 '득도'의 과정같다. 108계단을 무거운 쥬스세트와 떡보따리를 들고 오르락내리락 좌충우돌 마주선생이다. 거기에는 동구의 꼼꼼한 배려(?)가 있었으니 고놈 참 잔망스럽다. 그동안 동화에서 선생이 골탕먹는 대목을 읽으면 왠지 마음이 불편했는데 동구 이야기에선 발랄하고 해학적이다.
 
 좋은 동화란 어떤 것일까? 아이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긴장감, 민담을 읽는 듯 즐거움, 유연하여 어디로 갈 지 모르겠는 신선함. 김기정의 동화는 말랑하고 찰진 흙같다. 마주선생과 놈들의 방 시리즈, 아이들이 마음대로 갖고 놀고 싶어지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고미, 보리, 반달, 장수, 땡땡선생님, 돌개, 곰지, 선재, 똥구, 해수와 미라, 보야, 여수.... 또 어떤 친구들이 놈들의 방에서 살아가고 있을지 만나고 싶다. 곧 학년말 방학이 다가온다. 올 3월에 어떤 아이들과 만나서 한 '방'에 살게 될 지 궁금하다. 아이들과 '마주'설 수 있는 한 해를 일구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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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젊다는 이유 하나로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 '이사돌아'수녀와 흔들리며 피는 딸들의 24시 사랑일기
김인숙 지음, 임종진 사진 / 휴(休)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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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는 젊다는 이유 하나로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김인숙 글라라 수녀, 휴

부제: '이사돌아 수녀'와 '흔들리며 피는 딸들'의 25시 사랑일기.

김인숙 글라라 수녀님 카페:  http://cafe.daum.net/clara212

 

   가출하는 소녀, 가출하는 수녀님

                                                                                 우경숙 http://phillia0424.blog.me/

 

 2011년 우리 나라, 삶의 질은 높아졌다고 하는데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은 정작 늘고 있다. 엊그제 별공고 아이들이 쓴 시집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를 읽었다. 마음이 아리다. 한 치 앞 전망을 내다 볼 수 없는 사회를 살아가야하는 청소년기. 아이들이 감내해야 할 생활의 무게가 둔중하게 다가왔다. 그 아이들의 시를 읽으니 나는 <울기엔 애매한> 마지막 장면 원빈 녀석이 보인 울음도 터져나오지 않는 좌절의 표정을 떠오르기도 한다. 청춘의 자유를 유예한 세대. 그러기에 때론 주저 앉아버리고 싶을 만큼 자신을 놓아버리는 아이들도 있다.

 

 학교나 사회의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깊은 상처를 받아안아 치유할 공간도 필요하다. 그런 도움을 주는 곳으로 학교에서 징계 받아 머물게 되는 위탁 대안교실이 있다. <사춘기 십대들과 소통하는 법>이 책은  '끔찍하게 말 안 듣는 십대와 소통하는 법' 란 부제를 달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학교에서 징계를 받고 인성교육을 위해 대안교실로 보내진 중고등학생들을 만난 풀꽃샘의 일지이다. 지난 2000년부터 우리 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서울시교육청 위탁 대안교실이다. 수업 내용은 주로 자아 존중감 향상, 교우관계 개선, 학습 향상, 의사소통과 대화 기법, 가치관 형성, 진로 탐색과 미래의식 함양으로 되어 있다. 해가 갈수록 대안교실에 위탁되는 중고등학생의 수가 늘어나 지금은 1천여 명이 넘는다.

 

 그런데 가정의 보호그물망이 요즘처럼 약한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일탈은 더 빈번해진다. 학교의 징계를 받는 정도를 넘어서 청소년들이 소년범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자기통제력을 상실한 경우이기도 하다. 년범으로 법정에서 6호처분을 받은 소녀들도 있다. 열다섯 남짓의 이 소녀들은 6개월간 마자렐로 센터에서 보호받는다. 화장을 하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인터넷 채팅으로 어른들에게 자신의 몸을 팔고…. 너무 일찍 어른들의 세계에 눈 떠버린 아이들. 그 아이들의 웃는 얼굴엔 또래보다 아픈 성장통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글라라 수녀는 이 아이들을 ‘희망의 꽃’이라 부른다. 좋은 어른이 곁에 있으면 반드시 변화의 희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살레시오 수녀회 수녀님들이 둥지 틀고 머무시는 마자렐로 센터. 이곳은 그 소녀들의 상처와 아픔을 품어주고 다시 세상에 내보내는 둥지 역할을 한다. 상처받은 소녀들이 한 집에서 서로를 지켜주고 치유하는 공동체, 이곳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해있다. 이곳으로 한 달 반 동안 수련수녀가 실습을 나오자 원장수녀가 이런 부탁을 했다고 한다.

 "수녀님,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집 아이들에게 묻지 말아야 할 게 세 가지 있어요.

너 엄마 계시니? 학교는 어디야? 몇 학년이지? 하는 질문들인데 우리 아이들은 대답할 수가 없어요." (236쪽)

 

  마자렐로 센터는 그 아이들이 책임 있는 시민으로, 내면을 치유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나갈 수 있을 때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도움을 주는 시설이다. 아침 저녁 둘러 앉아 먹는 집밥, 늦은 밤 이불을 덮어주는 수녀님의 손길에서 모정보다 강한 포용의 온기를 느낀다. 핸드폰을 이용할 수 없는 것, 저녁 5시까지 반드시 센터로 귀가하는 약속을 지키는 것, 센터 내에서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나누어 맡아 지키는 것 등을 지켜야한다. 소녀들은 조금씩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아간다. 그래서 의무적인 6개월이 지나고서도 이 시설에 6개월 더 수용(?)되기를 바래서 더 남는 경우도 있다. 마치 금연 약속을 지인과 가족들 앞에서 선언하고 자신을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는 경우처럼. 자기통제력은 타인의 관리와 관심이 동기가 되어 길러질 수 있다. 습관과 행동이 변화하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 설에 온 아이들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자신을 더 신뢰할 수 있을 때까지 센터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센터에 수용된 또래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긴장을 놓지 않고 고검 (고입 검정고시), 대검 (대입 검정고시)시험을 치루고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차가운 법원 바닥에 수갑을 차고 앉아있다가 센터도 인도되어 자신의 삶을 설계해나가던 소녀가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게 된 사연도 참 감탄스럽다.

 

#소담이

소담: 원장수녀님, 제가 결혼해서 아이들 낳으면 마자렐로 센터에 보낼래요.

원장: 왜?

소담: 여기가 제일 교육을 잘 시키는 것 같아요.

(소담아, 제에발. 너 하나로 충분하다.)

 

#민이

수녀님: 민이야, 너의 앞길은 결정되었다.

        너는 비행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복지사가 되어라. 너만큼 도통한 전문가가 어디 있겠니.

민이: 정말 그러네요.

 

  센터에서 수녀님들과 소녀들의 생활이 어찌 기숙사의 낭만만 있겠는가? 때로 아이들은 내뱉지 못한 절망과 분노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이들이나 수녀님에게도 불끈불끈 표출하리라. 가슴 뭉클한 포용의 사랑을 실천하시는 수녀님들과 소녀들의 일화 하나하나가 모두 감동을 자아낸다. 하지만 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남는 여운은 바로 '글라라 수녀님의 가출사건'이었다. (203쪽)

 '처 많은 아이들과의 생활은 그 상처의 고름이 언제 누구에게 어떤 사건으로 터질 지 모르는 하루하루다. 너무나 잊고 싶어서 망각의 늪 속에 숨겨놓은 아이들의 상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함께 생활하는 누군가에게 분노로, 막말로, 거친 몸짓과 행동으로 폭발한다. 아이들은 알까? 자신이 받은 상처의 파편들이 또다른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206쪽)

한 아이의 심한 욕설과 가시 돋친 반응에 글라라 수녀님도 더는 수용할 수 없는 정신적 기절상태가 되었다. 나중에 수녀님에게 쌍욕을 하고 오히려 수녀님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위악을 떨던 아이도 자신의 잘못을 아프게 각성했다 한다.

 세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집도 없이 봉고차에서 라면이나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살다가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가 입은 상처

는 치유되지 못하고 옹이가 깊어지다가 그리되었다 한다. 이 곳에서 이런 일이 생길 때 가족 법정을 열어 진실을 듣고 서로에 대한 신뢰, 서로가 지킬 약속을 확인한다.

 

 복지의 토대가 더 든든했더라면, 공교육의 토대가 든든했더라면 ...... 이런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도, 6호 처분을 받고 사회에서 내쳐지는 아이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김인숙 글라라 수녀님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 이 책의 주인공들인 소녀들에게 지금까지 잘 견디고 꿋꿋하게 살아주어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라고.

또, "어디서든 여기 살 때처럼만 하면 돼."라고 격려해주신다. 몸에 밴 무질서한 습관 때문에 또 쉽게 무너지려 할 때 이곳 생활을 떠올리며 다시 용기를 가지고 일어나라고.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추천의 글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마자렐로 센터 아이들을 비롯해 장애아, 다문화 가정 아이들까지 모두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진정한 공교육의 토대를 마련할 때까지 경쟁에서 내쳐진 우리 아이들 좀 잘 부탁드립니다. 더 많이 수고해주십시오."

 

<너는 젊다는 이유 하나로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후원하는 일에 더 큰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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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젊다는 이유 하나로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김인숙 글라라 수녀, 휴

부제: '이사돌아 수녀'와 '흔들리며 피는 딸들'의 25시 사랑일기.

김인숙 글라라 수녀님 카페:  http://cafe.daum.net/clara212

 

   가출하는 소녀, 가출하는 수녀님

                                                                                                우경숙 http://phillia0424.blog.me/

 

 2011년 우리 나라, 삶의 질은 높아졌다고 하는데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은 정작 늘고 있다. 엊그제 별공고 아이들이 쓴 시집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를 읽었다. 마음이 아리다. 한 치 앞 전망을 내다 볼 수 없는 사회를 살아가야하는 청소년기. 아이들이 감내해야 할 생활의 무게가 둔중하게 다가왔다. 그 아이들의 시를 읽으니 나는 <울기엔 애매한> 마지막 장면 원빈 녀석이 보인 울음도 터져나오지 않는 좌절의 표정을 떠오르기도 한다. 청춘의 자유를 유예한 세대. 그러기에 때론 주저 앉아버리고 싶을 만큼 자신을 놓아버리는 아이들도 있다.

 

 학교나 사회의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깊은 상처를 받아안아 치유할 공간도 필요하다. 그런 도움을 주는 곳으로 학교에서 징계 받아 머물게 되는 위탁 대안교실이 있다. <사춘기 십대들과 소통하는 법>이 책은  '끔찍하게 말 안 듣는 십대와 소통하는 법' 란 부제를 달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학교에서 징계를 받고 인성교육을 위해 대안교실로 보내진 중고등학생들을 만난 풀꽃샘의 일지이다. 지난 2000년부터 우리 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서울시교육청 위탁 대안교실이다. 수업 내용은 주로 자아 존중감 향상, 교우관계 개선, 학습 향상, 의사소통과 대화 기법, 가치관 형성, 진로 탐색과 미래의식 함양으로 되어 있다. 해가 갈수록 대안교실에 위탁되는 중고등학생의 수가 늘어나 지금은 1천여 명이 넘는다.

 

 그런데 가정의 보호그물망이 요즘처럼 약한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일탈은 더 빈번해진다. 학교의 징계를 받는 정도를 넘어서 청소년들이 소년범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자기통제력을 상실한 경우이기도 하다. 년범으로 법정에서 6호처분을 받은 소녀들도 있다. 열다섯 남짓의 이 소녀들은 6개월간 마자렐로 센터에서 보호받는다. 화장을 하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인터넷 채팅으로 어른들에게 자신의 몸을 팔고…. 너무 일찍 어른들의 세계에 눈 떠버린 아이들. 그 아이들의 웃는 얼굴엔 또래보다 아픈 성장통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글라라 수녀는 이 아이들을 ‘희망의 꽃’이라 부른다. 좋은 어른이 곁에 있으면 반드시 변화의 희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살레시오 수녀회 수녀님들이 둥지 틀고 머무시는 마자렐로 센터. 이곳은 그 소녀들의 상처와 아픔을 품어주고 다시 세상에 내보내는 둥지 역할을 한다. 상처받은 소녀들이 한 집에서 서로를 지켜주고 치유하는 공동체, 이곳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해있다. 이곳으로 한 달 반 동안 수련수녀가 실습을 나오자 원장수녀가 이런 부탁을 했다고 한다.

 "수녀님,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집 아이들에게 묻지 말아야 할 게 세 가지 있어요.

너 엄마 계시니? 학교는 어디야? 몇 학년이지? 하는 질문들인데 우리 아이들은 대답할 수가 없어요." (236쪽)

 

  마자렐로 센터는 그 아이들이 책임 있는 시민으로, 내면을 치유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나갈 수 있을 때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도움을 주는 시설이다. 아침 저녁 둘러 앉아 먹는 집밥, 늦은 밤 이불을 덮어주는 수녀님의 손길에서 모정보다 강한 포용의 온기를 느낀다. 핸드폰을 이용할 수 없는 것, 저녁 5시까지 반드시 센터로 귀가하는 약속을 지키는 것, 센터 내에서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나누어 맡아 지키는 것 등을 지켜야한다. 소녀들은 조금씩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아간다. 그래서 의무적인 6개월이 지나고서도 이 시설에 6개월 더 수용(?)되기를 바래서 더 남는 경우도 있다. 마치 금연 약속을 지인과 가족들 앞에서 선언하고 자신을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는 경우처럼. 자기통제력은 타인의 관리와 관심이 동기가 되어 길러질 수 있다. 습관과 행동이 변화하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 설에 온 아이들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자신을 더 신뢰할 수 있을 때까지 센터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센터에 수용된 또래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긴장을 놓지 않고 고검 (고입 검정고시), 대검 (대입 검정고시)시험을 치루고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차가운 법원 바닥에 수갑을 차고 앉아있다가 센터도 인도되어 자신의 삶을 설계해나가던 소녀가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게 된 사연도 참 감탄스럽다.

 

#소담이

소담: 원장수녀님, 제가 결혼해서 아이들 낳으면 마자렐로 센터에 보낼래요.

원장: 왜?

소담: 여기가 제일 교육을 잘 시키는 것 같아요.

(소담아, 제에발. 너 하나로 충분하다.)

 

#민이

수녀님: 민이야, 너의 앞길은 결정되었다.

        너는 비행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복지사가 되어라. 너만큼 도통한 전문가가 어디 있겠니.

민이: 정말 그러네요.

 

  센터에서 수녀님들과 소녀들의 생활이 어찌 기숙사의 낭만만 있겠는가? 때로 아이들은 내뱉지 못한 절망과 분노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이들이나 수녀님에게도 불끈불끈 표출하리라. 가슴 뭉클한 포용의 사랑을 실천하시는 수녀님들과 소녀들의 일화 하나하나가 모두 감동을 자아낸다. 하지만 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남는 여운은 바로 '글라라 수녀님의 가출사건'이었다. (203쪽)

 '처 많은 아이들과의 생활은 그 상처의 고름이 언제 누구에게 어떤 사건으로 터질 지 모르는 하루하루다. 너무나 잊고 싶어서 망각의 늪 속에 숨겨놓은 아이들의 상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함께 생활하는 누군가에게 분노로, 막말로, 거친 몸짓과 행동으로 폭발한다. 아이들은 알까? 자신이 받은 상처의 파편들이 또다른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206쪽)

한 아이의 심한 욕설과 가시 돋친 반응에 글라라 수녀님도 더는 수용할 수 없는 정신적 기절상태가 되었다. 나중에 수녀님에게 쌍욕을 하고 오히려 수녀님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위악을 떨던 아이도 자신의 잘못을 아프게 각성했다 한다.

 세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집도 없이 봉고차에서 라면이나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살다가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가 입은 상처

는 치유되지 못하고 옹이가 깊어지다가 그리되었다 한다. 이 곳에서 이런 일이 생길 때 가족 법정을 열어 진실을 듣고 서로에 대한 신뢰, 서로가 지킬 약속을 확인한다.

 

 복지의 토대가 더 든든했더라면, 공교육의 토대가 든든했더라면 ...... 이런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도, 6호 처분을 받고 사회에서 내쳐지는 아이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김인숙 글라라 수녀님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 이 책의 주인공들인 소녀들에게 지금까지 잘 견디고 꿋꿋하게 살아주어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라고.

또, "어디서든 여기 살 때처럼만 하면 돼."라고 격려해주신다. 몸에 밴 무질서한 습관 때문에 또 쉽게 무너지려 할 때 이곳 생활을 떠올리며 다시 용기를 가지고 일어나라고.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추천의 글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마자렐로 센터 아이들을 비롯해 장애아, 다문화 가정 아이들까지 모두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진정한 공교육의 토대를 마련할 때까지 경쟁에서 내쳐진 우리 아이들 좀 잘 부탁드립니다. 더 많이 수고해주십시오."

 

<너는 젊다는 이유 하나로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후원하는 일에 더 큰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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