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치앙마이, 그녀를 안아 줘
치앙마이래빗 지음 / 옐로브릭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참 곱고 예쁜 책이다. 분홍색 책표지에 치앙마이래빗이 동그란 창에 모습을 내보인다. 겉표지를 벗겨보니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하얀 책표지를 수채화로 물들이고 있다.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린 이는 '치앙마이래빗'이란 귀엽고 앙징맞은 캐릭터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 작가의 본명은 무얼까?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증도 막 생긴다.
<치앙마이, 그녀를 안아 줘>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글귀는 표지에 있는 이 문구인 거 같다. '태국의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여행지 치앙마이 골목살이 이야기.' 그렇다. 이 책은 태국에 있는 한 도시-자연이 보존되어 있고, 예술의 향기가 그윽한, 소박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치앙마이란 동네를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치앙마이래빗이 직접 그린 수채화 그림에 그녀가 쓴 따뜻한 글이 아름다운 책을 채운다.
"욕망과 성공을 쫓아 앞만 보고 내달린 적이 있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다고 믿었다. 돌아온 결과는 끔찍하리만치 고통스러웠다...더 벌어야 여유가 생길 것 같았다...때로는 거짓되게 살아야 했다. 불행했다. 인생이 짜증스럽다 못해 내던지고 싶었다." 치앙마이래빗은 한국에서 이런 삶을 살았다. 이 모습은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다 버리고 치앙마이로 떠났고 우리는 그냥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치앙마이래빗은 남편과 함께 무작정 치앙마이로 떠난다. 가서 집을 얻고, 이웃을 사귀고, 동네 곳곳을 누비며, 먹고 마시며, 그냥 살아간다.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풍경이 전해주는 잔잔한 삶의 감동을 마구 누리며 산다. 신비롭고 매혹적인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자연의 도시, 늘어지게 편하게 사는 개만 보더라도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보여주는 도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삶의 현장에서 마음껏 그 아름다움을 펼칠 수 있는 도시, 그 곳이 바로 치앙마이이다.
"인간답게,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살고 싶으면 돈이 아니라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 월세에서의 자유, 대기업에서의 자유, 권력과 자본의 거짓말로부터의 자유, 비워서 얻는 자유"(245쪽). 2년 남짓 치앙마이에서의 삶은 이런 자유를 누리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자유를 갈망하며 소박한 삶을 살 때 자연에서, 사람들에게서 비로소 아름다움을 찾아냈으리라.
<치앙마이, 그녀를 안아 줘> 책을 읽으며 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치앙마이 땅을 밟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뿐 아니라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에서 자유와 아름다움을 찾아내고자 하는 낮고 겸손한 눈을 가지고 싶다. 삶이 팍팍하고 건조하게 느껴지는 모든 이에게 예쁜 책 <치앙마이, 그녀를 안아 줘>를 꼭 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