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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보이는 사람들 - 뇌과학이 풀어낸 공감각의 비밀
제이미 워드 지음, 김성훈 옮김, 김채연 감수 / 흐름출판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너 혹시 숫자를 들을 때 색깔도 같이 보여? 1은 빨강색, 2는 파랑색. 이런 식으로 말야."
"응? 그게 무슨 말인지 난 모르겠는데?"
여섯 살 아이에게 공감각 능력이 있는지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이 아이처럼 나 또한, 글자나 숫자를 듣거나 떠올릴 때 색이 보인다는 공감각자가 어떤 식으로 감각을 느끼는지 상상이 안 되었다. '공감각'이란 말은 저 옛날 국어 시간에 시를 배울 때 잠시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푸른 종소리' 싯구 아래에 밑줄 쫙 긋고 '청각의 시각화:공감각적 표현' 이라고 썼던 기억 말이다.
언어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글자에서 색을 보았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A라는 모음에서 무슨 색이 보이느냐고 물을 때 그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는 기록을 보면 말이다. 추상파 화가 칸딘스키는 음악 연주를 들으면 다양한 색이 눈앞에 보였고 그 영감은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어떤 공감각자들은 알파벳이나 숫자를 듣거나 떠올릴 때 고유한 색깔을 볼 수 있어 'O'는 하얀색으로 'B'는 파란색으로 보인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단어에서 맛을 느껴 'Academy'에서는 초콜릿바 맛이, 'Adventure'에서는 채소 맛이 난다고 한다. 또 다른 공감각자-거울 촉각 공감각자는 시각에서 촉각을 느끼기도 해서 다른 사람이 뺨을 맞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자신의 얼굴에서 아픔을 느낀다고 한다. 또는 냄새를 맡으면 색깔이 떠올려지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는 우리가 만나지 못했을 뿐, 혹은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표시하지 않고 있을 뿐, 다양한 공감각자들이 존재한다.
<소리가 보이는 사람들>의 저자 제이미 워드는 인지신경과학 교수인데 특히 공감각 연구에서 탁월한 권위자이다. 공감각에 대한 그의 연구 결과물을 이 책에서 잘 살펴볼 수 있는데 특히 끊임없는 질문과 실험은 책의 곳곳에 잘 녹아있다. 다양한 문제제기가 공감각자들 개개인이 갖는 특수성이나 혹은 그들이 갖는 공통적인 보편성을 잘 설명해 준다. 특히 주의를 끈 부분은 정상적인 다중감각 지각과 공감각의 차이점이었다.
"정상적인 다중감각 지각에서는 두 감각이 직접 함께 자극을 받으면(예를 들면 소리와 시각) 정보가 결합되어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게 작용할 수 있다......반면 공감각에서는 한 가지(이를테면 청각)의 직접 자극만으로도 두 번째 감각(이를테면 시각)이 비간접적으로 활성화 된다."(264쪽)
흔히 대화를 할 때 상대의 목소리를 청각적으로 듣기도 하지만 그 입 모양을 시각적으로 보면서 더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듯 보통 사람들은 다중감각 지각을 쓰고 있다. 이에 반해 공감각자들은 '0'라는 알파벳을 듣기만 해도 하얀색이 떠올려지는 것과 같이 정상적인 한 가지 감각에 또 다른 감각이 덧붙여진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렇게 특별한 공감각을 갖고 공감각자로 살아간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공감각자들을 바라보는, 한 가지 감각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들을 받아들여야 할까? 공감각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은 공감각자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경험하거나 상상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소수의 공감각자 역시 하나의 감각으로만 세상을 이해하는 다수의 사람들의 삶을 다 헤아리지지 못할 것이다. 결국 저자가 말하듯 '다양성 만세'를 외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독특한 이들을 인정하고 함께 가는 것, 그것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