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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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반 바퀴 돌 수 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다.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거짓이 훨씬 퍼지기 쉬움을 뜻한다. 여기, 진실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퍼진 거짓 때문에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소녀가 있다. (어쩌면 진실이 신발조차 신을 수 없도록, 누군가 꽁꽁 묶어두었을지도 모른다.) 바로 메가 마줌다르가 집필한 첫 장편소설, 『콜카타의 세 사람』의 주인공 지반이다. 


지반은 빈민가에서 부모님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던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반이 살던 동네인 콜라바간 기차역에서 의문의 폭발 사건이 벌어졌다. SNS는 총 백열두 명이 사망하였고, 방화범 테러리스트는 전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폭발 사건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이때 지반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하나 올린다. 기차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돕지 않았던 무능한 정부를 ‘테러리스트’라고 욕하는 글을. 게시물을 올린 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갑자기 집안에 경찰이 들이닥쳤고, 지반은 오히려 기차 화재 사건을 주도한 테러리스트로 몰리고 만다. 


페이스북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는 곧 ‘테러리스트 모집자’와 한 채팅이 되었고, 들고 있던 책들은 석유통 꾸러미로 변한다. 기차역 근처에서 지반을 봤다는 목격자도 생긴다. 무시무시한 진실이 지반을 점점 궁지에 몰아넣고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의 주인공은 지반만이 아니다. 그녀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 두 명이 주인공이 더 등장한다. 바로 ‘러블리’와 ‘체육 선생’이다. 러블리는 지반에게 영어를 배우던 히즈라(트랜스 여성)로, 배우 지망생이다. 체육 선생은 한때 지반에게 체육을 가르쳤었고, 우연히 정당의 연설을 듣게 된 이후 정치계에 발을 들인다. 한 계단 높이 오르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그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일에 가담한다. 


소설은 지반, 러블리, 체육 선생, 세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보여 준다. 세 사람 모두 비범하거나, 욕심이 많거나, 엄청난 야망을 품은 자들이 아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램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삶의 한 부분에서 그들은 권력의 힘과 마주한 것이다. 당의 힘, 정부의 힘을 등에 업은 체육 선생은 권력을 쥘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고, 힘의 희생양이 된 자반은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한다. 러블리는 영화계에 진출하기 위해 지반 옹호자라는 사실을 숨기거나 모른척해야 했다. 즉, 권력의 힘이 사람들 어떻게 극과 극으로 몰고 가는지 여실히 나타내는 소설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삶은 왜 이럴까? 왜 삶이 이래야 하나? 한밤중에 싸구려 채소를 사야 하는 어머니는 공격당하고 강도를 당하고. 우린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나? 아버지의 통증은 너무 늦기 전까지 의사에게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하고.”라는 지반의 외침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반은 진실을 제멋대로 주무르고 왜곡하여 신발조차 신을 수 없게끔 만드는 권력자들로부터 희생당했다. 삶에 대한 의문을 미처 다 해소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린 그녀가 안타깝다.


『콜카타의 세 사람』은 정부와 언론이 진실을 거짓으로 바꾸고, 부패한 정부와 권력자들, 그리고 쉽게 형성된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해 준다. 우리 사회는 지반을 매장한 소설 속 사회와 과연 얼마나 다를까. 끌려간 지반, 지반을 도우려는 러블리, 권력을 얻은 체육 선생. 콜카타의 세 사람의 운명이 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한 분, 인간이 권력에 의해 어떻게 무너지고, 변하는지 알고 싶은 분, 권력과 정치에 대한 통찰을 원하시는 분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그를 몰아낸 건 내가 아니다. 이 사회가 그런 거다. 이번에는 결백한 지반에게 달려들어, 단지 그녀가 가난한 무슬림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피를 고래고래 요구하는 그 사회가.” 262~268p


“그들이 목수 일이나 건설 일 혹은 화장실 청소를 반일 쉬고 극장에 가서 상영되는 단 한 편의 영화를 눈이 휘둥그레져서 보는 동안, 체육 선생은 정부 청사의 특별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갈 것이다.” 355p


이 서평은 북하우스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북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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