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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온도의 시선
서현 지음 / 띠움 / 2025년 1월
평점 :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하다보니 자연스레 도서관가면 제일처음 과학책이 꽂혀 있는
400번대 책장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리고 집에오면 아이에게 권해주고, 함께 읽기도하고!
그래서인지 과학책이 친숙하게 느껴지는데 이책은 좀 특별하다.
과학책 같기도 하고 철학책 같기도 한 이 책은 과학자의 시선에서 써내려간
삶의 성찰과 일상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들어가 있었다.
p.62) 정크 DNA에도 역할이 있단 학설 또한 차츰 드러나고 있다.(중략)모름과 아님은 다른 차원이다. 몰랐을 땐 쓰레기로 치부했지만, 알고 나선 그 또한 귀중한 한 조각이었음을 인지한다. 일상의 가치도 다를 바 없다.
일상은 늘상 반복되기에 경시받곤 하지만, 일생에 몇 번 오지 않을 이벤트가 즐거워지려면 오히려 일상을 더욱 소중히 애정해야 할 것이다. 지지대처럼 몸을 지탱하는 척추뼈같이, 나의 태반을 받쳐 주는 그 나날을 말이다.
(9할의 DNA)
P.79) 뭐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보단 다단히 극복하는 사람이 빛난다. 여타 시작부터 잘 해내는 사람보단 끈기를 놓지 않는 사람이 여운을 남긴다.(중략) 한없이 약점이기만 할 줄 알았지만, 되려 극복해 나가며 단단히 결속시켜 줄 결함을 애정해 본다. 결함이 있기에, 역전할 기회도 충만한 법이다. (결함의 쓸모)
P. 90) 가장 낮은 온도가 0에서 시작되는 절대온도에서는 음의 부호가 사라진다. 시작점이 0인곳, 영하가 사라진 절대온도의 틀에선 마이너스가 자리할 틈이 성립되지 않는다. (중략) 같은 것을 다르게 보는 일. 차가움을 걷어 내고 묻혀 있던 온열감에 손을 짚어 보기. (절대온도의 시선)
P. 111) 거대한 존재의 탄생은 모두 작은 점들에서 시작된다.
별 의미없던 별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별자리가 생겨났다.(중략) 뭐든 합을 이루면 증폭된다. 먼지 뭉치가 했던 것처럼 작디 작던 서로를 크게 키운다. (먼지덩어리)
P. 167) 때로는 뜻하지 않은 일들이 다가온다.
그럴 땐 조바심이 나지만, 애쓰지 말고 연연하지도 않기로 한다. 명왕성이 그랬듯이, 내가 만들지 않은 상황에선 결국 내 의지가 반영되지 않는다.
남들이 뭐라고 한들, 상황이 나를 어떻게 깎아 내리려 한들 나를 지키는 사람은 내가 되어야하니까.
(왜소행성 134340)
지극히 객관적이라고 여겼던 과학적 개념들 속에도 우리의 삶을 연결짓는 특별함이 녹아 있다는것과
그런 시선을 생각해 내는 작가의 내적통찰을 들여다보며 삶의 긍정적 태도를 마음속에 새겨본다.
냉담과 질투와 불화가 있는 세상속에서도 자신의 온기를 내어주고 반복되는 일상속 작은 실천을 이어나가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