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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학개론
공포학과 엮음 / 북오션 / 2025년 9월
평점 :
처음 1교시를 펼칠 때만 해도 마음에는 꽤나 여유가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괴담 모음집이라고는 했지만, 어릴 적 〈토요 미스터리〉, 최근의 〈심야괴담회〉, 그리고 몇 권의 괴담집으로 이미 단련되어 있었기에 ‘이 정도쯤이야’ 하는 자신만만함이 앞섰다. 1학기와 2학기로 나뉜 구성도 흥미로웠다. 마치 괴담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랄까. 각 장마다 지박령, 걸귀, 중고 물건에 얽힌 이야기, 흉가귀, 지붕귀신, 빙의와 강령 등 익숙한 소재들이 등장해 처음에는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1학기 초반, 대략 5교시쯤까지는 비교적 담담했다. 무섭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야기’라는 선을 지키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고, 괴담 특유의 긴장감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1학기 후반으로 갈수록 슬슬 생각이 달라졌다. ‘아… 이거 생각보다 많이 무서운데?’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2학기에 들어서면서는 책을 덮었다 폈다를 반복하게 됐다. 책 속 삽화들마저 점점 더 섬찟하게 다가왔고, 이야기들은 상상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파고들었다.
읽다 보면 주변의 작은 소리에도 괜히 고개를 들게 되고, 내 방에 놓인 물건들이나 벽의 작은 틈새까지 자꾸만 시선이 갔다. 겁이 많은 나는 몇 번이나 정말로 책을 덮어버릴까 고민했다. 특히 일상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장소나 물건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들은 읽고 난 뒤에도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무서운 영화를 볼 때 본능적으로 손으로 화면을 가리게 되듯, 이 책 역시 글자를 읽으면서도 차마 제대로 마주하기 힘든 장면들은 그냥 넘기고 싶어질 만큼 나에게는 꽤나 강한 공포로 다가왔다.
실제로 벌어진 소름 끼치는 사건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괴담들, 그리고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를 이야기들이 겹겹이 쌓이며 공포는 더욱 짙어졌다. 특히 거울, 자그마한 소품, 틈새, 중고로 산 물건처럼 내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해, 더욱 몰입감을 더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나서도 평범하던 공간과 물건들이 괜히 낯설고 다르게 느껴졌다.
결국 오늘 밤은 재미난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틀어놓고 자야 악몽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간신히 2학기를 수료한 기분이다. 1학기를 마치고도 충분히 수료를 포기할 만했던,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드는 괴담집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너무나 무서웠던 괴담 수업
간신히 수료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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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북오션출판사의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bookocean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