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판정위원회
방지언.방유정 지음 / 선비와맑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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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4
딱 한번 반칙과 불법에 발을 디디면 딱 그만큼 윤리의 저울추도 기울게 된다. 딱 한 번은 두 번, 세 번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어둠의 흙탕물에 흠뻑 젖고 말 것이다.

잘나가는 외과의사 차상혁.
그는 과거 이름과 생김새가 비슷한 두명의 환자에 대해 착오가 생겨 뇌사 판정을 잘못한 적이있다. 만회할 시간이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평판을 의료사고를 덮고 자료를 숨기게 되었다.

그의 스승 오기태..
오기태는 은퇴하기 전 자신의 제자인 차상혁의 과거이 의료사고를 알게 되고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힐 것을 독려한다.
하지만 차상혁은 지금 자신의 자리와 평판, 권위를 버리지 못하고 스승의 차를 고의로 들이박아 식물인간, 즉 뇌사 상태로 만들게 된다.

그리고 뇌사판결을 내는 그 며칠동안의 얽힌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명분을 위해 얼마나 치사하고 비열해 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차상혁, 박주희, 박병도, 장승수, 안드레아..
등장인물들 모두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 책임감 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타협점, 치졸한 변명들이 가득한 화가나는 소설이었다.

결국 자신의 일에 사명감을 품고 진실을 밝히려 한 오기태와 이하얀의 비극은, 현실을 그대로 비춘 실극처럼 느껴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백강혁이 생사의 경계에서 의사의 사명감과 책임을 묘사한다면, 이 소설은 그 정반대의 형태를 묘사했다.

의료사고를 덮기 위해 계속해서 비열하고 부조리한 선택을 자행한다.
한쪽은 생명을 살리려는 의사의 싸움이고, 다른 한쪽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생명을 짓밟는 이야기였다.

두 작품 모두 의사라는 동일한 직업을 다루지만, 한쪽은 양심과 헌신, 다른 한쪽은 죄의식과 몰락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소설은 마치 백강혁의 세계를 거울에 비춘 듯한 뒤틀린 의료계의 현실인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실을 덮은 대가로 스스로 무너져는 권선징악 소설을 기대했지만, 이 소설은 결국 권력을 가진 자가 승리하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설을 일고 의사란 무엇인가, 책임이란 어디까지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진실보다 권력이 앞서는 냉혹한 의료 현실 속에서, 양심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준 소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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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ness_jury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clear_seo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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