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동현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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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영화관에 갔다가 우연히 점을 보게 된 운이.
점쟁이는 할머니에게 운이는 “열여덟에 죽는다”는 말을 남긴다.
그날 이후 할머니는 복숭아가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듣고, 매일같이 운이에게 복숭아를 먹인다.
그러던 중 살을 빼기 위해 찾은 헬스장에서 운이는 ‘밝은 미래를 위한 길드’라 불리는 블랙 윈도우에 가입하게 된다.

성적도 보통, 외모도 보통, 꿈도 없는 평범 그 자체인 운이.
학교생활이 힘들 때마다 자신만의 주문을 외운다.
“젠젠다, 젠젠다.” “우추추, 우추추.”
그런 운이를 보며, 나 또한 힘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괜찮아, 괜찮아.”라고 속삭이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운이는 점쟁이의 말을 떠올리며 서울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지만,
그 사이 할머니가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운이는 할머니가 괜찮아진다면 자신의 목숨 따위는 내놔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리고 운이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었다.
열여덟에 죽을 운명이든 아니든, 삶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자신을 지켜준 주문을 잊지 않는다면, 살아남는 건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소설 중간중간 들려오는 매미 소리가 특히 인상 깊었다.
그 울음은 마치 또 다른 운이의 목소리 같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피어난 생명, 세상에 매달려 마지막까지 울어대는 매미의 노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주문처럼 느껴졌다.

운이의 연약한 내면과 성장을 다정하고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었다.
할머니와 삼촌, 고모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블랙 윈도우 길드의 끈끈한 우정과 의리가 빛난 소설.

웃기거나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표지의 노란색처럼 마음을 부드럽게 덮어주는 따뜻한 위로의 소설이었다.

잘 읽었습니다.

@woorischool 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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