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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녀들의 수직사회 ㅣ 스토리콜렉터 122
우제주 지음, 황선영 옮김 / 북로드 / 2025년 5월
평점 :
해수면 상승과 토지 부족이라는 재난적 배경 속, 국민에게 등급을 매겨 통제하는 국가의 모습은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린위란과 장리팅이 배정받은 초록구역, 수직농장은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자유를 제한하는 시스템의 전형을 상징하는 것 같다.
겉보기엔 안전하고 질서 있는 삶처럼 보이지만,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권이 철저히 통제된 이곳은 오히려 숨 막히는 감옥처럼 느껴진다.
같은 공간, 같은 교육, 그러나 전혀 다른 시선들...
소설 속 수직농장은 소녀들에게 정반대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린위안, 장리팅에게 이곳은 자유를 박탈당한 ‘새장’이지만, 마커웨이, 진유란, 진유홍에게는 반짝이는 금색의 벽 안에서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안식처’로 그려진다.
소녀들의 시선 차이는 단순한 감정의 차원이 아니라, 각자의 삶의 맥락과 결핍, 그리고 욕망에 따라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것 같았다.
외형은 아름답지만, 그 안은 감금의 공간이기도 한 수직농장.
우리가 종종 이상이나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자유와 안정, 사랑과 통제 사이에서 소녀들이 느끼는 혼란과 선택은 독자에게 단순한 이분법적 판단을 넘어서,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사회 구조의 이면을 성찰하게 만든다.
🔖“사람은 자원이 풍족한 시대에나 도덕적인 여유가 생기고 평등과 정의를 실현하는 거야.” (p. 49)
🔖“그래서 넌 우리 같은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거야. 우리처럼 엄마가 있는 딸에게는 엄마와 함께 이 환경 속에서 사는 것이 통제나 구속이 아니야. 우리는 바로 새장 안에 있기 때문에 엄마에게 관심을 받고 엄마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p.375)
🔖“난 못 가. 하지만 넌 할 수 있어. 난 너의 용기가 부럽지만 영원히 도전하지 못하고 나약하게 살 거야.”
자유는 진흙탕이 아니다. 단지 누군가의 부채질이 필요할 뿐이다. (p.427)
🔖고독과 자유는 언제나 동전의 양면이다. 자유는 민들레의 씨앗이고 고독은 씨앗을 날게 하는 깃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가 없고 자유를 질투하는 사람, 혹은 이미 정착했거나 늘 한 곳에 매여 있는 사람은 자꾸만 자유를 쓸쓸하고 절망적인 것으로 포장한다. 떠나면 안 된다고, 떠나지 말라고 꼬드기며 모든 사람을 주저앉히려 한다. 물론 자유를 포장하면 안 될 이유는 없다. 진실도, 소녀도 항상 포장되지 않던가. (p.465)
이기적이지만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녀들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bookroad_story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