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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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칭찬이 자자하고 유명한 중국 작가라기에 기대를 하며 사인본으로 구매하여 얼마전에 완독했다.

위명 덕분에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일까? 다 읽고난 솔직한 소감은 김호연의 파우스터/작은 땅의 야수들 / 귀욤 뮈소의 작가들의 비밀스런 삶과 자웅을 겨룰만한 형편없는 소설이라고 느껴졌다.


 이 책은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정치적 상황에 토비(비적떼)가 날뛰는데다 천재지변이 겹친 난세(혼세)를 살아간 중국인들을 한 남자와 한 여자를 중심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한 챕터마다 편년체 역사서처럼 느껴질 정도로 호흡이 짧고 문장과 묘사도 대체적으로 간결하여 방대한 분량에 비해 술술 읽을 수 있는 장점은 있었다. 그러나 후한 말 삼국지의 시작배경이 되는 황건적의 난이나, 수호지의 양산박 설정과 무슨 유의미한 차이가 있나 싶었다. 


읽으면서 만날 듯 만나지 못하는 애틋하고 안타까운 로맨스 영화를 노린 것 같기는 한데 등장인물들이 서로 만나려고 하는건지 만나기 싫은건지 아리송한 행보에, 중국의 근현대 모습을 그린 영화들 (ex.붉은 수수밭)도 떠올려보려고 애썼지만 유튜브에서 장진호란 중국영화를 비판하는 영상을 본 기억이 자꾸 되살아나더라. 장면 장면이 굉장히 겹쳐보일 정도였다. 등장하는 인물들, 사건 대부분이 공감이 되긴 커녕 헛웃음이 나오게 하는게 문제다.


정말 이 소설도 그렇다. 등장인물은 많지만 작중 그나마 호감이 가는 인물이 거의 없었다. 이 원청에 비하면 삼체는 그야말로 선녀였구나 싶어진다. 페이지만 방대하고 등장인물도 단편적으로만 듬성듬성 스쳐지나갈 뿐이다.



인물별로 하나씩 까보겠다.


1.린샹푸 :  혼인빙자사기간음죄의 남녀 역전버전의 피해자이자 현 시대의 용어로 말하자면 능력있는 퐁퐁남. 목공기술을 스승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배워 고향을 떠나 시진에 정착하고도 그 기술로 1,000여무에 달하는 완무당 땅데기를 소유할 정도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 이 인물이 이렇게 자수성가하는 모습이나 2년동안 린샹푸의 고향의 땅과 집을 위탁수확 및 이용한 대가를 멀리 시진까지 가져오는 따거 의리남 톈다 가족과 대비하여 아청이나 기타 토비들이 얼마나 쓰레기들인지 강조되는 효과가 있다. "원청에서 왔다는 샤오메이와 아창 - 남매라지만 부부 같습니다. 저와 결혼하고 이 아기를 낳고 한달만에 또 도망가서 찾습니다"란 질문은 너무 길고 부끄러워서 못했는지 "여기가 원청입니까" 라고만 물어보는 멍청이. 읽으며 수백리를 찾아 다닌다는 묘사에 비해 그렇게 절박하게 찾는 것 같지는 않았다. 10년이 훌쩍 지난 다음에야 동업자이자 의형제나 다름없는 천융량에게 털어놓고 창호를 고쳐줄때 샤오메이 일곱명 아창 다섯명을 만났다는 묘사도 참 어지간히 찌질한 묘사였다. 책의 후반부- 또다른 이야기에서 겨우 시진이 원청이 아닐까?라고 위화감을 느끼고 아창과 샤오메이가 했던 말(원청이 양쯔강 600리 떨어져있네)을 떠올리는 장면은 린샹푸를 참 저능아처럼 묘사하는 아주 비겁한 묘사라 느껴졌다.


2.샤오메이 : 아창과 함께 부부사기단으로 린샹푸를 이용해먹고 버렸으나 모녀 관계란 천륜을 저버린걸 후회하고 갈등하는 인물. 민며느리로 어릴 때 시진 선가에 들어가 시어머니의 가스라이팅을 견디는 장면은 불쌍했지만 "금을 왜 돌려줘? 애만 돌려줄거야~" 하는 장면에서는 기립박수. 현대 시점에선 당장 린바이자의 친자 검사부터 실시해야할 상황이 아닌가. 애를 버린 죄책감에 성황각에서 기도를 올리다 얼어죽는 장면은 신파를 노린 것 같은데 읽는 입장에선 뭐지? 코메디인가?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그나마 어릴 때 버린 자식이 죽은 다음 보험금을 노리고 나타나서는 구하라법을 만들게 한 인면수심의 금수들보단 양심적인 인물이긴 했지만 말이다.


기도하다가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얼어죽은 장면은 영화 속의 이 장면을 모티브로 한건가?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 없고 뜬금 없을 정도였다. 멀쩡히 집 놔두고 성황각으로 절하러 갔다가 옷 벗고 다같이 얼어죽는건 인간을 너무 저능아로 묘사한 것 같아서 화가 난다.(종교에 너무 심취하지는 말게.) 물론 극한의 추위 속에서 저체온증이 온 사람이 그런 이상행동을 한다는 묘사는 만화 골든 카무이에서도 묘사가 되지만 이건 그런 만화보다도 개연성이나 핍진성을 내다 버린 수준이다.



성황각 앞 공터에 너무 사람이 몰려서 공터 안쪽에 있던 사람이 밖으로 못 나올 정도여서 얼어죽은건가? 더 어이가 없는건 성황각 안에서 기도하던 구이민을 비롯한 사람들이 나와서 얼어뒈진 사람들에게 뜨거운 물을 뿌려 녹여주는 장면이다. 솔직히 쌍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밖에 사람이 얼어 죽건 말건 너네는 따뜻한 불을 쬐며 있었구나?



3.아창과 그 가족 : 작중 아창이 일하는 장면은 딱 한 군데 p.536쪽에 묘사된 단 며칠 뿐이다. 그 외에는 ㅇ 부모의 돈을 훔쳐 달아나서 호의호식하고 옷을 팔고 빌어먹을 지언정 수선일을 하려는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자기의 마누라를 생면부지의 호구에게 사기결혼을 시켜 돈(금괴)를 훔쳐온 샤오메이와 함께 계집종까지 두며 호의호식한다. 그 계집종도 주인 잘못 둔 바람에 얼어죽는다. 솔직히 이 놈이 토비랑 뭐가 그리 다른지 모르겠다.. 아마 그 어미에게서 물려받은 듯한 허언증이 작렬하여 나온 것이 바로 원청이란 지명이다. 그 어미도 아들에게 삼촌이 경성의 공친왕에서 일했다는 허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며느리는 민며느리, 남편은 데릴 사위라는 아주 멋진 가족관계인 이 집안은 여권이 낮은 시대라기엔 집안의 가장이 이 아줌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줌마의 목소리가 제일 크다. 어린 애가 꼬까옷 입은 걸로 파혼한다며 가스라이팅하고 자기 가족이 결혼할 지참금으로 돼지 판 돈을 어린 동생이 잃어버려서 그걸 덥썩 내주자 그걸로 또 파혼을 하겠다며 야단이다. 남편과 아들이 자신의 권위에 반기를 드는 낌새가 보이자 그동안 샤오메이와 정도 들었기도 해서 살짝만 혼내려던 것을 갑자기 여성성을 과시하며 여성 특유의 알수 없는 기싸움을 발동하여 며느리를 파혼시키기에 이른다.

 선가가 시진에서 나름 유명했고 고작 10년여 남짓 흘렀는데 이제 아창과 샤오메이가 시진에서 있었다는 것을 나이먹은 사람만 기억할 뿐이고 두문불출한지 고작 석달 정도 지나니 그들에 대해 퍼졌던 소문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더이상 시진은 그들을 기억하지 않았다니 거참  요괴소년 호야에 등장한 특정 인물들의 기억만 제거하던 요괴라도 등장했나요? 이웃간에 단절되어 각박한 현대 사회보다도 각박한 사회였구만요그래. 뭔 묘사가 일관성이나 설득력이 있어야지 후.


4.스님을 비롯한 토비

린바이자를 납치하면 500냥, 천야오우는 1000냥. 그러면 천야오우만 납치하고 린바이자를 돌려주는 토비.. 덧셈을 못하는 것일까. 린바이자와 천야오우를 납치하면 1500냥이잖아? 토비에게도 토비의 규칙이있는 것일까. 돈 없는 피랍인은 그냥 헤드샷을 쏴서 죽여버리고 전란의 시대라며 토비질 10년 넘게 해가며 장도끼 같은 놈은 쌀밥에 사람 간 요리를 먹는 놈들이던데. 몸값을 정해진 날짜에 못 받자 귀를 잘라서 보내는데 스님이란 토비는 귀 자를 때 꽉 조이는게 좋아 덜 아프거든 하며 지혈해주는 서윗함을 보여준다. 어차피 10년 쯤 후에 다시 천야오우를 강에서 만날 땐 배의 선원을 모조리 도륙하는 놈이었지만 말이다. 천야오우를 구해줬다고 천야오우의 아버지 천융량은 만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스님과 의형제를 맺고 천융량은 악명높은 토비 두목 장도끼의 시력을 앗아가고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참 간편하게 캐릭터를 써먹는다 싶었다. 뭐 어쩌라는거지?ㅎ?ㅎㅎ;; 세상엔 착한 토비 나쁜 토비 인육먹는 토비 의로운 토비도 있고 토비에게도 부모가 있다??ㅎㅎㅎㅎ



5.외귀부대와 그 지휘관


백명이 넘는 토비가 시진을 습격하자 아주 같잖은 입대 의식을 거친 20명 남짓한 토비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외귀부대가 전투를 벌인다. 대포에 대장이 죽자 부대원들이 하나 둘 쓰러져가면서 부대장을 위임하고 위임받는 장면은 저런 전쟁 영화에서 본 듯하다. 그리고 외귀부대원들이 전멸하자마자 마치 추리소설에서 뒤늦게 사이렌 울리며 나타나는 경찰들 마냥 그제서야 나타나는 민중들까지 하나도 거를 타선이 없이 뻔하고 역겨운 클리셰였다. 그렇게 어렵게 키워낸 정예 민병대가 싹다 몰살당하고 외부인들로 민병대를 구성하여 충성심도 없고 군기도 안 잡혀있어 뇌물받고 성문을 여닫는 모습을 보니 역시 문화대혁명의 위업이 빛나는 나라답구나는 생각도. 


토비와 정규군이 무기를 주고 받는 장면도 그야말로 코미디가 아니었나. 정규군은 총을 던져 버리고 토비는 돈을 던지고 총을 줏어갔던가?


6.린바이자 구퉁롄 천야오우 천융량 리메이롄

린바이자의 비중이 이렇게 낮은 것도 어이가 없다

구퉁롄의 묘사를 싹다 집어치우고 린바이자 묘사로 몰아줘도 부족해보일 지경

천융량 너는 그리고 그 머리로 계획이란걸 짰다는 묘사를 하지마라. 하다 못해 마누라한테 혹시 모르니 대문 열어두라는 말도 안 해두고 작전 진행할거면. 보는 사람 복장 터지니까. 완무당의 치자촌의 천융량 집이 대체 어떻게 담장이 세워졌는지는 모르지만(더 뒷시대인 붉은 수수밭에 묘사된 것으로나 촌(村)구석 초가집을 떠올려보면) 대문 잠겼다고 담? 하나 못 뛰어넘고 리메이롄이랑 이구동성으로 오또케 외치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기립박수.


7.북양군 창관에서 대접하고 북양군 중대장이 민간인 겁탈했다가 고향 노래 부르며 처형당하는 에피소드 따위는 그냥 싹다 들어낸 다음 토비 이야기만 해도 될 것만 같다. 각 에피소드들을 따로 추려내어 단편소설이나 영화로 만든다면 그럭저럭 볼만은 할지도 모르겠지만 개별적인 스토리들이 하나로 어우러지지 못하고 따로국밥처럼 제각기 따로 논다. 

아창과 샤오메이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지면서 선가 수선집 앞이 다시 떠들석해졌다. - P536

석 달이 지나자 그들(아창과 샤오메이)에 관한 소문마저도 완전히 잦아들었다. 그들은 여전히 시진에 살고 있었지만 시진은 더 이상 그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 P538

린샹푸는 남쪽으로 가면 갈수록 어투가 이상해지고 샤오메이와 아창이 쓰던 말과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만히 되짚어보니 시진이 훨씬 아창이 말한 원청과 흡사했다. 그리고 문득, 당시 아창이 원청에 관해 말할 때 양쯔강을 건너 남쪽으로 600여리를 가면 된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시진이 양쯔강에서 거의 600여리 떨어져 있었다. - P562

그 밤에 린샹푸는 자식의 속사정을 모두 털어놓았다. 이렇게 멀리 시진까지 온 이유가 샤오메이라는 여자, 린바이자의 엄마를 찾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사실 갈수록 아창과 샤오메이가 부부라는 확신이 들었음에도 그는 두 사람을 남매라고 말했다.
천융량은 차분한 표정으로 들었다. 13년을 함께 지내는 동안 린샹푸가 딸을 안고 북쪽에서 시진까지 내려와 정착한 데이는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거라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걸 이번에 린샹푸의 입으로 확인한 셈이었다.
- P264

고작 2년 먼저 들어왔기 때문에 천융량도 시진에 관해서는 린샹푸와 비슷한 수준으로밖에 몰랐다. 그는 샤오메이라는 여자를 세 명, 아창이라는 남자를 두 명 알지만, 나이나 생김새 몯주 린샹푸의 묘사와 다르다고 말했다.
린샹푸는 예전에 수레를 끌고 나가 창호를 고쳐줄 때 샤오메이라는 여자 일곱 명과 아창이라는 남자 다섯 명을 만났는 데 전부 자신이 찾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 P265

천융량은 천야오우와 함께 건장한 청년 몇을 불러 어떻게 구이민을 구할지 의논했다. 그들은 햇살을 신호로, 오후의 태양이 마당 서쪽 담장을 비출 때 그와 천야오우가 토비를 제압하고 소리치면 대문 밖에 숨어 있던 청년들이 들어와 힘을 합쳐 토비를 묶기로 했다. - P333

천융량과 천야오우가 싸우면서 소리쳤다.
"어서 와, 빨리 들어와."
하지만 대문에 빗장이 걸려 밖에서 대응하기로 한 사람들은 고함을 듣고도 들어올 수 없었다. 그들이 대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어서 문 열어요, 문 열어."
양 우리에 있던 리메이롄과 천야오원이 마당으로 달려 나왔다. 천야오원은 벽돌을 들고 가까이에 있는 형에게 달려갔다. 그때 천야오우는 손가락이 하나 부러졌는데도 토비를 꽉 붙들고 있었다. 벽돌을 들고 뛰어오는 천야오원을 본 그는 토비 머리통을 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천야오원은 혹시라도 형 머리를 칠까 봐 눈만 이리저리 굴리며 손을 쓰지 못했다. 리메이롄은 눈앞의 광경에 너무 놀라 울면서 바깥의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어서 좀 들어와요."
바깥의 사람들은 여전히 대문을 두드리리며 "빨리 문 열어요"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리메이롄은 빗장 풀 생각을 못 하고 가만히 서서 울기만 했다."어서 들어와요. 왜 안들어오는 거에요?"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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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도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책이 표방하는 주제는 인류의 실패사이지만, 몇 사례를 제외하면 사실 거의 남성의 실패사다. 게다가 그 주인공은 대체로 백인 남성이다. 이렇게 된 것은,
실패할 기회 자체가 그들에게만 주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역사책이 늙은 백인 남자들의 행위를 주로 다루는 건 잘하는 일이라할 수 없지만, 이 책은 주제가 주제인 만큼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

편향의 종말 : ??? - P37

1888년, 시카고의 한 감리교 선교단체는 돈이 궁해 ‘순회형 헌금함‘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냈다. 똑같은 내용의 편지를 1,500통 부쳤는데, 이 편지를 받는 사람은 동전 한 닢씩만 보내달라, 그리고 똑같은 내용의 편지를 지인 3명에게 보내달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6천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왔다. 다만 같은 편지를 여러 번 받고 크게 화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행운의 편지‘의 탄생이었다. - P256

1929년 10월 16일, 저명한 예일대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주가가 영구히 지속될 고원 지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8일 후,
손쉬운 대출 관행이 재촉한 투기 거품이 마침내 꺼지면서 전 세계주식시장이 폭락했다. 경제 불황이 전 세계적으로 여러 해 동안 이어졌다. 금융 위기 이후 많은 민주국가에서 대중 영합적, 권위주의적 정치인들이 부상했다. - P257

2007년 12월, 금융분석가 래리 커들로는 「내셔널 리뷰」에 실린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경기침체는 오지 않는다. 비관론자들은 틀렸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 ‘부시 호황‘은 여전히 건재하다. 현재 6년째 호황기가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 유례없는 번영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07년 12월, 미국 경제는 침체기에 들어갔다(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래리 커들로는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2008년, 손쉬운대출 관행이 재촉한 투기 거품이 마침내 꺼지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경기 침체가 전 세계적으로 여러 해 동안 이어졌다. 금융 위기 이후 많은 민주국가에서 대중 영합적, 권위주의적 정치인들이 부상했다. - P259

1) 사람을 믿으면 좋다.
2) 그런데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이건 인류사에서 두 사회가 만날 때마다 항상 사람들을 딜레마에 빠뜨린 문제다. 역사 속의 사람들에게는 안됐지만 막상 닥쳤을 때는어느 선택이 옳은지 알 길이 없다.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이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과거 사람들의 선택을 되돌아보고 ‘에이, 그건 아니지‘ 하고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수는 있다.
콜럼버스가 나타났을 때 타이노족도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처음 몇 차례의 만남에서 타이노족은 신뢰를 보였고, 친절하고 후한 대접으로 콜럼버스를 감탄시켰다. 낯선 이들에게서 친절하고 후한 대접을 받았으니 콜럼버스 역시 인간된 도리에 맞게, 이렇게 일기에 적었다. "종으로 부리기 딱 좋겠다." 그리고 며칠 더 생각해보고는 이렇게 또 적는다. "병력 50명만 있으면 이들을 모두 복속시켜 필요한일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양반이다. - P194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요즘 ‘식민주의는 사실 좋은것이었다‘는 주장이 꽤 거세게 대두되고 있으니 한번 따져보자. 그주장을 간단히 말하면 피식민국이 받은 수혜, 즉 경제 근대화, 인프라 건설, 과학·의학적 지식 이전, 법치 개념 도입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수혜가 식민국의 횡포로 인한 피해보다 컸다는 것이다. 하지만어떻게 치장해 표현하건, 이는 결국 피식민국이 근본적으로 ‘미개‘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자치할 능력도 없고, 진보를 도외시하고, 기술이 낙후되어 보유한 천연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것. 바보들이 황금을 그냥 깔고 앉아서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랐다는 얘기다.
일단 그 주장은 식민화되기 이전 나라들의 상황에 대한 사실이아닌 상상에 기반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몇몇 나라가 역사상 어느시점에 군사력이 일시적, 우발적으로 우월했다고 하여 그것이 ‘누가 누구를 다스려도 좋다‘는 절대적 도덕률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오류를 안고 있다. 더군다나 그런 주장에는 무언의 전제가 깔려있으니, 식민화가 되지 않았더라면 피식민국들이 정체 상태에 머물렀으리라는 것. 그리고 어떤 나라에 쳐들어가서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 말고는 나라 간에 과학적, 기술적 지식을 교류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민화를 겪지 않았더라면 그 나라들이 아직1600년대쯤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절대 그랬을 리는 없다. 애초에 유럽이 기술 발달을 누리게 된 것도 국가간 지식 교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부터 생각해보자. 물론 이는이게 옳다 저게 옳다 증명할 수 없는 문제로, 식민국도 아니었고 피식민국도 아니었던 나라가 거의 없어서 검증이 어렵다. 거의 유일한예로 태국이 있긴 하다. 지금 구글에서 찾아보니 태국에도 전기가잘 들어온다. 그러니 표본 한 개만 놓고 볼 때 일단 그 주장은 개소리가 아닐까 싶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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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글을 다시 읽는 것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여성의 글을 읽은 후에 그것을 읽자 아주 직선적이고 대단히 솔직하게 느껴졌지요. 그 글은 마음의 자유와 일신의 자유분방함, 스스로에 대한 커다란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한번도 방해받거나 저지된 적이 없으며 태어날 때부터 내키는 대로 어느 쪽 방향이건 뻗어 나갈 수 있는 완전한 권리를 누려온 이 자유로운 마음, 영양분을 풍부하게 공급받았고 홀륭한 교육을 받아온 이 마음을 읽으면서 나는 물질적 풍요를 느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감탄스러웠지요.  - P130

지금처럼 귀에 거슬릴 정도로 성을 의식한 시대는 없었을 것입니다. - P130

여성은 여성에게 가혹합니다. 여성은 여성을 싫어하지요. 여성은 - 그런데 여러분은 그 단어에 진절머리가 나지 않습니까? 나는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읽어주는 강연문은 특히 불쾌한 이야기로 끝나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도록 합시다. - P145

내가 여기에 쓰게 될 첫 번째 문장은 바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성을 염두에 두면 치명적이라는 것입니다. 순전한 남성 또는 순전한 여성이 되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인간은 남성적 여성이거나 여성적 남성이어야 합니다. 여성이 어떤 불평을 조금이라도 강조하거나,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어떤 대의를 변호하는것, 어떤 식이건 여성으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말하는 것은 치명적인 일입니다. 여기서 ‘치명적‘이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의식적인 편향성을 가지고 쓰인 것은 필연적으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비옥해질 수 없지요.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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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정본 C. S. 루이스 클래식
C.S.루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홍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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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공격하기 오류의 전형적인 예시이자 교과서로 채택하면 좋을 법한 책. 차라리 스티븐 로의 테이프스크루의 편지를 읽으세요. 이 판형+페이지에 이 가격이라니 역시 종교는 돈이 되는군요


환자를 극단적인 애국지사로 만드는 편이 좋을지 극단적인 평화주의자로 만드는 편이 좋을지 생각해 보마고 했던 약속은 잊지않고 있다. 원수에 대한 극단적 헌신만 빼 놓는다면, 극단적인 경향은 무조건 부추길 만하지. 물론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만 적어도 이 시대에는 그렇다. 별 열의 없이 안일한 시대에는 인간들을 잘 얼러서 더 깊이 잠들게 하는 게 우리 소임이야. 하지만 지금처럼 균형을 잃고 편 가르기 좋아하는 시대에는 불을 더 붙여야 한다.

암 그렇지. 정작 아말렉 백성을 학살하고, 단지 약속의 땅을 준다는 구실로 선주민족인 가나안백성을(갓난 아기나 죄 없는 동물들까지!) 학살하라고 명령한 것은 다름아닌 원수지. 물론 신실한 개독일수록 그런 학살(genocide)들을 열렬히 정당화하고 옹호하지만 말이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구말구. - P49

환자가 오래 된 물방앗간에 산책 갔다 오는 길에 공격을 했더니, 꼭 숨을 틀어막는 듯한 구름이 나타나 널 막았다고? 그건 이미 잘 알려진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야지. 구름은 원수가 사용하는 가장 무지막지한 무기로서, 보통은 원수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형태로 환자들에게 직접 임재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놀고자빠졌네 ㄹㅇㅋㅋ - P77

둘째, 인간들이 자기한테 맞는‘ 교회를 찾아다니다 보면 원수의 바람대로 학생이 되는 게 아니라 비평가가 되어 버린다. 원수가 바라는 건, 거짓된 것이나 무익한 것들을 거부한다는 점에서는 진정으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즉 자신이 거부하는 대상에 관해 생각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앞으로 양분이 될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토를 달지 않고겸손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는 전적으로 무비판적인 태도를‐취하는 거야(그 작자가 얼마나 비굴하며, 얼마나 영적이지 못하고, 얼마나 구제불능인 속물인지 알겠지!).

뇌비우고 무비판적으로 아무튼 믿어라는 소리를 길게도 하네요 ㅎㅎ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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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정본 C. S. 루이스 클래식
C.S.루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홍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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