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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 ‘외곽주의자’ 검사가 바라본 진실 너머의 풍경들
정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평점 :
쏟아지는 선고에 대한 분석과 항소에 필요한 서류 작성 등의 일을 해야 한다. 주 4회 법정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리 기록을 파악하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데, 시간이 없다 보니 재판을 마친 야간 시간에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판부 검사들은 6시 퇴근 음악이 울리면 구내식당에서 후딱 저녁을 먹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 다음 날 있을 재판 준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라고 할 수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라고 할 수 있다." 난 이 문장조차도 아주 (띠)껍게 읽힌다. 박완서 선생님의 '빼앗긴 가난'을 읽는 듯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같은 법조인인 어느 변호사가 고객과의 상의도 없이 재판 출석을 3번이나 제껴서 패소처리를 받게 하고도 4개월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받은 징계가 고작 정직 1년이다. 심지어 검새는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파면조차 당하지 않는 검새징계법이란 천룡인스러운 특별법의 보호를 받는다.
알고 보니, 사직서는 워드로 치면 안 되고 자필로 써서 대통령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 다른 건 몰라도 검사의 직을 면할 때만큼은 진심이어야 한다고 손글씨로 쓰도록 되어 있는 사직원이 말해주는 듯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3시간 뒤에 노래방에서 괜히 어깨를 걸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을까, 4시간 뒤에는 동네 편의점 앞에서 부풀고 마비된 위장에다가 라면을 들이밀고 있었을까. 백발백중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의 부족한 상상력을 잠시 비웃겠다. 곱창이 불판에 올라오고 인간과 곱창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볶아먹고 정확히 1시간이 지난 시간 우리 모두는 사무실 각자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사무실에 다소 냉정한 검찰청 분위기를 흐리는 구수한 내장 냄새가 나긴 했지만, 누군가는 혈색이 좀 붉어지기도 했지만 8인의 공판검사는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는 형형한 눈빛으로, 내일의 증인신문 사항 같은 것을 작성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자의 간절함이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우리는 당장 목전에 닥친 해야 할 일을 재산처럼 차고앉은 공판검사들이었던 것이다.
(공판) 검새는 연어 술파티를 벌이고 부장판사라는 십새들은 술쳐먹고 대학교 수업 들어가던 시절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근무시간에 음주 소란'을 벌인다. 이런 십새들이 법을 주무르고 -800원 횡령 버스기사의 해고는 정당하며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를 꺼내먹은 노조원을 절도죄로 고소한 사건에 벌금형을 선고하고 85만원 향응을 쳐받은 검새새끼의 면직은 부당하다고 판결하는 식으로, 더 나아가서는 내란수괴를 구속취소하고 그에 대한 즉시항고를 포기하는 것에는 침묵하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하지 못한다는 개소리로.- 국민 위에서 군림한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이렇게 열심히 야근하며 일한다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며 악어의 눈물을 흘린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브라보!! 박수를 보낸다. 얼마 남지 않을 그대들의 법조 카르텔 기득권에.
공판부 검사의 일상은 생각보다 바쁘다. 보통 일주일에 나흘은 법정에 들어가 공판을 해야 한다. 주 5일 근무이니 하루가 남는데 그 하루에는 매주 쏟아지는 선고에 대한 분석과 항소에 필요한 서류 작성 등의 일을 해야 한다. 주 4회 법정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리 기록을 파악하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데, 시간이 없다 보니 재판을 마친 야간 시간에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판부 검사들은 6시 퇴근 음악이 울리면 구내식당에서 후딱 저녁을 먹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 다음 날 있을 재판 준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3시간 뒤에 노래방에서 괜히 어깨를 걸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을까, 4시간 뒤에는 동네 편의점 앞에서 부풀고 마비된 위장에다가 라면을 들이밀고 있었을까. 백발백중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의 부족한 상상력을 잠시 비웃겠다. 곱창이 불판에 올라오고 인간과 곱창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볶아먹고 정확히 1시간이 지난 시간 우리 모두는 사무실 각자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사무실에 다소 냉정한 검찰청 분위기를 흐리는 구수한 내장 냄새가 나긴 했지만, 누군가는 혈색이 좀 붉어지기도 했지만 8인의 공판검사는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는 형형한 눈빛으로, 내일의 증인신문 사항 같은 것을 작성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자의 간절함이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우리는 당장 목전에 닥친 해야 할 일을 재산처럼 차고앉은 공판검사들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사직서는 워드로 치면 안 되고 자필로 써서 대통령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설마 대통령이 이 못생긴 글씨를 실제로 보는 건 아니겠죠?"라고 말하며 방구 씨는 자필로 적었다는 사직서를 보여줬다. "일신상의 이유로 검사의 직을 면하고자 합니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손글씨가 옹기종기 박혀 있었다. ‘검사의 직이 이렇게 면해지는 거구나’ 하고 그 귀여운 글씨체를 보며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검사의 직을 면할 때만큼은 진심이어야 한다고 손글씨로 쓰도록 되어 있는 사직원이 말해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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