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도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책이 표방하는 주제는 인류의 실패사이지만, 몇 사례를 제외하면 사실 거의 남성의 실패사다. 게다가 그 주인공은 대체로 백인 남성이다. 이렇게 된 것은,
실패할 기회 자체가 그들에게만 주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역사책이 늙은 백인 남자들의 행위를 주로 다루는 건 잘하는 일이라할 수 없지만, 이 책은 주제가 주제인 만큼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

편향의 종말 : ??? - P37

1888년, 시카고의 한 감리교 선교단체는 돈이 궁해 ‘순회형 헌금함‘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냈다. 똑같은 내용의 편지를 1,500통 부쳤는데, 이 편지를 받는 사람은 동전 한 닢씩만 보내달라, 그리고 똑같은 내용의 편지를 지인 3명에게 보내달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6천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왔다. 다만 같은 편지를 여러 번 받고 크게 화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행운의 편지‘의 탄생이었다. - P256

1929년 10월 16일, 저명한 예일대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주가가 영구히 지속될 고원 지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8일 후,
손쉬운 대출 관행이 재촉한 투기 거품이 마침내 꺼지면서 전 세계주식시장이 폭락했다. 경제 불황이 전 세계적으로 여러 해 동안 이어졌다. 금융 위기 이후 많은 민주국가에서 대중 영합적, 권위주의적 정치인들이 부상했다. - P257

2007년 12월, 금융분석가 래리 커들로는 「내셔널 리뷰」에 실린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경기침체는 오지 않는다. 비관론자들은 틀렸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 ‘부시 호황‘은 여전히 건재하다. 현재 6년째 호황기가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 유례없는 번영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07년 12월, 미국 경제는 침체기에 들어갔다(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래리 커들로는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2008년, 손쉬운대출 관행이 재촉한 투기 거품이 마침내 꺼지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경기 침체가 전 세계적으로 여러 해 동안 이어졌다. 금융 위기 이후 많은 민주국가에서 대중 영합적, 권위주의적 정치인들이 부상했다. - P259

1) 사람을 믿으면 좋다.
2) 그런데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이건 인류사에서 두 사회가 만날 때마다 항상 사람들을 딜레마에 빠뜨린 문제다. 역사 속의 사람들에게는 안됐지만 막상 닥쳤을 때는어느 선택이 옳은지 알 길이 없다.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이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과거 사람들의 선택을 되돌아보고 ‘에이, 그건 아니지‘ 하고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수는 있다.
콜럼버스가 나타났을 때 타이노족도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처음 몇 차례의 만남에서 타이노족은 신뢰를 보였고, 친절하고 후한 대접으로 콜럼버스를 감탄시켰다. 낯선 이들에게서 친절하고 후한 대접을 받았으니 콜럼버스 역시 인간된 도리에 맞게, 이렇게 일기에 적었다. "종으로 부리기 딱 좋겠다." 그리고 며칠 더 생각해보고는 이렇게 또 적는다. "병력 50명만 있으면 이들을 모두 복속시켜 필요한일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양반이다. - P194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요즘 ‘식민주의는 사실 좋은것이었다‘는 주장이 꽤 거세게 대두되고 있으니 한번 따져보자. 그주장을 간단히 말하면 피식민국이 받은 수혜, 즉 경제 근대화, 인프라 건설, 과학·의학적 지식 이전, 법치 개념 도입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수혜가 식민국의 횡포로 인한 피해보다 컸다는 것이다. 하지만어떻게 치장해 표현하건, 이는 결국 피식민국이 근본적으로 ‘미개‘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자치할 능력도 없고, 진보를 도외시하고, 기술이 낙후되어 보유한 천연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것. 바보들이 황금을 그냥 깔고 앉아서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랐다는 얘기다.
일단 그 주장은 식민화되기 이전 나라들의 상황에 대한 사실이아닌 상상에 기반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몇몇 나라가 역사상 어느시점에 군사력이 일시적, 우발적으로 우월했다고 하여 그것이 ‘누가 누구를 다스려도 좋다‘는 절대적 도덕률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오류를 안고 있다. 더군다나 그런 주장에는 무언의 전제가 깔려있으니, 식민화가 되지 않았더라면 피식민국들이 정체 상태에 머물렀으리라는 것. 그리고 어떤 나라에 쳐들어가서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 말고는 나라 간에 과학적, 기술적 지식을 교류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민화를 겪지 않았더라면 그 나라들이 아직1600년대쯤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절대 그랬을 리는 없다. 애초에 유럽이 기술 발달을 누리게 된 것도 국가간 지식 교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부터 생각해보자. 물론 이는이게 옳다 저게 옳다 증명할 수 없는 문제로, 식민국도 아니었고 피식민국도 아니었던 나라가 거의 없어서 검증이 어렵다. 거의 유일한예로 태국이 있긴 하다. 지금 구글에서 찾아보니 태국에도 전기가잘 들어온다. 그러니 표본 한 개만 놓고 볼 때 일단 그 주장은 개소리가 아닐까 싶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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