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교수의 정신없는 하루 - 칸트 편 철학그리다 시리즈 2
장 폴 몽쟁 지음, 박아르마 옮김, 로랑 모로 그림, 서정욱 해제 / 함께읽는책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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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그럴 수 있을거 같아? 못하겠지? 못하겠으면 말을 말아~~"

아직도 내 귀에 생생하게 들리는 고등학교 시절 철학 선생님의 말씀이다.

내가 칸트를 그냥 일주일에 한번 의무적으로 강당에서 들어야 하는 철학과목 교과서속 인물이 아닌, 진짜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그 철학 과목을 가르치던 선생님께서 들려주셨던 칸트에 대한 일화들때문이다.


자신이 태어난 조그만 독일 시골마을밖 150킬로미터 이상을 벗어나본 적이 없이 평생을 살았던 칸트.

매일 매일 똑같은 시간에 산책을 했던 칸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병이 전염된기에 외출시에는 저멀리서라도 아는 사람이 보이면 일부러라도 먼 길을 돌아 아는이에게 인사말을 나누는것조차 싫어했던 칸트.


그는 그렇게 철저하고 지독한 인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장례식은 이주나 진행될만큼 타인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평생 독신에 까탈스럽기 그지없었던 그가 대체 왜 그토록 많은 타인들의 관심을 받았던 것일까?


사실,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거나 전공자가 아니라면 철학이라는 학문은 참 어렵고 지루하다. 게다가 도덕철학과 비판철학의 아버지라 불릴만한 칸트의 이론들은 더더군다나...


그런 그의 일생과 철학 이론에 대해서 아주 쉽고 흥미롭게 만든 이 책을 보고서 나는 어른책이 아닌 어린이용 도서를 읽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너무 심플하다 싶을만큼 간단한 로랑 모로의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칸트가 어디서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고, 어떤 삶을 꾸렸는지 장 폴 몽쟁은 뚜렷한 목표-철학가들을 일반인들에게 아주 쉽게 소개하고 친근하게 느끼게 하겠다는-를 가지고 이 책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내가 책을 다 읽고서 느낀 것은 장 폴 몽쟁의 그런 의도가 정확하게 나에게 전달됨과 동시에 내가 지루할 수도 있었을 철학서를 한 권 아주 쉽게 읽어냈고, 뭔가 이해한것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칸트라는 철학자와 그의 도덕/비판철학에 대해서 더 알고자하는 의지를 갖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얻어낸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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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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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스레 일상속의 부대낌에 지치고 힘이 들때가 있다. 

어떤 이는 잠을 자면서 그 지친 심신을 치유하려 들고, 어떤 이는 먹을 것을 잔뜩 쌓아두고 힘든 마음에 스스로 토닥거림을 준다한다. 어떤 이는 훌쩍 떠날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으니 그렇게 지친 마음을 달랜다는데, 나는 어떤가...

나는 그런 날이면 볕 잘드는 거실 창가 소파위에 둥글게 몸을 말고 앉아 마음을 달래주는 책을 무릎 위에 펴들고 책을 읽다가, 볕을 쬐다가, 차를 마시다가, 다시 무릎 위에 펼쳐둔 책속에서 위안을 얻는 것으로 심신을 달랜다.


이 책은 이미 여름의 한가운데 와서 서버린 듯한 날씨속에서 일상에 지쳐 힘이 쭉쭉 빠지는 내게 한가로운, 그러나 큰 위안의 시간을 내어주었다. 작가의 고향인 치바현의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배경으로 했다는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과 여름으로 이어지는 6번의 계절동안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태로 진행된다. 아내를 잃은 젊은 도예가가 어린 딸과 함께 떠난 여행 끝에 도달한 무지개 곶의 찻집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차를 타고 달린 끝에 만난 찻집에서 이 부녀를 반기던 작고 흰 강아지, 그리고 '어메이징 그레이스' 음악과 그림 한폭. 그렇게 이야기는 펼쳐진다.


작고 소박한...테이블을 단 두개만 비치해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창가를 가진 그 카페의 이야기가 일년 넘게 펼쳐지고,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마치 어린 소녀 노조미와 그녀의 아빠와 함께 찻집 한구석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그리고, 하나 둘씩 찻집을 찾는 이들. 그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마음이 아프고 삶에 지친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은 무지개 곶의 그 작은 찻집에서 자신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게 된다.


매 계절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이들의 얘기와 함께 언급되는 노래들도 하나같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을 달래주는 듯 마음 편하게 해주는 노래들이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걸즈 온 더 비치, 더 프레이어, 러브 미 탠더, 땡큐 포 더 뮤직과 곶의 바람과 파도 소리.


누구든 나를 달래주는 그 무엇은 필요하다. 그것이 쓰러진듯 잠들 수 있는 방 한켠 자리이든, 테이블에 가득 쌓이 음식이든, 마음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이든, 또는 한 권의 좋은 책이든...


혹, 당신이 지금 누군가에게 위로받길 원한다면...반복되고 부대끼는 일상 속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다면... 무지개 곶의 찻집으로 떠날 준비를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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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전세계가 주목한 코넬대학교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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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는 우리보다 연장자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저절로 '저 사람은 나이를 어디로 먹은거야?' 라고 말하거나 생각하게 된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어느정도의 나이에 도달했을 때는 그것이 사회적인 명예나 지위이든, 물질적인 부의 축적이든, 아니면 인생선배로서 다른 이들에게 내가 나이를 '헛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만큼의 뭔가를 이루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이들에게도 그것을 바란다.


이 책은 정말 나이를 헛되이 얻은게 아닌 이들이 후진에게 남기고 싶은 말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미국 아이비 리그 대학중 하나인 코넬 대학의 교수 칼 필레머가 무려 5년여에 거쳐 1000명 이상의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모은 책이다. 그 1000여명의 인생의 합이 8만여년이라니,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이들의 삶의 "extract"를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물론, 남의 말 듣기 좋아하는 사람이 요즘은 그리 많지 않다. 다들 너무 잘났고 내가 최고다. 게다가 부모나 가까운 스승이 아닌 어른들의 말씀은 그냥 고리타분한 잔소리로 치부하는 사람들조차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1000명의 인생선배들이 우리 인생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세월의 현명함이 쉽게 쓰여진 글 속에서 집어올려진다.


책은 크게 8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내가 초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2장부터 7장까지였다. 이 6장은 우리가 인생에서 중히 여기는 것들을 풀어냈기 때문이다. 잘 맞는 짝(배우자)과 살아가는 법, 평생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법,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지는 해를 즐기는 법, '그랬어야 했는데'에서 벗어나는 법, 그리고 나머지 인생을 헤아리는 법.


성인이 되면 우리는 대부분 특별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배우자를 만나 나의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이십여년 삼십여년을 남남으로 다른 가정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이 융화되어 한 가정을 이루고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은 늘 생긴다. 결혼 15주년을 코앞에 둔 나는 내가 이만하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것을 2장에서 배웠다. 3장에서는 평생 할 일을 찾을 법과 그것을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개인적인 이유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절레절레 젓기도 했다. 그리고 4장에서는 부모로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할지 한수 배웠다. 그 외에도 이 책은 내게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과 이미 되돌릴수 없는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후회에서 왜 지금 벗어나야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게 남은 길인 인생을 마감하기 전에 해야할 일들에 대한 계획과 아이디어를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머리 복잡한 일이 많다는 이유로 그저 후다닥 읽어'치우는' 책을 며칠 꾸준히 읽던 나의 가슴과 머리에 작은 파동을 일으켰던 이 책...다시 곱씹으며 읽을 기회를 가져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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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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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니 에르노라는 작가를 접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전 지식이나 기대감을 갖지 않은 채로 이 책을 읽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책의 제목때문이었다.

전과 달리, 요즘 나는 애송이 노름꾼이 경마장에서 확률이나 정보를 무시하고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내기돈을 걸 경주마를 고르듯, 그렇게 읽고 싶은 책을 제목을 보고 정하는 행각을 저지르고 있다. 어떤 때는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가슴이 뛰도록 행복하게 해준 책을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실망감과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어디에 속했을까? 아마 전자와 후자의 중간 어디쯤?


책의 겉표지 안에 있는 작가의 프로필을 보면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글을 쓴 이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영향력이 있는 작가였던 탓이다. 그녀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있을 정도로....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그다지 비슷한 점이 없는듯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에르노의 글을 읽고, 그녀의 프로필을 읽으면서 나는 운명을 달리하신 박완서씨가 떠올랐다.


에니 아르노의 다른 책들에 대한 짧은 소개와 제목을 보니, 그녀는 자신의 삶에 대한 얘기를 주로 다루는 듯하다. 이 책은 그녀가 경험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본 적이 없으니 어떠한 비교도 불가하다. 내가 느낀 그녀의 문체는 뭔가 굉장히 무미건조해서 마치 단어를 조합해서 배열해 놓은듯했지만, 읽다보면 그 단숨함에서 뭔가 편안한 기분과 함께 완성도가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딱 한 번의 장례식 참여 경험이 있었는데, 외국살이를 오래 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중에 하나가 슬픔과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였다고나 할까? 곡소리가 요란한 한국의 장례식 문화와 달리, 외국은 너무 조용하고 덤덤하게 고인들을 보낸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 책속의 에르노의 글에서는 그 덤덤함을 넘어서서 과연 아버지를 사랑하긴 했었나,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제 삼자의 입장에서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한다.



간결하고 무덤덤한 문체와 더불어 그녀가 서술했던 아버지의 일생과 가족 구성원들의 인생. 그녀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아버지가 떠나실 때까지의 이야기들을 통해, 결국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가 자식에게 느끼는 자부심과 사랑은 그 형태가 조금은 다를지 몰라도 근본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내 아버지가 아직 내 곁에 계심에...그분의 사랑을 아직까지 느끼고 되돌려 드릴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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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이유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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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책표지에 보이는 부제이다. 나는 이 책을 쉼없이 읽어내려간 후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책을 똑바로 식탁 위에 내려놓고 그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누가 붙인거야, 이 부제? 완전 딱이잖아!


창의적 글쓰기를 하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 이유정이 풀어낸 35권의 책 얘기는 삶, 관계, 일, 꿈, 그리고 감정이라는 다섯개의 주제 아래 참 보기좋게 제자리에 앉아 독자의 눈길을 기다린다. 이유정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술술 읽어내려가도록 쓴 소소한 일상의 얘기들이 소개된 책들과 함께 잘 어우러져, 마치 간이 딱맞는 비빔밥을 먹고 난 후에 숟가락을 내려놓을 때의 포만감과 만족감을 느끼듯 그런 행복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저 시간 나는대로, 손에 잡히는대로 이책 저책을 읽던 내가 지난 두어해동안 자주 읽게 되는 책들이 바로 다른 이들의 독서에 관한 것들이었다. 어떤 책들을 읽는지, 어떻게 읽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이 책에서 얻어낸 것들을-그것이 감성적인 것이든 이성적인  것이든, 소소한 에피소드이든, 깊은 지식이든-정리하고 써내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책들 말이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그런 책들은 읽을 때도 술술 읽히지 않거나, 정말 심할 때는 두통까지도 생성해낸다. 그런데, 이유정씨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참으로 편안했다. 억지로 짜맞추지도 않았고, 무리하게 지식을 들어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정말 부제 그대로 사흘에 책 한권꼴로 읽는다는 다독가인 그녀의 소소한 독서기. 그래서, 좋았나보다. 


일요일 오후만 되면 나도 남편도 Sunday afternoon syndrome 을 겪는다. 일요일도 이미 다 지나갔으니, 저녁을 챙겨먹고 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다시 일주일간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뭔가 우울해지는 것이다. 그나마 월요일이 미국에서는 이주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월급(!) 날이거나, 특별히 좋은 계획이라도 있다거나, 날씨라도 화창하면 좀 나은데, 아침부터 비라도 한바탕 온다거나 유난스럽게 차라도 막히는 길이라면 짜증스럽게 한 주를 시작하고, 결국 한주를 잘 보내겠다고 마음먹게 했던 에너지는 목요일쯤되면 바닥을 드러낸다.


이곳은 아직까진 토요일 밤.

하루를 지내고나면 나는 또 다른 한 주를 시작할 것이고, 목요일쯤 되면 또 다시 바닥을 드러내는 체력과 함께 정신없는 한주였다며 다가올 주말을 기다리는 지친 직장인일 것이다. 그래서, 재독의 기회는 다가올 목요일을 위해 아껴두었다.

지친 나에게 주는 에너지 강장제가 될 책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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