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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책 읽기
앨런 제이콥스 지음, 고기탁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요즘 오디오북 듣기를 즐기고 있다. 처음에는 극도로 시각형인 내 자신을 조금 바꿔보고자 시작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좋아하는 성우도 생기고, 누군가가 내게 읽어주는 책을 읽는 재미에 홀딱 빠져서는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디오북 듣기를 시작한 후로 주로 재밌는 이야기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을 며칠 전에 자각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더랬다.
남들이 생각하는 조금 어려운 책들, 재미 없다고 생각하는 논픽션 책들, 밑줄 긋고 노트에 메모 해가며 읽고 중간 중간 멈춰 깊은 생각을 유도하던 책들은 오디오북 듣기를 시작한 후 단 한 권이외에는 접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바쁜 일상에 허덕이는 내게 오디오북은 책을 접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에 가까운 방법인데 그렇다면 그냥 하루에 단 십분, 이십분의 실제적인 책읽기에 양보하고 말아야 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How to Read a Book 이라는 책을 읽었다. 출간된지 30년이 된 요즘 표현대로 어마무시한 양을 판매했고, 웬만한 학교에서는 소위 말하는 권장도서 목록에 꼭 올라가 있는 책이다. 어려운 책을 읽으라고, 그리고 그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데 읽다보면 마치 사이비 교주의 말에 정신줄 놓듯이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그래서, 나도 당장 재미 위주의 책들을 내려놓고 권장도서 목록의
책들중 하나를 뽑아 들고 읽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하는 이야기는 좀 다르다. 인문학 교수이자 저자인 앨런 제이콥스는 말한다. 재밌는 책 읽으라고. 재밌는 책, 마음에 드는 책을 찾으면 그 책을 그야말로 무한반복하는 둘째에게 언젠가 물은 적이 있다. 아무개야~ 집에 이렇게 다른 책이 많이 있는데, 왜 그 책만 읽어? 아이의 대답? 그거야 재밌으니까~
그렇다. 재밌는 책은 한 번을 읽어도, 두번을 읽어도, 백번을 읽어도 재밌다.
그런 점에서 제이콥스가 하는 얘기는 어쩌면 우리에게 어린 시절의 독서를 생각하게 하는 듯하다.
읽다가 재미없으면 내려놓아도 좋다고 얘기한다. 억지로 꾸역꾸역 읽을 필요 없다고. 그러다 재밌는 책을 만나면 몇번이라도 읽으라고. 책은 때가 있다고 하는데, 공감되는 말이다. 같은 책이라도 10대, 20대, 30대....에 읽으면 독자가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진다. 그런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독서는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 교육과 무관하다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한가지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큰 그림을 봤으면 싶다.
책에 관한, 독서법에 관한 책들이 참 많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다. 그만큼 다른 것들에 정신 뺏기고 책읽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일테고, 그나마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도 뭘 어떻게 읽는게 잘 읽는 것, 제대로 읽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자유롭게, 내 자신을 믿고 하는 독서. 그래서 평생을 함께 하는 습관, 삶이 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