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멀리 가고 싶은 너에게 - 시인 엄마와 예술가를 꿈꾸는 딸의 유럽 여행
이미상 글.사진, 솨니 그림 / 달콤한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한국어로 수다를 떨고 싶을 때,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물론, 주말마다 혹은 열흘정도마다 친정어머니와의 통화로 가족의 안부를 묻고 간단한 수다를 떨지만 역시 편하게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기 편한 상대는 친구들이다.  얼마전에 친구와의 수다 내용은 우리가  불혹을 넘기고,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엄마로서 살면서 바뀐 우리의 모습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한 얘기에 친구는 박장대소를 했다. '난 이제는 하다못해 어린이 책, 피터팬이랑 비밀의 화원마저도 육아서로 생각이 되'


비밀의 화원의 여주인공인 어린 소녀, 메리가 인도에서 바쁜 사교생활에 바쁜 부모 대신에 인도인 보모와 가정부에 의해서 키워지고 부모의 죽음때문에 영국의 친척집에서 생활하게 된 그녀가 보여주는 행동은 가히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의 감동은 어디로 가고, 나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제대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메리의 행동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내 애들은 저리 키우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여행책 얘기는 안하고 왜 육아서 타령이냐고? 그것은 이 책 또한 내게는 육아서처럼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고 이 책이 이래라 저래라, 니애를 이렇게 키워라, 저렇게 키워라 하는 일반적인 육아서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이 책은 여행기이다.  시인인 엄마와 자유분방하고 예술가의 길을 걷기를 꿈꾸는 딸아이의 3개월간의 유럽여행기이다. 책 속의 딸아이는 참 특이한 아이라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자신의 '특이함' 을 감추고 살려고,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학생의 모습과 일상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하다가 결국은 자신이 그렇게 살 수 없음을 지각하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미국의 학교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리고, 고등학생인 그녀는 어느 날 방학때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신 유럽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말로 가족을 놀래키더니, 어린 딸 혼자 유럽에 보낼 수 없다는 엄마의 말에 엄마의 표까지 구입해서 계획에 없던 모녀 유럽 여행을 시작하는 엉뚱함과 추진력을 가졌다.  결국, 그렇게 얼렁뚱땅 떠나게 된 두 모녀는 이베리아 반도의 포르투갈과 스페인,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3개월간을 보내고, 그렇게 그들이 마주했던 자리에서 두 사람이 만들어낸 시와 그림이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선보여진다. 


책의 저자인 엄마를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엄마라는 삶을 나보다 조금 먼저 살고, 평버하지 않은 딸을 잘 키우고 있는 선배엄마에 대한 존경심과 공감이었다.  어릴 때부터 전혀 평범하지 않았던 딸. 그리고, 그런 딸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이미 예견했던 엄마.  죽을거 같아서 단 1분 1초도 더 이상 견뎌낼 수 없다면 스스로를 자신의 방에 가두고 2주간 방밖을 나서지 않던 딸에게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하고 기다려주던 엄마. 그리고, 그런 딸이 자퇴서를 내고 유학길에 오르도록 도와주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라면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고,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중간 중간 육아서같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이를 키워본 엄마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한다. 


책 속의 모녀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개월간의 여행을 통해 단순히 유럽의 풍경을 그려낸 그림이나 사진, 글이 아니라 둘이서 함께 어떻게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는지....그녀들이 스스로의 삶과 서로의 삶에 끼친 영향이 어떤 것인지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딸이자 엄마인 나로서는 언젠가 한 번쯤은 내 어머니와, 내 딸과 나 또한 이런 성장 여행을 해 보리라는 결심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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