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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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이것 저것 여러 가지를 얘기하는데, 그 중 하나가 여행이다.

나는 집시병, 역마살, 방랑벽이라는 수식어를 늘 내 이름 앞에 달고 살았던 사람이지만, 단 한 번도 여행이 취미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여행은 내게는 하루에 삼시 세끼 밥을 챙겨 먹고, 자각없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듯 그냥 해야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엄마가 된 후로는 바뀌었다. 더이상 나는 원한다고 훌쩍 가방 하나 둘러매고 집을 나설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덕에 요즘은 여행 가는 횟수보다는 여행서를, 여행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고입 시험을 치고 그 겨울 방학 나는 <데미안>을 처음 만났더랬다. 
제사때문에 찾은 큰집의 사촌 오빠들 방 책장에 있던 그 책을 만난 후 읽고 싶다는 국민학생 어린 사촌 여동생들에게 대학생인 사촌 오빠들은 더 커서...라는 말만을 남겨줬었는데, 그 겨울 방학 어머니는 세계 문학 전집을 사주셨고, 그 50여권의 책중 내가 가장 먼저 빼들은 것은 바로 <데미안>이었다. 그렇게, 만났던 헤세는 평생 내게는 범접하기 힘든 지성이었고, 문인이었으며,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헤세가 갔던 여행지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것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슴 떨리는 자극이었다.
그렇다고 단순한 여행기였다면 가슴 떨리는 경험이었을리가 없지! 
그냥 여행 에세이가 아닌 세계적인 문인의 인문학적 여행 에세이를 읽는 기분은.... 이 여름의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할 만큼 좋다.

24세의 젊은이일 때 시작된 그의 여행. 그리고 26년 후에 중년의 남자로 여행을 마칠 때까지 그의 여행과 글쓰기에 대한 글인 이 책은 그저 자신이 여행했던 곳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그런 것을 원한다면 차라리 여행 안내서를 읽어야겠지. 저자가 각 여행지에서 가졌던 자신의 생각과 글쓰기에 대한 고찰을 잘 보여주는 그런 책이다. 덕분에, 책은 눈으로만 읽지 고등학생 시절 참고서나 교과서 외에는 줄을 긋거나 하이라이트를 쳐 본 적이 없는 나도 어쩔(!) 수 없이 밑줄을 긋고, 문장을 골라 나의 책노트에 옮겨 적고, 소리내어 읽는 행동을 하게 했던 책이다.


이태리에서 나고 자란 지인의 딸이 여름 방학동안 영어를 익히기 위해 나를 방문중이다.
그 아이가 이태리의 관광도시에 살면서 느끼는 각나라의 여행객이 자신의 도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박장대소를 한 적이 있는데, 물론 그런 관광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하겠지만,  나의 다음 여행은 헤세의 그것처럼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내 인생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여행' 다운 여행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번 해보게 되는 책을 덮으며 난 이제 병원에서의 휴가(!) 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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