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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김진송 지음 / 난다 / 2012년 12월
평점 :
이 책 읽기를 마친 것은 2012년 12월 30일 아주 이른 새벽이었다.
책
의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나서도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고민을 했다. 흠...한 번 더 읽으면 대체 이 책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뭐라 얘기할 수 있는지 감이 생길까? 라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결국은 2012년의 마지막 날까지 이 책을 계속 뒤적거렸다.
일
단은 나의 무지함을 탓하기로 했다. 대체 듣도 보도 못한 김진송이라는 이 작가는 누구인지를 알아보고 나서 뭔가 얘기를 해도 하는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내가 알아낸 그의 약력은 의외로 간단하다. 1950년대 후반생인 그는 홍익대학교
미술사학과를 수료한 미술평론가이자 공예가이다. 여기까지 알고나니, 요즘엔 참 다재다능한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나는 내
속에 있는 생각 하나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해, 가지지 못한 글재주를 늘 한탄하는데, 이 사람은...공예 하는 사람이 글도
잘쓰네? 상상력도 뛰어나네? 싶은거였다. 그러다가 책장 안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사실. 그가 국문과 출신이라는 것. 아하, 그러면
그렇지! 라는 웃기지도 않은 안도감과 함께 저자 소개를 읽으면서 나는 그가 벌써 십오년정도 나무작업을 하면서 전시회도 여러번 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
책을 정의하기 쉽지 않은 것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그저 한 권의 에세이일 수도 있고, 전시회 도록일 수도 있으며, 작업
노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일반적으로 정의하라면 아마 이 모든 것이 합쳐진 그 무엇정도? 결국, 나는 이게
무엇인지 굳이 정의하거나 머리로 이해하려고 애쓰는 대신, 내가 느낀대로 이야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책
띠에 이야기의 시간을 이미지의 시간으로 바꾸는 일, 그것이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를 만드는 일이다. 라는 문장이 보인다.
에디터의 솜씨인지 작가의 솜씨인지 모르겠지만, 참 제대로 잘 정의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는 김진송씨가 깍아낸 여러개의
기계들이 보인다. 각각의 기계는 각각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게다가 매 작품마다 작업노트인듯한 스케치가 많이 보인다. 기계와 그리
친하지 않은 나조차도 그의 스케치를 통해 그가 어떻게 움직이는 나무 작품을 만들어냈는지 대충 이해가 갈만큼 그의 작업 스케치는
섬세하다.
다
만, 그의 그런 작품들이나 이야기가 내 취향은 아니다. 뭐랄까...판타지적인 성향이 강한데, 그것이 순수하고 아름답다기 보다는
뭔가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처절한 느낌도 들면서 애틋함까지 일으킨다고나 할까? 게다가 약간 공포스럽고
스산한 기운마저 느끼게 한다. 마치 팀 버튼 감독이 만든 영화들 특유의 느낌이랄까? 가위손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그
래도 그의 작품들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나 나무 작품을 떠올린다면 <악몽> 에서 소년이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한 후, '모름'을 앎으로 바꾸려 노력하는 이야기, <책의 바다에 빠져들다>의 나무 작품, <책잠에 빠진
아이>의 이야기 속에 그가 말하는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 <두뇌교체>가 전해주던 묵직한 교훈과 메세지, 그리고
<개와 의자 이야기>가 내게 던져준 화두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