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와 거기 - GQ 에디터 장우철이 하필 그날 마주친 계절과 생각과 이름들
장우철 지음 / 난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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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와 거기.

장소를 지칭하는 여기, 그리고 거기. 하지만, 거기에 접사 '와' 가 붙으면서 그 두 장소의 거리까지 포함하는 이 제목. 결국 특정장소를 지칭하고 있지 않은 두개의 대명사로 우리는 이 세상 어느 것이든 이 제목안에 포함시킬 수가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대체 저자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거였는지.


책을 앞에 두고서야 저자가 유명 남성잡지의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책을 펼쳐들기도 전에 묘한 선입견에 사로 잡히는 나 자신을 바로잡아야 했다. 책을 모으고 읽는 사람은 주위에서 흔히 보지만, 잡지를 아끼는 사람을 보지 못한 내 주위 환경탓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잡지는 그저 머리를 다듬으러 간 장소에서 내가 읽던 책이 지루해지거나, 혹은 깜빡 잊고 책 한 권조차 챙기지 못한 내 스스로를 책망하며 집어드는 시간 죽이기용 정도의 활용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가의 직업을 대하는 순간 이 책조차도 가볍게 읽어 넘기고 말 수 있는 그런 책이겠구나, 하고 되려 짐작해 버린 것이었다.


'장우철이 하필 그날 마주친 계절과 생각과 이름들'. 책의 부제이다. 이 책을 아주 잘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계절이라는 큰 가지 안에 그가 떠나서 만났던 인물들, 물건들, 생각들에 대한 그의 단상들이 작은 가지를 이루며, 아주 차곡 차곡 절제된 구조와 잘 다듬어진 문장으로 읽는 이를 동화시킨다. 


책 소개에서 그는 직장 옮기기를 일반인들 하루 세끼 챙기듯 하는 이 직종의 사람들과 달리 그가 한 직장에서 같은 자리를 10년동안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렇구나! 그래서, 책 속에서 어떤 우직함이 느껴졌던거구나! 그래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찍은 사진들과 글에서 자유로움과 철학이 느껴졌던 것이구나!


책을 읽는 내내 이 사람은 자신을 참 잘 알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막힘없이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런 내 느낌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겠으나, 작가의 경력과 성격이 글에서 드러났기에 내가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해 보았다. 한가지 일을 오래 하면서 뭔가에 익숙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통달하는 느낌. 그런 느낌이 글 속에서 묻어나 좋았던 책.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개나리 꽃이 피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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