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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 나를 움직인 한마디 세 번째 이야기
곽경택.김용택.성석제 외 지음 / 샘터사 / 2012년 12월
평점 :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차이는 무엇일까?
똑같은 해는 비슷한 시각에 지고, 비슷한 시각이 되면 떠오른다. 북반구의 새해는 대부분 겨울이니,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기
온차는 좀 있을 수 있겠으나, 대부분 오후 5,6시면 해가 지고 스산하게 춥다. 하지만, 그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12월 31일 자저을 넘어서는 시각에 사는 곳의 풍습대로 새해라는 것을 맞으며 축제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12월 30일에서 31일로 넘어갈 때와 별반 다른 것이 없지만, 사람들이 부여한 의미에 따라서 우리는 용서, 응원, 감사의
마음으로 새날을 맞는 것이다. 이쯤되면 연례행사이니, 새로운 각오도 다져줘야 할 것같다.
나라고 별반 다를 것도 없다. 새해에는 인생 계획, 독서계획, 건강계획까지 계획이라는 계획은 다 세워본다.
그
중 독서 계획은 세워놓고도 피식! 하고 어의없는 웃음도 나고, 미친거 아냐? 하는 스스로의 정신 상태에 대해 의구심마저 갖는다.
지난 열흘정도의 시간동안 묵직한 책을 읽고 내려놓으니, 기다리고 있는 책들 중 가볍게 읽을만한 책을 골라들게 된다. 그래서,
손에 잡고 화장실에도 들고 들어가고, 운전하다가 유난히 긴 신호대기에 걸리면 빼들기도 하고, 당췌 우리네 삶에는 왜 이리 기다림의
시간도 많단 말이냐! 주유소에서의 몇분, 병원 대기실에서의 유난히 긴 몇십문의 대기 시간에 빼들고 읽다보니 어느새 끝장이 보였던
책.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엄마미소부터 짓게된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유독 마음에 들어서다. 자그마한 아이가 생뚱맞은 표정으로 아리쵹 위에 앉아있다.
아리쵹이라는 저 야채는 아마 꽃이라지? 저걸 소금물에 삶아내어 꽃이파리같은 잎을 하나씩 하나씩 떼내면 가장 안쪽에 자그맣게
자리잡고 있는 것은 보드랍고 연미색을 띈 아리쵹 하트(심장이라니! 먹는 음식에 참 시적인 표현도 붙여놓은 외국인들!)가 나온다.
그러고보니, 저 아피라 하나하나는 마치 책속에 글을 남겨놓은 여러 인물들 같구나! 싶어서 일러스트레이터의 아이디어에 작은 박수라도 보내줘야 할거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찬찬히 쪽시간 떼어 한두개씩의 글을 읽어 나간다.
유독 가슴에 와닿는 응원의 한마디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는가 하면, 별~ 하고 후다닥 감흥없이 넘어가게 되는 얘기도 몇개는 발견한다. 그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첫 두개의 이야기였다.
좋
아하기 시작한 작가인 정희재씨의 어머니가 정희재씨에게 들려줬던 "눈이 게으른거란다" 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는 언젠가 참여했던 농촌
봉사활동때의 기억이 떠올라 웃음도 나오고, 무엇보다도 늘 장기계획에 미리부터 지치고 지레 겁에 질려 가끔 포기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떠올려져 지금 당장에 충실하고 행복해보겠다는 내 신년계획에 의지를 굳건히 해주는 말이라며 좋아했다. 그리고, 다음에 나온
에피소드는 양희은씨가 자전거 코치로부터 들었던 용기의 말이었는데, 이것이 어쩜 바로 전 에피소드를 그려낸 정희재씨의 한 마디와
상반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앞을 보는 것이 아니라, 멀리 내다보고 가라는 말.
이
외에도 '부딪히며 배운다' 는 오소희씨의 이야기,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입니다' 라는 이해인 수녀님의 이야기, '기적은
현재가 있어야 온다' 라는 김태원씨의 이야기, '내 일이 아니라 생각하면 웃을 수 있다' 라는 백재현님의 이야기등이 기억난다.
이
야기 이곳 저곳에서 가슴 따뜻하게 울려준 이야기들과 그림의 만남도 좋았고, 무엇보다 유명인들도 다 비슷 비슷하게 사람처럼
사는구나, 싶어서 좋았고...그리고, 역시 오늘에 충실하면 내일의 모습은 더 밝고, 더 행복하며, 더 뿌듯할 수 있다는 내 마음의
다집에 무게를 실어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