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파리, 파리

파리, 슈브니르 - 다시 파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ㅣ 두 번째 티켓 1
이영지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1월

내가 어린 아이적에 가장 먼저 알게 된 외국은 미국이었다. 친구의 아버지가 선박회사에서 일을 하시던 분이라 그 분이 가져다 주신 초코렛을 친구와 나눠먹으며 알게 된 나라였다.

그 후에 알게 된 외국은 프랑스였다. 불어를 공부하는 먼 친척뻘되는 언니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려 나의 부모님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알게된 나라였다. 그 먼 친척 언니가 들려주는 프랑스의 말은 좀 우습기도 하고 멋지기도 한 외국말이었고, 그 언니가 보여준 사진에서 봤던 에펠 탑은 아주 오랜 동안 내 꿈에 자주 등장했었다. 그렇듯 꿈에서만 보던 에펠 탑을 처음 본 것은 유럽에서 유학하던 시기였고, 수업이 임시 휴강된 긴 주말을 끼고 나는  터를 잡고 있던 이태리를 떠나 홀로 밤기차에 올라타 새벽녁에 파리에 도달해 있었다. 여름을 보내버리고 가을로 접어선 파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도시였었고, 지금도 가슴 설레게 하는 도시이다. 물론, 프랑스에서 좋지 않은 경험이란 경험은 다 해본 남편은 프랑스라면 학을 뗀다.

남편이 3년간 파리 주재원으로 일하도록 발령을 받자 저자가 프랑스에서 살면서 겪은 프랑스라는 나라, 프랑스인들의 삶을 자신이 느끼고 겪은대로 여러가지 프랑스적인 문화를 통해 잘 표현하였다.

간단하게는 '마담'과 '살롱'이라는 표현, '프렌치 French' 가 세계인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부터 시작해 그들만의 특별한 식문화, 재래시장의 모습, 마케팅 전략, 그리고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장소들에 대한 소개까지 책은 잠시 들렀다가 가는 여행객으로서 느낀 파리가 아닌 길지 않은 시간일망정 파리지엥으로 살았던 저자가 겪은 '삶'이 글속에 잘 녹아있는 듯하여 읽는 내내 멋드러진 사진들과 함께 내 눈이 호강하는구나, 싶었다.

오랜 외국살이를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한국에서처럼 모든 일이 빨리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학생활중에 거주증을 얻는라 줄을 서서 몇시간씩 기다려야 하던 일, 전화 개설하고 은행 통장 개설하는 일에 몇주간의 시간이걸리는 등의 불편함이 그들에게는 불편함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었는데 글을 읽다보니 프랑스 또한 비슷한 실정인 듯해서 웃음이 나왔다. 빠르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요즘 같이 손끝에서 모든 것이 다 해결 가능한 세상에 이메일, 전화, 문자 메세지 대신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놀람으로 다가왔다.

한 국에서는 첫돌 생일, 환갑, 칠순 등 크게 축하받는 생일이 일생에 몇번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마흔번째 생일이 그러한 생일이다. 몇년 전에, 마흔 선물로 뭘 해줄까라는 남편의 물음에 나 혼자 일주일간 파리로 여행 다녀오고 싶어,라고 대답을 했었더랬다. 만 생일로 이제 한해후면 나는 그 마흔 선물을 받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흔 생일 선물로 받게 될 도시...젊은 시절 몇번의 방문으로 낯익은듯 설렘인 그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며 내내 행복했다.

파리야....기다려라~ 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