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다지 - 조선을 꿈꾸게 한 일곱 권의 책
오정은 지음 / 디아망 / 2013년 2월
평점 :
세계 곳곳에서 여성 정치인들이 각자의 나라를 이끄는 주춧돌 역할을 하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이다. 다들 법안에서, 법앞에서 평등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조선을 꿈꾸게 한 일곱권의 책이라는 부제와 책표지 디자인 덕분에 책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역사서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허구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만들어낸 역사 로맨스 소설이고, 그 시대적인 공간과 공간적인 배경은 17세기 병자호란
후인 조선이다.
전세계적으로 왕권을 두고 어느
나라도 격렬한 권력 다툼이나 음모, 모종의 거래, 암살등을 경험하지 않는 나라는 없었던 듯하다. 물론, 우리 나라의 왕조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소설 또한 이런 구조가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왕의 눈밖에 나 결혼도 하기 전에 궁밖에서 생활을 하는 대군
휘운, 청나라로 볼모로 가 있다가 잠시 돌아온 명경 세자, 명경세자가 휘운에게 서찰을 전해주라 보낸 남장 여인 설, 영의정의
자리에 있는 아버지를 둔 수련. 이런 인물들과 함께 이야기는 첫장부터 상당히 빠르게 전개된다. 티비 드라마처럼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고,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는 그런 밀당이 없다.
아버지 의종의 명으로 영의정의 딸인 수련과 혼례를 올리게 된 휘운은 직접 수련을 찾아가 자신이 대군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그녀와의
혼인을 거부하고, 잔꾀를 내어 아버지의 결혼 명령을 피한다. 그리고, 형인 명경세자로부터 받은 서찰을 열어보기도 전에 형이
암살되었다는 비보를 접하게 된다. 그 후에 형 대신에 청나라로 볼모로 가게 된 휘운과 그런 휘운의 비로 청나라가 명한대로 설과
부부의 연을 맺는다. 청나라의 명으로 부부가 되었지만, 휘운은 설에게 점점 빠져들고, 그런 그들이 청나라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다른
살인 사건이 그들 앞에 펼쳐진다.
형인
명경세자가 청나라에서 조선으로 가져갔던 책들의 제목, <비월차>, <유투보>, <만민원>,
<남녀공학>등을 보면서 사실 웃음이 나기는 했었다. 특히, 개개인의 능력을 존중하고 멀리서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기한 명경인 '유투보' 를 읽으면서
youtube 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는데, 실상 왜 명경세자가 그런 책들을 조선으로 가져갔는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면 웃을 일은 아니다.
나는 세계 역사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한국사에 대한 이해나 정보를 많이 가진 편이 아니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몇십년 전 학생
시절에 시험용으로 달달 외웠던 조선사를 떠올려보느라 애를 썼다. 그러면서 크게 느낀 것은 내가 조선사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았다면,
비록 이 책이 역사 로맨스이더라도 더 많은 공감과 함께 책읽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시대적인 배경때문에 큰 줄거리는 독자의 마음에 묵직한 기운을 남길지도 모르겠으나, 매력적인 두 주인공인 휘운과 설의 로맨스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최고의 집중과 즐거움은 선물받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