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 - 마음 가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뉴욕아트에세이
박아람 글.사진 / 무한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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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이 한 단어를 듣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나는 그것이 가끔 궁금하다.
혹자는 9.11 테러로 무너져 내리던 쌍둥이 타워를 연상할 지도 모르겠고, 또 다른 이는 미국의 독립 기념으로 프랑스에서 보낸 세계적인 랜드마크인 자유의 여신상을 떠올릴 수도 있겠고, 많은 수의 사람들이 꽤 오래전에 히트했던 미국 드라마인 <sex and the city> 를 연상하려나? 좀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티파니의 아침> 이라는 영화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내게 뉴욕은... 젊은(?) 신혼부부였던 나와 남편이 조그마한 원룸 월세를 한달에 5000달러씩 내고(십년도 전의 일이다), 하루 주차비로만 200달러를 넘게 써야했던 비싸고, 각박하며, 더럽고, 정신 사나운 도시이다. 또한, 유럽에서 공부를 마친 나와 남편이 두 번째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느라 바쁘고 힘들었던 기억이 가득한 도시이다.

하지만, 뉴욕이 가진 매력은 세계 어느 도시와도 다르다. melting pot 이라는 표현이 말 그대로 살아있는 그런 도시.  세계 각양 각색의 인종과 언어와 문화와 음식을 만나볼 수 있는 그런 도시. 거기에 5th Ave. 의 화려한 쇼핑거리와 세계의 모든 뮤지컬이 함께 공존하는 곳. 줄만 잘 서면 몇십만원, 몇백만원짜리 공연 리허설을 몇만원에도 구경할 수 있는 곳.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뉴욕이 가진 어마어마한 숫자들의 뮤지엄과 갤러리들이다.


이 책의 저자 박아람씨는 뉴욕에서 공부를 하고,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에서 인턴과정을 거쳤으며,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일을 했다. 그런 그녀는 준뉴요커라고 불릴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소개하는 대략 30여개의 미술관 이야기들(몇곳은 꽤 유명해서 뉴욕을 한 번 가보지 못한 사람들도 아는 미술관들, 그리고 그 외에 알려지지 않은 많은 미술관이 소개된다), 그 안의 미술 작품 이야기들, 뉴욕의 레스토랑과 음식 이야기까지... 뉴욕을 사랑한 사람이 아니라면 길지 않은 시간동안 저자가 뉴욕 구석 구석을 저리 잘 알게 되었을까, 싶을만큼 알차게 뉴욕이라는 도시를 그려낸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꽤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단순한 미술작품에 대한 얘기들이 아니라(미술사가 부전공이었고, 여전히 미술 작품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인터넷이나 다른 책들을 통해 충분히 미술 작품에 대한 얘기들은 접했다고 생각하므로), 미술관 자체에 대한 얘기를 풀어낸 것이다. 미술관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주변환경을 담은 사진과 얘기들, 건물 자체에 대한 얘기나, 미술관 운영에 대한 얘기들이었다.

한때 나는 미술관 큐레이터나 디렉터가 되기를 희망한 적이 있었지만, 한해에도 어마어마한 숫자의 학생들이 졸업해서 미국내 한정된 숫자의 미술관에서 일하기 위해 치고박고(물론, 육탄전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는 과정을 견딜 자신도, 연줄도 없다는 생각에 지레 포기를 했었더랬다. 하지만, 외국인(미국에서 한국인인 박아람씨는 당연히 외국인!)인 그녀가 인턴과정뿐만 아니라, 직접 현대미술관에서 일까지 했었다는 부분을 읽으며 못가본 길이 보내는 아름다운 빛에 잠시 내 머리를 쥐어박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이 책은 잘 읽힌다. 술술~
그리고, 당장 짐을 꾸려 뉴욕으로 떠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단점(!)을 빼면 알차게 잘 꾸며진 책.
올 가을, 내 아이들과의 뉴욕 여행에 벗삼아 데리고 가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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