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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너무 익숙해서 - 느리게 여행하기
서제유 지음 / 미디어윌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어떤 지경에 이르면 '중독'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걸까?
나
도 한때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산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여행을 즐겼으나, 지금 내 현실은 일, 육아, 공부, 살림이라는 네 꼭지점을
찍으며 매일같이 반복해 달리는 사각의 레이스이다. 그래서 여행을 가고 싶으나 그럴수 없을때 나는 여행 에세이를 집어든다. 물론,
대리만족을 위해서...그리고, 내가 했던 여행들을 떠올려주는 매개체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면에서 서유제씨의 여행 에세이는 어느정도의 소임(!)은 한듯하다.
잔잔하고 차분한 느낌의 표지를 봤을 때까지만해도 참 좋았다.
뭔가 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여행에세이를 만나는가보다, 라는 기대감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쁜 사진과 간결한 글들(가끔은 너무 간결해서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 내 정서를 촉촉히 적시지도, 내 감성을 자극하지도 못했다. 누군가의 블로그와 일기를 훔쳐본 느낌. 그런 느낌이 들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책
이라는 것은 작가가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매개체로 존재하는 이유가 꽤 크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인간이 이상한 인간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이 책은 그저 작가 한명에게만 속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였다. 빨리 읽었는데도(글이 별로 없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몰입도 잘 되지 않았고 불편하리만큼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덮고 사흘 정도의 시간이 흐른후 나는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내가 뭔가 편견을 갖고 있거나, 사흘 전에 책을 읽을 때 내가 뭔가 개인적인 일로 이 책을 선입견없이 편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있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해서.
제목부터 다시 살폈다. '오늘이 너무 익숙해서'.
그렇지...나도 그래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거지...
일상의 반복 속에서 매일 매일이 내게 너무 익숙해지고 자극이 없으니, 그런 내 자신과 일상에게 익숙해지면 나는 떠나고 싶은거지...
그래서, 그녀의 떠남이 이해되는 순간, 그녀의 여행 에세이가 왜 그런 형식을 띌 수밖에 없는지 조금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떠나있는 여행지에서, 그 순간의 '오늘'에 익숙해지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와닿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찍고, 그때 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어떠한 여과없이 간결하든 아니든, 그것이 시이든 에세이든 써내려가며 그들의 '오늘'을 기록하며 그렇게 여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