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역습
에드워드 테너 지음, 장희재 옮김 / 오늘의책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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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나는 수시로 안경을 깨먹고 어머니께 혼나야만 했던 아이였다.
성인이 된 후에 의술과 의료기기의 발명과 발전덕분에 나는 12년전에 라식 수술을 하고, 지긋지긋한 30여년간의 안경잽이(내 어린 시절 수많은 별명중 하나였다)의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듦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몇달전부터 나는 다시 지긋지긋한 안경잽이의 생활을 다시 하고 있다. 어릴적 처음 안경을 썼을때만해도 대체 이런건 누가 어떻게 만들어냈지? 라는 신기함과 감사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고마운 물건이 나에게는 지긋지긋한 물건이 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어마어마하게 긴 서문(열장이 훌쩍 넘는다!)을 통해 테크놀로지와 테크닉에 대한 얘기의 물고를 트고, 그것들이 우리의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얘기한다.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수집력과 정보력을 가진듯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평범한 것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에 눈을 뜨길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집필 목적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 않은가 싶다.

사람들이 '달리다' 와 '틀리다' 라는 표현을 구부없이 대체해 사용하듯이(그것은 '틀린것', 옳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테크놀로지'와 '테크닉'을 큰 구분없이 사용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의 구분을 깔끔하게 정의해준다. 테크놀로지가 도구와 시스템으로 구분된다면, 테크닉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방법인 것이다.

슈퍼컴퓨터를 만들어내고, 달에 로켓을 쏴올리고, 이런 어마어마한 것들만이 발명은 아닌것이다. 우리가 어쩌면 별 생각없이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 즉 책에서 언급한 젖병, 운동화, 사무실 의자, 음악 건반, 텍스트 자판, 안경과 같은 일상속의 물건에 관련된 역사와 이야기거리를 통해 저자는 우리가 쉽고 흥미롭게 읽은 텍스트를 통해 우리가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에 대해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나 싶다.
엊그제 산 새 휴대폰이, 새 태블릿이 며칠만에 구형이 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더해져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해 두해가 지나다보면 예전의 테크놀로지는 어느샌가 잊혀지고, 새로운 것들만 우리곁을 맴돌고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작가의 후기가 남긴 메세지처럼, 이런 테크놀로지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져 부작용까지 경험하게 될만큼 익숙해지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나만의 테크닉을 만들어 내고, 인간 본연의 모습과 본질에 부합하도록 바르게 테크놀로지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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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독서뿐 -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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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다. 남편이 뭐라 한마디 한다.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늘 가족이 함께 하는 주말의 영화보기 시간에서 혼자만 빠져 서재에서 책을 읽었다는게 그 이유였다.

그리고, 날아온 한 마디는 그야말로 충격!

당신은 책을 왜 읽어? 그렇게 많이 읽는데 변하는 모습은 없네~


그 랬구나~ 늘 책을 병적으로 가까이 가까이 하는데다, 마음을 울리는 글귀를 만나면 그 글귀도 남겨두고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그래서, 나는 책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얻으며, 그런 것들이 당연히 내 모습을 통해 보여질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 독서법이 잘못된 것일까?

나는 그저 수박 겉핥기식의 책읽기가 아닌, 글자 읽기만을 하고 있었던 걸까?

끝임없는 질문 속에서 때마침 접한 이 책은 마치 누군가에게 따끔하게 종아리를 회초리질 당한듯 머릿속을 얼얼하게 했다.

그리고, 선현 9인이 전하는 그들의 독서법은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고, 내 고개는 더욱 떨구게 했다.


허균- 책을 읽는 까닭

이익- 의문과 메모의 독서법

양응수- 옛 성현의 독서 아포리즘

안정복- 바탕을 다지는 자득의 독서

홍대용- 독서의 바른 태도와 방법

박지원- 독서는 깨달음이다

이덕무- 생활의 습관, 독서의 발견

홍석주- 안목과 통찰

홍길주- 사색과 깨달음의 독서


이렇게 크게 인물별로 나뉜 9장에서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독서법은 왜 책 제목이 '오직 독서뿐'인지 강렬하게 다가온다.

일회성 소비 시대인 요즘, 책 또한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한두번 읽고나면 뇌리에서 지워지고 기억 저너머로 사라지는 텍스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태가 되버린지 오래지 않나 싶다.
하루에 전세계에서 사백여권이 넘는 책이 출간되어 나온다고 하고, 대부분의 세계인구는 그 많은 책을 다 접하는게 불가능하다.
게 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라도 따로 있어서 책편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밥공기에 가득 담긴 밥 위에 젓가락만 대었다가 떼버리고 마는 경우가 되어버린다. 그렇지만, 선현들이 살았던 시대는 어땠나? 많지 않은 책들, 그러나 양서인 그 책들을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곱씹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혀끝과 몸에 배개하는 것이 그들의 독서법이었다. 그런 독서법을 통해 그들이 얻은 것은 독서는 생활의 일부이며, 사유의 출발점이고, 자신을 갈고 닦는 도구였으며, 무엇보다 즐거움이 아니었나 싶다.
요 즘은 실용서가 판치고, 자기계발서가 앞을 다투어 출간되며, 이런 상태가 되기 위해서 이렇게 하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조언서가 끝이 없다. 하지만, 선현들이 읽은 책은 어땠을까? 좋은 시 한줄로 그들은 밤새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 사유와 토론을 가능케 했던 것은 무엇인지, 풍요함속에서 우리가 굶주린듯한 빈곤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 책.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책읽기가 삶의 큰 활력소인 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한 번 자신의 독서법을 재검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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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이 번지는 곳 독일 In the Blue 13
백승선 지음 / 쉼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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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짐 시리즈의 명성을 들은지는 꽤 오래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여행서를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번짐 시리즈를 구입해 읽은 적은 없었다. 제작년부터 내가 집중해 읽은 책들은 우습게도 행복해지는 법에 관한 책들이었다. 소위말하는 힐링에 관한 책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크게 힐링하고, 행복해지는 때는 바로 여행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그 동안 읽어보지 못하고 미뤄뒀던 여행서와 여행에세이들을 자주 읽으려고 노력중이다.


이 시리즈가 열권이 넘는 책으로 출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책들을 읽어보지 못했으나,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내게 아주 큰 만족감을 주었다. 저자, 백승선씨는 좋은 직장도 때려치고, 자신의 꿈을 좇아 출판업에 뛰어들었고, 책도 쓰고 사진도 찍고...팔방미인의 삶을 잘 보여준다. 그런 저자의 약력을 읽으면서 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그건, 내가 언젠가 일해 보고 싶었던 출판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도, 사진을 잘 찍거나 글을 잘 써서도 아니다. 내가 그를 부러워하고 약간의 존경심마저 갖게 된 것은 조건에 맞춰, 남들처럼 사는 삶 대신 자신의 꿈을 좇겠다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가 이런 좋은 책을 시리즈로 써내고, 명성을 쌓아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거나 보상(!)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내가 두세번의 여행으로 경험한 독일은 놀라움과 반전의 나라였다.

역사속의 일련의 사건들이 만들어낸 그들의 이미지는 내게 선입견으로 자리잡고 있었지만, 내가 매번 독일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은 독일인이 얼마나 따뜻한 가슴을 가졌는가 하는 것과, 그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부국(우리처럼 모국이라 하지 않고, 부국이라 부른다) 을 위해 소소한 것들조차 챙기는 관심과 애정을 가졌나 하는 것이었다.


매번 유럽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유산으로 남겨진 선대의 문화와 도시를 보전하려고 얼마나 애쓰는가 하는 것이었는데, 책속의 사진들은 독일의 고색 창연한 건물과 도시의 풍경이 현대에 지어진 건물이나 문화와 얼마나 잘 어우러져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씁쓸한 서울의 풍경이다. 이 책은 브레멘, 베를린, 드레스덴, 프랑크푸르트, 뤼데스하임, 그리고 하이델베르크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릴적 읽었던 우화로 익숙한 브레멘의 모습과, 장벽이 없어진 베를린, 내가 가 본적이 없는 드레스덴과 뤼데스하임, 그리고 산업도시이나 정갈한 멋을 가진 프랑크푸르트와 가장 독일적인 모습으로 손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하이델베르크의 모습까지...

책은 정숙한 멋을 가진 숙녀의 가방속처럼 잘 정돈되어 있고, 멋스럽다.


한두권도 아닌데...이 번짐 시리즈...다 갖고 싶어서, 어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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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인문학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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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문학' 이라는 단어는 몇해전부터 유행인 '나이' 와 '힐링' 과 함께 대세(!)인듯하다.

솔직히 나는 과연 인문학이라는게 무엇인지 그 정의부터 찾아봐야 했다. 자주 접하는 단어라고 그 뜻을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내가 찾아본 인문한에 대한 정의는 아래와 같다.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 영역, 인간의 조건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 근대 과학에 대해 그 목적과 가치를 인간적 입장에서 규정하는 인간과 인류 문화에 관한 모든 정신 과학... 하나같이 거창하다! 그렇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인문학이라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 그 시간의 길이의 차는 있더라도 몇십년간 살면서 이루고, 겪고, 생각하는 것들 모두가 크게는 인문학의 범주안에 드는 것일테니.  결국, 인문학이라는 것은 우리의 언어, 문화, 역사, 철학등인 것이고, 이것은 우리의 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책의 제목처럼 '모든 순간' 에 인문학은 존재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제서야 이 저자가 쓴 책을 처음으로 접했다.

현재 대학의 국어교육과 교수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지금껏 꽤 여러권의 책을 통해 책, 드라마, 영화에 대한 이야기,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고, 그런 소재들을 매개체로 우리의  삶에 대한 얘기를 했었나보다. 자신을 인문학 과격주의자라고 지칭하는 저자는 인문학 속에 우리 삶의 해답이 있다고 굳게 믿는듯 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저자의 인문학 과격주의에 공감이 간다.

얼마전에 장영희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시쳇말로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인 인문학, 문학이 얼마나 우리네 삶의 기반이 되는지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의 기회는 다시 한 번 물고를 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 삶의 큰 고민거리들인 사랑, 이별, 관계, 상처들을 인문학에 접목시켜 쉽게 풀어냈다.

항상 책은 겉표지를 시작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던 내게 이 책은 새로운 시도도 가능하게 했는데, 바로 차례와 상관없는 책읽기였다. 챕터를 찾아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책 한 권을 읽어내는 것도 가능한 그런 구성의 책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서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고, '비주얼이 좋다' 라는 것이 어떻게 자본주의 속성에서 발한 것인지 풀어내는 부분이 유독 기억에 남고, 무엇보다 삶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성숙된 행복이라는 작가의 메세지가 가슴 깊이 와닿았던 책... 한창 여름이 시작이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다시 한 번 꺼내어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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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수 여행 2 - 빨강 머리 앤을 찾아가는 행복한 자수 여행 2
아오키 카즈코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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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아오키 카즈코의 다른 책인 '행복한 자수 여행'을 읽을 기회를 가졌었다. 영국 여행후 그녀가 접했던 영국의 여러 풍경을 자수 작품으로 표현해낸 책을 보면서 오랫동안 건강을 핑계로 들 수 없었던 바늘을 다시 쥐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었더랬는데, 이 책은 정말 어쩔!!! 제목부터 꺄악~ 소리를 내게 하니 말이다.


나는 어릴때 주중에 티비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나는 일말의 후회나 망설임없이 항상 빨강머리 앤 애니메이션을 봤었다. 우습게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빨강머리 앤을 시청하는 시간이 어머니에게는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는데, 그것은 어머니께서 앤의 수다스러움을 극도로 싫어하셨기 때문이다. 빨강머리 앤에 못지않은 수다쟁이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 요즘 나는 내 딸이 앤처럼 구김살없고, 자기 앞가림을 잘 하는 딸로 커줬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물론, 티비를 통해서 만난 앤도 나에게 항상 즐거움을 주었지만, 사실 나는 Anne of Green Gables 를 읽으면서 이야기의 무대가 되었던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빠져들었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고 한국 경제가 넉넉치 않던 때에 유년 시절을 보냈고, 나는 유학생활을 거쳐 북미에서 일을 하면서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다녀올 기회를 가졌었다. 그곳은 내가 상상한 것과는 조금은 다른, 그렇지만 이야기속 분위기를 잘 갖춘 곳이었는데, 십년도 더 훌쩍 넘어 이렇게 자수책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저자는 그녀의 다른 자수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여행 이야기,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낸 자수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을 책 속 모든 것에 매료되게 만든다. 그녀가 보여주는 작품 하나하나는 너무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해서 당장이라도 잘 다려진 리넨과 여러가지 색실을 꺼내놓고 그녀가 책 뒷부분에 올려둔 도안들을 흉내내 나만의 작품도 만들어보고 싶게 한다.


여름이다.

밖으로 나오라고, 바다로, 산으로, 강으로 나와서 자연을 맘껏 즐기라고 사방에서 손짓을 해대는거 같다. 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음악을 나즈막하게 틀어놓고, 시원한 거실 한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안락의자에 앉아 도안과 색실, 천과 바늘을 들고 프린스 에드워드 섬으로 피서를 가야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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