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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평점 :
당신에게...
운명을 달리한 아내가 남편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가
끔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만, 부부가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참 천차만별이다. 연애적 버릇대로 '오빠~', '아무개야~' 하는
사람들, '여보', '당신', '자기' 등등. 나의 지인중 한 명은 남편을 '그이'라고 부르는데, 그 호칭을 들을 때마다 참
정감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한국의 지인이나 친구들의 경우이고, 영어권 친구들은 또 달라진다. 'sweetie',
'honey' 는 기본이고, 옆에서 듣고 있자면 온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의 오글거리는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당신' 이라는 호칭이 참 정겹게 느껴진다. 설레는 이름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해 보고...
40년을 넘게 교도소 직업훈련 교사로 일을
하면서 제소자들에게 목공을 가르친 구라시마는 이미 60대 초반. 늦게 만나 다정하게 살던 부인을 암으로 먼저 떠나보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 6개월을 함께 보내고 서로에게 이별의 인사를 나눠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가혹하다.
그렇게 아내를 떠나보내고 그녀의
부재에 힘들어 하는 그에게 어느 날, 유언 지원회에서 사람이 찾아오고, 구라시마는 아내가 자신의 앞으로 두 통의 편지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지막 편지를 받기 위해서는 아내의 고향 우체국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편지를 찾기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낡은 캠핑카에 몸을 싣고 아내의 마지막 선물을 받으러 떠나는 주인공.
그리고, 그의 여정 속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사람들. 전과자가 된 전직 국어교사, 아내를 위해 집마련이 꿈이었지만 아내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남편등...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상처와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고, 상처를 다독여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들의 모습은 이 세상이 역시나 한 번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그렇게, 여정끝에 당도한 아내의 고향의 우체국에서 그는 아내가 남겨둔 글을 읽으며 오열한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홀로 남겨질
남편을 걱정했던 아내의 마음과 애틋한 사랑, 그녀가 돌아본 그들이 함께 나눈 인생을 통해 이것이 진정 두 타인이 만나 부부라는
관계로 살아가야 하는 참모습이 아닌가, 라는 생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