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의 사랑 여행

알퐁스의 사랑 여행
시빌린 지음, 맹슬기 옮김, 제롬 다비오 그림, 카푸친 캘리그래피 / 이숲 / 2013년 6월

그림책인줄 알았다. 하지만, 만화책이다. 그렇다고 시덥잖은 사랑 얘기나 학원물도 아니다.

나름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

올챙이나 대두인형처럼 나머지 몸통은 그저 어린아이의 그림마냥 줄로 그어져 있고 거대한 머리와 얼굴 표정으로 보여지는 알퐁소는 어느 날 숲속에서 깨어나 아무런 기억조차 가지지 않은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거대한 존재인 '아저씨' 가 그에게 이름도 붙여주고 삶의 방식도 알려준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나눈 아저씨가 댓가를 바라고 그에게 줄것이 없는 알퐁소를 남겨둔 아저씨는 홀연히 사라진다. 아저씨가 사라지면 사라진대로 숲속의 삶을 즐기던 알퐁소는 결국 아저씨를 찾아 먼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속에서 아저씨에 의존해 살던 삶과는 다른 고난을 경험하게 된다.

곁에 있어줄 누군가의 존재에 목말라하던 알퐁소는 연못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과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스 신화속 누군가처럼. 그 후, 그가 만나게 되는 여러 친구들...궁그미, 상실이, 두렴이, 그리고 바라바라...
당연히 작가의 의도가 강하게 표출된 것이겠지만, 알퐁소가 여행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자신의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우리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쩌면 인간이 가진 가장 나약한 점들을.
아저씨를 찾으며 일단락 되는듯했던 알퐁소의 여행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간다.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선택한 그이기에... 여행 끝에서 그가 찾은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사랑과 만나서도 그는 결코 행복하거나 만족해하지않는다. 좋은 것도 잠깐...싸우고 틈이 생기고, 화해하고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이것 또한 우리네 인생살이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지라 뜨끔해서는 그만 책장을 덮어버리고 싶어질 정도이다.

그렇다면, 알퐁소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세지는 과연 무엇일까?
역시 답은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일까? 알면서도 쉽사리 만족하거나 행하지 못하는 그것이 답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