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 1 샘터 외국소설선 12
톰 에겔란 지음, 손화수 옮김 / 샘터사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요즘 영어책 읽기 북클럽에서 읽는 책중에 하나가 스토리 텔링에 관한 것이다. 스토리 텔링을 여러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는데 흥미로운 것중 하나가 인간은 타고나길 이야기 하고 듣는 것을 좋아하게 태어났다는 것이고, 점차 더 스토리 텔링에 길들여진다는 점인다.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에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들을 친구들로부터 전해 듣고 그것을 믿거나 시험해 봤던 기억이 있다. 예를 들면 일정한 날에 일정한 장속에서 거울을 보면 역사속 인물을 볼 수 있다던가....하는. 그래서인지, 철이 들고 처음 접한 유명한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에 관한 이야기는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하면서도 늘 궁금하고 관심가던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팩션작가중 한명인 댄 브라운이 흠모하고, 한때는 표절시비에도 휘말렸던 노르웨이 출신 작가의 신작이라는데 어찌 끌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 결국 꼭 읽어보자 마음 먹으면서 큰 기대를 갖고 펼친 책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 기대에 부응하는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흡입력 있는 문장력을 가진 작가인데다가, 역사와 허구를 적절하게 버무려낸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숨죽이고 책장 넘기기 바쁘도록 만든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들이 많다. 워낙 추상적으로 쓰여진 글들이기 때문에 어떻게 읽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이리 꿰맞춰도, 저리 꿰맞춰도 말이 되기 때문에 그리 신빙성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방대한 양의 예언을 남긴 그의 예언력을 역사적 사실을 예로 들어가며 자신만 그리 믿는게 아니라 타인까지 설득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이 어떻게 결론날지는 모르겠지만, 노스트라다무스의 기록에 숨겨진 예언에 대해서 강의할거라던 모레티 교수와 그의 어린 아들이 납치되면서 모레티의 아내와 화자인 고고학 교수, 비와른 베토가 모레티 교수를 납치한 이들을 쫓는 과정을 읽다보면 이것이 마치 fact 와 fiction 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faction 이 아니라 마치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같아서 다 믿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내가 젊은 시절을 보냈던 이태리와 어린 시절 고고학자의 꿈을 갖게 했던 이집트,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는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등에 대한 얘기가 나오며,  그 이야기들을 쫓다가 만나게 되는 여러가지 암호와 그 암호의 해독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추고, 싶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조차 힘들만큼 긴장하게 만드는 소설인데, 이런 긴장감이 은근히 즐겁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스토리 텔링이 가진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 댄 브라운이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된건지, 어쩌다가

표절 시비에 말려들었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게 할 만큼 유사성을 가진 이 작품을 기분좋게 읽어낸 지금 얼른 2권을 시작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뒤늦게 휴가 가는 이들도 있을텐데, 휴양지에서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을만한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추천하고 싶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혹하는 책 읽기
앨런 제이콥스 지음, 고기탁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요즘 오디오북 듣기를 즐기고 있다. 처음에는 극도로 시각형인 내 자신을 조금 바꿔보고자 시작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좋아하는 성우도 생기고, 누군가가 내게 읽어주는 책을 읽는 재미에 홀딱 빠져서는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디오북 듣기를 시작한 후로 주로 재밌는 이야기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을 며칠 전에 자각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더랬다.

남들이 생각하는 조금 어려운 책들, 재미 없다고 생각하는 논픽션 책들, 밑줄 긋고 노트에 메모 해가며 읽고 중간 중간 멈춰 깊은 생각을 유도하던 책들은 오디오북 듣기를 시작한 후 단 한 권이외에는 접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바쁜 일상에 허덕이는 내게 오디오북은 책을 접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에 가까운 방법인데 그렇다면 그냥 하루에 단 십분, 이십분의 실제적인 책읽기에 양보하고 말아야 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How to Read a Book 이라는 책을 읽었다. 출간된지 30년이 된 요즘 표현대로 어마무시한 양을 판매했고, 웬만한 학교에서는 소위 말하는 권장도서 목록에 꼭 올라가 있는 책이다. 어려운 책을 읽으라고, 그리고 그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데 읽다보면 마치 사이비 교주의 말에 정신줄 놓듯이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그래서, 나도 당장 재미 위주의 책들을 내려놓고 권장도서 목록의

책들중 하나를 뽑아 들고 읽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하는 이야기는 좀 다르다.  인문학 교수이자 저자인 앨런 제이콥스는 말한다. 재밌는 책 읽으라고. 재밌는 책, 마음에 드는 책을 찾으면 그 책을 그야말로 무한반복하는 둘째에게 언젠가 물은 적이 있다. 아무개야~ 집에 이렇게  다른 책이 많이 있는데, 왜 그 책만 읽어? 아이의 대답? 그거야 재밌으니까~ 

그렇다. 재밌는 책은 한 번을 읽어도, 두번을 읽어도, 백번을 읽어도 재밌다. 

그런 점에서 제이콥스가 하는 얘기는 어쩌면 우리에게 어린 시절의 독서를 생각하게 하는 듯하다. 

읽다가 재미없으면 내려놓아도 좋다고 얘기한다. 억지로 꾸역꾸역 읽을 필요 없다고. 그러다 재밌는 책을 만나면 몇번이라도 읽으라고. 책은 때가 있다고 하는데, 공감되는 말이다. 같은 책이라도 10대, 20대, 30대....에 읽으면 독자가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진다. 그런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독서는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 교육과 무관하다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한가지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큰 그림을 봤으면 싶다. 


책에 관한, 독서법에 관한 책들이 참 많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다. 그만큼 다른 것들에 정신 뺏기고 책읽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일테고, 그나마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도 뭘 어떻게 읽는게 잘 읽는 것, 제대로 읽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자유롭게, 내 자신을 믿고 하는 독서. 그래서 평생을 함께 하는 습관, 삶이 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이것 저것 여러 가지를 얘기하는데, 그 중 하나가 여행이다.

나는 집시병, 역마살, 방랑벽이라는 수식어를 늘 내 이름 앞에 달고 살았던 사람이지만, 단 한 번도 여행이 취미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여행은 내게는 하루에 삼시 세끼 밥을 챙겨 먹고, 자각없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듯 그냥 해야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엄마가 된 후로는 바뀌었다. 더이상 나는 원한다고 훌쩍 가방 하나 둘러매고 집을 나설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덕에 요즘은 여행 가는 횟수보다는 여행서를, 여행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고입 시험을 치고 그 겨울 방학 나는 <데미안>을 처음 만났더랬다. 
제사때문에 찾은 큰집의 사촌 오빠들 방 책장에 있던 그 책을 만난 후 읽고 싶다는 국민학생 어린 사촌 여동생들에게 대학생인 사촌 오빠들은 더 커서...라는 말만을 남겨줬었는데, 그 겨울 방학 어머니는 세계 문학 전집을 사주셨고, 그 50여권의 책중 내가 가장 먼저 빼들은 것은 바로 <데미안>이었다. 그렇게, 만났던 헤세는 평생 내게는 범접하기 힘든 지성이었고, 문인이었으며,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헤세가 갔던 여행지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것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슴 떨리는 자극이었다.
그렇다고 단순한 여행기였다면 가슴 떨리는 경험이었을리가 없지! 
그냥 여행 에세이가 아닌 세계적인 문인의 인문학적 여행 에세이를 읽는 기분은.... 이 여름의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할 만큼 좋다.

24세의 젊은이일 때 시작된 그의 여행. 그리고 26년 후에 중년의 남자로 여행을 마칠 때까지 그의 여행과 글쓰기에 대한 글인 이 책은 그저 자신이 여행했던 곳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그런 것을 원한다면 차라리 여행 안내서를 읽어야겠지. 저자가 각 여행지에서 가졌던 자신의 생각과 글쓰기에 대한 고찰을 잘 보여주는 그런 책이다. 덕분에, 책은 눈으로만 읽지 고등학생 시절 참고서나 교과서 외에는 줄을 긋거나 하이라이트를 쳐 본 적이 없는 나도 어쩔(!) 수 없이 밑줄을 긋고, 문장을 골라 나의 책노트에 옮겨 적고, 소리내어 읽는 행동을 하게 했던 책이다.


이태리에서 나고 자란 지인의 딸이 여름 방학동안 영어를 익히기 위해 나를 방문중이다.
그 아이가 이태리의 관광도시에 살면서 느끼는 각나라의 여행객이 자신의 도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박장대소를 한 적이 있는데, 물론 그런 관광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하겠지만,  나의 다음 여행은 헤세의 그것처럼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내 인생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여행' 다운 여행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번 해보게 되는 책을 덮으며 난 이제 병원에서의 휴가(!) 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 영화 속 디저트부터 만찬까지 한 권에!
정영선(파란달) 지음 / 미호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싼값에 즐길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문화체험이 바로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런만큼 매달 전세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화의 수는 엄청나다. 그 장르 또한 다양해서 이제는 누구나 자기 입맛에 맞는 영화를 보는게 가능할 정도이다. 스토리 텔링이라는 주제가 화두인 요즘 책만큼 다양한 방법과 내용의 스토리 텔링을 하는 영화에 관한, 그리고 그런 영화에 나왔던 음식을 주제로 쓰여진 책이라니 읽어보지 않을 수가 있나! 결국, 그런 호기심으로 맞은 파란달님의 책. (사실 나는 파란달이 누군지도 몰랐다. 파란달이 실명일리는 없으니,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이름이겠거니 하는 짐작만 했을 뿐...)


당연히 잘 알지 못하는 저자가 쓴 책이니 약력부터 찾아보게 되는 것은 당연! 8년을 영화 관련 티피 프로그램의 작가 활동을 했단다. 그렇다면 영화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살던 방송 작가가 이제는 요리를 하면서 지낸다니, 이 사람도 세상에 나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으며, 다양한 경험을 사는 나와 같은 과의 사람이구나! 라는 웬지 모를 친근감을 갖고 본문에 빠져 들었다.


일단, 책이 예쁘다! 

요즘처럼 사람의 모양새에, 생김새에 민감하게 반응한 적이 있었을까 싶을만큼. 누군가는 못생겨서 미안해요~ 라는 요즘 표현대로 하면 웃픈 유행어도 만들어 내고...그만큼 우리는 예쁜 것을 선호하는 시절을 살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당연히 사람들의 주위를 끌 만큼 예쁘다.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잘 찍힌 사진들을 통해 우리의 시감각과 미각을 공격하고, 중간 중간 넣어진 일러스트레이션들은 한 번쯤 따라 그려보고 싶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렇다면 내용은?

생각만큼 영화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지는 않는다. 영화에 소개되었던 요리에 관한 얘기 몇가지 읽어 볼 생각이었던 나의 기대치를 처참하게 부숴내는 요리책이다.  그렇다고, 실망감을 안겨줬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진이 군침돌도록 예뻐서도, 영화에 관련된 그림들이 예뻐서도 아니다. 바로, 저자의 맛깔나는 글솜씨 때문이다.  솔직히 맛이야 좋든 말든, 플레이팅을 잘 해서 사진만 찍으면 누구나 맛있어 보이는 요리 사진을 찍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레시피들을 사용해 보기 전에도 이미 파란달이라는 저자의 요리 솜씨가 맛깔나겠다는 근거없는 믿음이 생긴 것은 바로 그녀의 글솜씨 때문이었다. 이렇게 맛있게 글을 써내는 사람의 요리 솜씨가 억울하도록 맛없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다정한 말투로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을...혹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오랜 세월 써오면서 느꼈을 삶에 대한 자세와 생각을 풀어내는 작가의 글들을 읽으면서 이 책....1권으로 끝낼게 아니라, 시네마 레시피 2권, 3권으로 나와도 정신없이 사서 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마지막 장을 넘기는 것이 아쉬울만큼 좋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디든 멀리 가고 싶은 너에게 - 시인 엄마와 예술가를 꿈꾸는 딸의 유럽 여행
이미상 글.사진, 솨니 그림 / 달콤한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한국어로 수다를 떨고 싶을 때,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물론, 주말마다 혹은 열흘정도마다 친정어머니와의 통화로 가족의 안부를 묻고 간단한 수다를 떨지만 역시 편하게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기 편한 상대는 친구들이다.  얼마전에 친구와의 수다 내용은 우리가  불혹을 넘기고,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엄마로서 살면서 바뀐 우리의 모습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한 얘기에 친구는 박장대소를 했다. '난 이제는 하다못해 어린이 책, 피터팬이랑 비밀의 화원마저도 육아서로 생각이 되'


비밀의 화원의 여주인공인 어린 소녀, 메리가 인도에서 바쁜 사교생활에 바쁜 부모 대신에 인도인 보모와 가정부에 의해서 키워지고 부모의 죽음때문에 영국의 친척집에서 생활하게 된 그녀가 보여주는 행동은 가히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의 감동은 어디로 가고, 나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제대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메리의 행동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내 애들은 저리 키우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여행책 얘기는 안하고 왜 육아서 타령이냐고? 그것은 이 책 또한 내게는 육아서처럼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고 이 책이 이래라 저래라, 니애를 이렇게 키워라, 저렇게 키워라 하는 일반적인 육아서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이 책은 여행기이다.  시인인 엄마와 자유분방하고 예술가의 길을 걷기를 꿈꾸는 딸아이의 3개월간의 유럽여행기이다. 책 속의 딸아이는 참 특이한 아이라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자신의 '특이함' 을 감추고 살려고,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학생의 모습과 일상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하다가 결국은 자신이 그렇게 살 수 없음을 지각하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미국의 학교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리고, 고등학생인 그녀는 어느 날 방학때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신 유럽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말로 가족을 놀래키더니, 어린 딸 혼자 유럽에 보낼 수 없다는 엄마의 말에 엄마의 표까지 구입해서 계획에 없던 모녀 유럽 여행을 시작하는 엉뚱함과 추진력을 가졌다.  결국, 그렇게 얼렁뚱땅 떠나게 된 두 모녀는 이베리아 반도의 포르투갈과 스페인,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3개월간을 보내고, 그렇게 그들이 마주했던 자리에서 두 사람이 만들어낸 시와 그림이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선보여진다. 


책의 저자인 엄마를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엄마라는 삶을 나보다 조금 먼저 살고, 평버하지 않은 딸을 잘 키우고 있는 선배엄마에 대한 존경심과 공감이었다.  어릴 때부터 전혀 평범하지 않았던 딸. 그리고, 그런 딸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이미 예견했던 엄마.  죽을거 같아서 단 1분 1초도 더 이상 견뎌낼 수 없다면 스스로를 자신의 방에 가두고 2주간 방밖을 나서지 않던 딸에게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하고 기다려주던 엄마. 그리고, 그런 딸이 자퇴서를 내고 유학길에 오르도록 도와주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라면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고,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중간 중간 육아서같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이를 키워본 엄마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한다. 


책 속의 모녀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개월간의 여행을 통해 단순히 유럽의 풍경을 그려낸 그림이나 사진, 글이 아니라 둘이서 함께 어떻게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는지....그녀들이 스스로의 삶과 서로의 삶에 끼친 영향이 어떤 것인지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딸이자 엄마인 나로서는 언젠가 한 번쯤은 내 어머니와, 내 딸과 나 또한 이런 성장 여행을 해 보리라는 결심을 갖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