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한 그릇
메이 지음 / 나무수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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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든 책은, 사실 너무나 심플해서 참 일본스럽다는 생각과 함께 실망감마저 살짝 안겨주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책에 빠져들었다. 내 취미중에 하나는 요리책을 모으는 것이다. 음식속에는 문화와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며 항상 맛깔스러운 음식의 사진을 보면 즐겁다. 얼마전에 우연한 기회에 알게되어 시청한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한밤중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손바닥만한 식당에서 손님에게 간단한 음식을 대접하는 주인과 손님들의 사연과 그 사연이 담긴 음식들을 보면서 가슴 따뜻해졌던 드라마였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마치 그 드라마를 시청한후의 그 느낌이었다. 외국에 살다보니 다국문화의 친구들이 있고, 가끔 음식대접을 하다보면 잡채나 불고기등의 덜 자극적인 음식 이외에는 한국음식을 접대하자니 손이 많이 가고 손님들의 입맛에 맞추기 힘들다는 생각을 가끔 했었는데, 이 책에서 찾아낸 몇가지 손쉬운 음식을 만들어 접대한후 손님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아서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는 수식어가 가끔 붙는 일본. 예전과 달리 일본은 가깝고 또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음식을 통해서 그들의 정서를 느껴보는것. 이웃나라를 알아가는 좋은 방법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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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박정호 지음 / 나무수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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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책겉장을 넘기면 저자의 약력을 본다. 글을 쓴 이가 어디서 태어나고, 어떤 대학을 나오고...그게 내게 중요해서는 절대 아니다. 가끔 요약된 몇줄의 글을 통해서 지은이가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엿볼수 있을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의 작가는 티피 프로그램에 글을 쓰던 사람이었고, 여행이 좋아서 여행을 자주 해야하는 조건이 있는 업을 택했다는 사람이다. 여행이라는건 사실 중독성이 강하다. 한 번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는 재미를 느끼면 마치 골초인 사람이 금연하기가 힘들고 알콜중독자는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수 없듯이, 여행의 맛을 알면 "떠나지 않고는 견딜수 없게"된다. 결혼을 해서까지도 여행이 취미였던 남편과 나는 세상 구석 구석을 참 많이도 보고 돌아다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남미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은 이집트를 제외하고는 밟아보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여행하기 편한 서방국가들만 거쳐다녔던 셈이다. 책장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참 좋다. 필체가 고운 사람이 휘갈겨 쓴듯한 제목도 그렇고 심플하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듯한 표지 디자인이 독자에게 얼른 그 표지를 넘기고 겉에서 보이는 심플함이 과연 책안의 내용까지 반영하는지 직접 확인하라 손짓한다. 옛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터키에서 작가의 여행은 시작된다. 한국이 일본 지배를 몇십년 받으며 가졌던 감정. 내 남편의 나라인 그리스의 국민들은 500년을 터키지배하에 살았었다. 그리스 정교회의 성지와 같은 아이야 소피아 성당도 터키에 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터키인은 싫어하면서도 울며겨자먹기로 터키에는 한 번씩 가 보길 소원한다. 그렇게 터키에서 여행을 시작한 작가는 터키를 거쳐 시리아, 요르단, 산티아고, 스페인, 포르투갈, 세네갈, 타클라마칸 사막에 이어 돌아와서까지의 얘기를 펼쳐놓는다. 바삭 바삭 말라버린 가을 낙엽같은 목소리와 마치 내가 그 속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사진들 (직접 찍었다해서 깜짝 놀랐다)로 엮어낸 이 책은 감성적인 여행엣세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을 비웃듯이 묘하게도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저 듣고 보기에 달디단 스타일의 여행기는 아니다. 작가의 생각과 철학, 삶에 대한 자세가 보이는 책이랄까? 암튼, 오랫만에 내 자신의 생각의 깊이를 재보도록 해주는 여행기를 만난 반가움이 좋았고, 비록 어린 아이둘을 곁에 둔, 생활에 찌들어가고 있는 엄마가 당장 짐을 꾸려 가 볼수는 없겠지만, 미래의 어느 한 순간에 내 자신도 그 곳의 땅을 밟으면 이 책을 읽었던 2010년의 여름을 회상하게 해주겠지...라는 희망과 함께 큰 대리만족을 주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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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7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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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독자들은 한번쯤 봤을법한 느낌의 일러스트레이션과 빛바래고 낡은 듯한 느낌의 겉표지에서부터 왠지 모를 정감이 가는 책입니다. 추리소설은 그저 골치아프고, 눈살 찌뿌리게하는 핏내 가득하며, 무섭기만한거라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내가 뜻하지 않게 일본 작가의 추리소설을 접했던건 몇달전. 그리고, 두 번째로 읽는 추리소설이며 내게 와카타케 나나미라는 작가를 알게 해준 감사한 책입니다. 표지에는 작가를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고 칭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고 합니다다. 다른 책들을 읽어보지 못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리 할 말이 없지만, 책 자체의 내용만 가지고 본다면, 어떤 작가이든 그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불러도 큰 손색은 없겠다 싶습니다. 해변을 내려다보는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은 빌라 매그놀리아. 풍경은 좋지만 교통이 불편한 이곳의 빌라중 한 채에서 얼굴과 손이 훼손된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경찰들의 조사가 시작되고 빌라의 사람들의 감춰진 비밀등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더욱더 미궁속으로 빠짐과 동시에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대거 등장하는 인물들 속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치밀한 내용정개와 독특하고 독자를 끌어당기는 인물들, 반전의 결말. 이런 구성요소들로 인해서 한여름 독자를 독서삼매경으로 빠뜨리기에 충분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혹 휴가를 갈 여유가 없으시거나, 복잡한 휴가지를 피해서 집에서 조용히 독서로 휴가기간을 보낼 계획이 있으시다면 꼭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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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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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사는 나에게 한국어책은 그야말로 기나긴 가뭄끝에 맞는 비처럼 반갑고 행복한 존재이다. 한국에서는 이웃인 일본으로의 여행이 이제는 그리 힘들지도 비싸지도 않은 것이 되어버렸지만, 태평양을 건너야만 가 볼수 있는 일본은 엄마가 되기전 잦은 출장으로 가볼수 있던 그냥 출장지가 아닌, 아이 둘을 데리고 이제는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가 볼수 있는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이 책을 받아 들고 손끝까지 파르르 떨렸던 건 바로 기대감때문이었다. 내게 한때 친숙했으나 이제는 너무 멀어져 버린 나라, 일본. 그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저자가 독자들에게 주는 소중한 간접 경험의 기회.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실망감이 커졌던것은 내가 너무나 큰 기대를 했었기 때문일까? 반복되는 오타와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일본어 남발이 먼저 내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외국에 살다보니, 영어가 한국어만큼...어쩌면 한국어보다 더 편해진 내 생활을 보면 굳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지만, 특정다수와 대화를 하는 나와는 달리, 불특정 다수에게 읽혀지는 책에서 그 정도의 일본어 사용이 굳이 필요했나 끊임없이 생각해보게 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내게 그저 실망감만 주었던 것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서 여행 엣세이에도 참 다양한 접근법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보통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여행에세이가 정보 위주였다면, 이 책은 마치 한 권의 잘 짜여진 엣세이를 읽는 느낌을 준다. 일기를 적어 내려가듯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충분히 실어낸 글에서 독자는 작가가 걸었던 거리를 함께 걷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할만큼 흡입력이 있는 글을 쓰고 있다. 무슨 일이든 기대가 크면 서운함과 실망감도 큰 법. 가벼운 마음으로 일본이란 나라를 경험했던 작가의 이야기를 친구가 해주는 얘기 듣듯 편하게 읽고 싶으신 분이라면, 그리고 세세하게 오타나 외국어 남용에 대해서 관대한 분이시라면, 여름날 시원한 마실거리와 함께 잠시 일상탈출의 기회를 가져보기에 좋은 책이라고 감히 말씀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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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 특별하지 않은 청춘들의,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박근영 지음, 하덕현 사진 / 나무수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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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가정 형편상 서울에서 중학생때부터 혼자 지내야 했던 작가는 자신이 지내온 서울에서의 세월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을 도시라고 부른다. 왜 그럴까? 그 오랫 세월을 보냈다면 출생지가 아니더라도 제 2의 고향이라던가...뭔가 다른 이름으로 부를수도 있을텐데. 해외에서 생활을 하는 나에게 서울이라는 도시는 내가 태어난 곳이자 늘 그리워하는 마음의 고향이지만, 또 어떤이에게는 타지라는걸 왜 이 책을 읽으면서야 깨달았을까? 작가는 11인의 젊은 예술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을 만들어냈다. 평범한듯하지만,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 부와 안락한 삶보다는 자신의 꿈을 쫓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가진 고민과 삶. 그 삶은 만약 내가 젊은 날 내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걷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길이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던가? 안정된 직장과 편안한 일상을 살아가는 내게 그들의 삶은 더 크고 멋져보인다. 하지만, 나는 젊은 나이에도 내가 그런 삶을 살지 못할거라는걸 알았기에 과감히 진로도 바꾸고 인생의 방향도 바꾸었다. 그것은 내가 그들만큼 자신의 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나 믿음이 없기때문이다. 포토그래퍼 하덕현이 인터뷰중 그런 얘기를 했다. 의지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말. 불혹의 나이가 코앞이다 보니 나이를 먹어갈수록 형편에 맞게, 환경에 맞게라는 생각만하며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사는 내게 마치 길가다 뺨을 얻어 맞은듯한 만큼의 충격을 주었다. 세상으로 두려움없이 뻗어나가는 그들의 삶. 다만 그것은 누구나의 삶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내가 가진 삶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내 꿈속의 삶이 아닌가 싶다. 글에서 패션디자이너 문성지는 그렇게 얘기한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쉽게 남을 질투한다고. 내가 가진 삶이 그들과 비교는 되나, 질투는 느끼지 않는다, 단지 약간의 부러움. 특히나 그들의 젊음과 패기가 부러울 뿐이다. 책을 다 읽고나니 작은 느낌이 전해져온다. 이 책을 통해 젊은이들에게도, 삶에 지친 이들에게도 약간은 행복함을 나눠주는 책일수 있지 않을까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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