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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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사는 나에게 한국어책은 그야말로 기나긴 가뭄끝에 맞는 비처럼 반갑고 행복한 존재이다. 한국에서는 이웃인 일본으로의 여행이 이제는 그리 힘들지도 비싸지도 않은 것이 되어버렸지만, 태평양을 건너야만 가 볼수 있는 일본은 엄마가 되기전 잦은 출장으로 가볼수 있던 그냥 출장지가 아닌, 아이 둘을 데리고 이제는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가 볼수 있는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이 책을 받아 들고 손끝까지 파르르 떨렸던 건 바로 기대감때문이었다. 내게 한때 친숙했으나 이제는 너무 멀어져 버린 나라, 일본. 그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저자가 독자들에게 주는 소중한 간접 경험의 기회.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실망감이 커졌던것은 내가 너무나 큰 기대를 했었기 때문일까? 반복되는 오타와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일본어 남발이 먼저 내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외국에 살다보니, 영어가 한국어만큼...어쩌면 한국어보다 더 편해진 내 생활을 보면 굳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지만, 특정다수와 대화를 하는 나와는 달리, 불특정 다수에게 읽혀지는 책에서 그 정도의 일본어 사용이 굳이 필요했나 끊임없이 생각해보게 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내게 그저 실망감만 주었던 것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서 여행 엣세이에도 참 다양한 접근법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보통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여행에세이가 정보 위주였다면, 이 책은 마치 한 권의 잘 짜여진 엣세이를 읽는 느낌을 준다. 일기를 적어 내려가듯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충분히 실어낸 글에서 독자는 작가가 걸었던 거리를 함께 걷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할만큼 흡입력이 있는 글을 쓰고 있다. 무슨 일이든 기대가 크면 서운함과 실망감도 큰 법. 가벼운 마음으로 일본이란 나라를 경험했던 작가의 이야기를 친구가 해주는 얘기 듣듯 편하게 읽고 싶으신 분이라면, 그리고 세세하게 오타나 외국어 남용에 대해서 관대한 분이시라면, 여름날 시원한 마실거리와 함께 잠시 일상탈출의 기회를 가져보기에 좋은 책이라고 감히 말씀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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