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따듯해지는 북유럽 스타일 손뜨개 소품 마음까지 따듯해지는 북유럽 스타일 시리즈
Applemints 지음, 김수정 옮김, 송영예 감수 / 참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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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아주 어린 시절에 어머니로부터 뜨개질 하는 법을 배웠다. 

솜씨가 좋은 어머니뿐만 아니라, 이모들의 솜씨를 보면서 내게 뜨개질은 겨울뿐 아니라 여름에도 볼 수 있는 집안 풍경중 하나였다. 코바늘로 가느다란 실을 패턴도 없이 만들어 피아노 덮개로 만들어 놓으신 것도 있었고, 겨울밤이면 의례 작은 수고비를 받고 어머니를 도와 작아져 입지 못하는 뜨개옷의 실을 풀어 김이 올라오는 커피포트를 통해 실을 곧게 만드는 것은 마치 마술처럼 재밌는 놀이이 알바(!)였다. 


이 책에는 23개의 소품이 목차에서부터 사진을 통해 보여진다. 

작품의 제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 곁들여져 쉽게 만들어 보고 싶은 작품을 골라내기가 쉽다. 각 작품마다 사용된 실과 바늘, 작품의 사이즈와 무늬, 뜨는 방법과 게이지등 아주 자세히 그림과 사진으로 설명이 되어 있어서 따라 뜨기가 쉽다.  여러 종류의 가방, 모자, 목도리등이 있는데, 북유럽의 대표적인 세가지 스타일인 아란, 노르딕, 페어아일등 세가지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얼마전에 아란 디자인의 넥 워머를 떠서 지인에게 선물을 했다. 받은 이가 너무 감사해해서 되려 주는 손이 민망할 정도였다. 나에게 뜨개질은 잡생각을 없애주는 취미일뿐 아니라 명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저 실과 바늘을 이용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기쁨뿐 아니라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아하는 활동중 하나이다. 


딸아이는 라벤더 색으로 귀를 덮는 모자를 떠달라고 하고, 아들 아이는 꽈배기 모양이 예쁜 캡을 부탁한다. 남편 또한 비니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고, 나는 운전중에 사용할 핸드 워머를 하나 만들어 착용해 볼 셈이다. 금새 자라는 아이들의 것은 아무래도 내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나중에 시작하기로 하고, 지금은 내 핸드 워머와 남편의 비니를 열심히 뜨고 있다. 


마치 봄이 찾아온듯 따뜻했던 날씨 대신 나빠진 기후로 주5일이 아닌 주 2일 반만 일을 했던 지난 주와 차갑디 차가운 이번 주말. 나는 오늘도 벽난로 앞에 앞아 열심히 뜨개질 삼매경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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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의 마지막 춤
파비오 스타시 지음, 임희연 옮김 / 가치창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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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나는 가정 경제를 생각해 어렵고 비싸게 해외배송을 받아야 하는 한국어 책보다는 집앞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쉽게 사오거나 대출해 올 수 있는 영어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온라인 북클럽 멤버들과 읽게 된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드라마판을 보다가 눈에 들어온 캐릭터가 있어서 그녀의 실제 삶을 검색해 보고는 깜짝 놀랐다. 짧게 등장한 인물이었지만, 왠지 마음에 끌리고 누군가가 연상이 되어서 검색해 본 것이었는데, 그녀가 찰리 채플린의 손녀 우나 채플린이란다. 


찰리 채플린....사실 사십대인 나에게도 그의 작품은 그리 쉽게 떠올려지지 않는다. 그저 팝컬쳐에 익숙해진 우리 대부분에게 그의 이미지 정도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성영화 시대의 주역들중 한명이었던 그는 내게는 그저 통큰 바지와 꽉끼는 윗옷. 둥그르슮한 중절모와 풍성하고 짧은 콧수염, 그리고 요즘 남자 아이돌은 다 한다는 아이라이너를 짙게 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했던 인물. 


그런 찰리 채플린이 80대 초반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을 데리러 온 사신과 내기를 하는 극적인 구상으로 이 글은 시작된다. 36세 나이차의 젊은 부인과의 결혼으로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 받았던 그는 어린 아들때문에 사신을 따라 나설수 없으니 자신이 사신을 웃기는 조건으로 1년의 삶을 더 부여받는 내기를 한다. 사실, 내가 그리 잘 웃거나 일반적인 개그에 수긍을 못해서인지 모르지만, 작가가 찰리를 빌려 내놓은 우스개에 공감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신은 우스웠나보다. 매년 같은 내기를 하면서 6년간의 삶을 찰리에게 주었다니 말이다. 결국 15세가 된 아들에게 아버지로서의 자신의 삶을 편지로 남기는 것...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나는 누군가의 자서전을 읽는 것도, 누군가의 일대기를 읽는 것도 즐긴다. 누군가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비교도 해보고 앞으로 내가 나갈 길을 비춰주는 누군가의 행동에 자극과 도움을 받기도, 또는 경계를 세우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의 삶, 평탄치만은 않았다. 영국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원에 맡겨지고, 어린 그는 무대에 서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미국으로 이주해서 산전 수전 겪으면서도 자신의 열정을 이기지 못해 문학에 빠져들고 그 덕분에 영화판에 뛰어들 기회를 갖고....그런 것을 보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많은 노력, 필연과 우연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글이 매끄럽지 않다. 혹여 번역탓일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작가의 문체가 원래 그렇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읽다보면 처음에는 입안에서 겉도는 보리가 섞인 밥을 먹는 느낌이다. 하지만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보리알의 느낌에 빠져드는 것처럼 읽다 보니 이 작가의 문체에도 묘하게 빠져들게 된다.  이 책 한권으로 찰리 채플린이라는 복잡미묘한 캐릭터를 다 이해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찰리 채플린이라는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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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살다 - 조선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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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자신만의 서재를 꿈꾸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오랜 시간동안 책을 구입하고, 읽고, 보관했다. 하지만, 몇해 전에 뜻한 바가 있어서 집에 있던 대부분의 책을 도서관에 기증하거나 지인들에게 나눔을 한 후 한동안 읽는 족족 집에 책을 두지 않았었다. 그렇게 몇해가 흐르고 나니 어느샌가 책장뿐이 아니라 집안 구석 구석 쌓여 있는 것이 책이다. 그래서, 요즘 생각하는 것은 내가 다시 들춰볼 책을 보관하고 그렇지 않은 책들은 나눔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이들의 서재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른 이들은 어떤 책을 소장하는지, 어떻게 정리하는지, 어떤 책들에 관심을 보이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서재에 살다는 조선의 지식인 24 인의 서재 이야기다. 평범한 지인들이나 친구도 아니고, 이 24인의 인물중에는 내가 존경하고 닮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서재 이름만 봐도 가슴이 콩닥거린다. 박지원의 연암산방, 이덕무의 팔분당, 유득공의 사서로, 정약용의 여유당, 김정희의 보담재등...

요즘 아이들은 유아원에 다니던 시절에 한글을 뗀 후부터 지금까지 40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내 손에서 책이 떨어진 적이 없다. 그런 나를 보고, 증조부님께서 붙여주신 아호가 서유였다.  책과 노닌다는 뜻이다. 그래서, 내 서재(라고 부르고, 책장이 모여져 있는 집안 한구석이라고 읽는다) 에는 서유방이라는 이름의 작은 푯말이 한켠에 걸려 있다.  그 후, 둘째 아이가 돌무렵에 지인으로부터 내가 선물받은 책의 이름이 책과 노니는 집이었다. 덕분에, 나는 이제 책과 노니는 방이 아니라, 책과 노니는 집을 꿈꾸고 있다.

이렇게 길게 서재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책의 머릿말부터 나를 사로잡은 저자의 서재의 이름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이름과 뜻을 가진 서재들을 소유했던 조선의 지식인들은 그 이름에 걸맞는 책들과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서재에서 학자로서, 왕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내 서재의 이름에 걸맞는 마음가짐과 책으로 앞으로 남은 내 중년 이후의 삶을 살아야 한다 싶다. 지금까지 그저 재미 위주로 책과 노니는 삶을 살았다면, 앞으로는 책이 주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지식을 쌓고, 마음을 넓힐 수 있는 그런 책들과 함께 노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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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멋 흥 한국에 취하다
정목일 지음 / 청조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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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재미 있다. 요즘 왕좌의 게임이라는 잔인한 판타지 소설에 넋을 놓고 빠져들어 읽으면서 과연 사람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까, 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잆다.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속에 우리는 빠져들어 한숨 짓고, 울고, 웃고, 소름돋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수필이 전해주는 재미와 감동은 또 다르다. 물론,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역량만큼 중요한 것이  수필가의 필력이 아닐까 싶다. 그 필력의 깊이와 넓이에 따라 독자가 경험하는 재미와 감동은 처지차이일 수 있으니까. 

정목일 선생님이 40년간 수필을 써온 '수필의 대가' 라는 수식어를 가진 분이라는 것을 모르고 이 책을 골라들었다. 그저,  책표지에 보이는 백자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달항아리라는 것을 알았다) 와 오랜 시간 떠나와 살고 있는 고국의 느낌을 전해 받을 수 있겠다 싶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사실, 내가 어떤 책을 기대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그 기대를 넘어서기도 했고, 충족시키지 못했던 부분도 있다고 말해야겠다. 나는 하다 못해 흑백사진이라도 곁들여진 그런 포토에세이를 기대했었나보다. 사진 한장 없이 언급되는 익숙치 않은 물건들은 책을 내려놓고 중간 중간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 검색을 해야했다. 이런 부분이 아쉽다는 말은 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잊고 있었던 고국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고, 내가 자라온 70~80년대, 내 부모님의 어린 시절과 한국의 역사를 순간순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글들은 마치 작은 소반일지언정 아주 정갈하게 담겨져 나온 한국의 음식 한상을 받은 것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수필이라는 장르를 언제 처음 접했을까? 초등학생 시절 호기심에 엿보았던 어머니의 책장에서였는지, 중학생이 되어 교과서에서 접했던 것인지 정확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수필이 전해주는 작지만 아름다운 떨림이 참 기분좋은 설레임으로 다가왔었는데, 정목일 선생님의 수필 한편 한편을 읽어내려가면서 한장이라도 더 빨리 읽고 싶어 안달하며 책장을 넘기는 소설과는 달리 꼭꼭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을 느끼게 되는 쌀밥마냥 읽고 또 읽고 읽다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며 감성에 빠져들고, 시간과 추억 속에 빠져드는 경험을 했다. 이것은 분명 수필을 읽을 때만 경험할 수 있는 호사이리라.


우리가 가진 한국인 고유의 흥과 맛과 멋에 대해서 밋밋한듯 하지만 깊이가 있고, 수수한듯 보여도 정갈하고 본연의 광이 있는 달항아리처럼 아름다운 글로 오랜만에 고국을 기억하고 떠올리게 해주신 정목일 선생님과 그분의 필력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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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딱 하나뿐인 딸을 위한 손뜨개 - 대바늘과 코바늘로 뜨는 사계절 예쁜 옷
박형아 지음 / 스타일조선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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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많이 차갑다. 

내가 사는 곳이 그리 추운 겨울을 경험할 수 없는 곳인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상 기온인가보다.
매일 뼈를 헤치고 지나가는 듯한 칼바람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옷길을 여며매게 하니 말이다. 
이런 날 생각나는 것들이 몇개 있다. 따뜻한 아랫목. 뜨거운 군고구마와 잘 읽은 김장 김치, 그리고 뜨개질이다. 나는 손재주 많고 눈썰미 좋은 조모님과 어머니, 이모님들 덕분에 어릴 적 사 입은 옷의 가짓수만큼 많은 것이 바로 직접 손뜨개 한 옷이었다. 그리고, 한겨울 작아진 나와 동생의 옷을 풀어 그 실을 김 솔솔 올라오는 주전자를 통과시켜 감는 것을 돕던 기억은 35년이라는 시간을 넘긴 지금도 마치 어제의 일처럼 또렷하다. 

지병이라면 지병인 관절염에 극약이지만 나는 여전히 손뜨개질을 즐긴다. 유치원생일때쯤 어머니로부터 배운 뜨개질은 수험생일 때도 내가 극한 수험생 스트레스를 푸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고, 요즘처럼 일상속에서 고달픈 일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때도 내가 가장 편하게 의지하게 되는 것이 바로 손에 착착 감기는 부드러운 실과 오래 써서 손에 익은 바늘, 그리고 샵에 앉아 같은 취미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모인 각계 각층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이다.

나는 아들과 딸 한명 씩을 낳아 키우고 있는데, 시댁의 17명 손주중 유일한 여아가 바로 나의 딸아이다. 그렇다 보니 그 어리광 받아주고 응석받이로 만드는 사람이 한둘이랴! 그런 이유로 오히려 아들 대할 때보다 더 엄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애교에 넘어가 속절 없는 웃음 지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아이의 옷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이 아이도 내 어릴 적 기억속 내 어머니처럼 나중에 나를 기억해 주길 바라면서....

사실, 서점가에 취미 서적이 정말 많이 출간되어 있다. 그 중에서 내 맘에 드는 책을 고르는 일이 오히려 힘이 들 지경이다. 하지만, 손뜨개질에 익숙치 않은 초보이든, 몇년 몇십년 뜨개질을 해온 고수이든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초보들을 위해서 뜨개질을 시작하기 전에 알면 좋은 것들을 참 친절히 알려주고 있고, 무엇보다 함께 온 디비디를 보면서 책으로만 배우거나 익힐 수 없는 것을 직접 보고 따라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것 같기 때문이다. 고수들이라면 너무 쉬운 책일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잠깐 해보지만 이런 기본적인 패턴에 나만의 색을 입힐 수 있기에 적절한 책이다 싶다. 

책을 받아 딸아이와 책장을 넘기면서 이 패턴에 이런 색상과 이런 느낌의 실을 사용해서 이런 디테일을 넣어 우리의 것으로만 만들어 보자면...아이와 나는 당장 실가게부터 찾았더랬다. 아이는 내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색상의 실을 집어냈고 나는 지금 그 실을 이용해 열심히 아이의 망토를 짜고 있다. 겨울이 유독 짧은 이곳...얼른 짜서 한두번이라도 입혀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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