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딱 하나뿐인 딸을 위한 손뜨개 - 대바늘과 코바늘로 뜨는 사계절 예쁜 옷
박형아 지음 / 스타일조선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날씨가 많이 차갑다. 

내가 사는 곳이 그리 추운 겨울을 경험할 수 없는 곳인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상 기온인가보다.
매일 뼈를 헤치고 지나가는 듯한 칼바람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옷길을 여며매게 하니 말이다. 
이런 날 생각나는 것들이 몇개 있다. 따뜻한 아랫목. 뜨거운 군고구마와 잘 읽은 김장 김치, 그리고 뜨개질이다. 나는 손재주 많고 눈썰미 좋은 조모님과 어머니, 이모님들 덕분에 어릴 적 사 입은 옷의 가짓수만큼 많은 것이 바로 직접 손뜨개 한 옷이었다. 그리고, 한겨울 작아진 나와 동생의 옷을 풀어 그 실을 김 솔솔 올라오는 주전자를 통과시켜 감는 것을 돕던 기억은 35년이라는 시간을 넘긴 지금도 마치 어제의 일처럼 또렷하다. 

지병이라면 지병인 관절염에 극약이지만 나는 여전히 손뜨개질을 즐긴다. 유치원생일때쯤 어머니로부터 배운 뜨개질은 수험생일 때도 내가 극한 수험생 스트레스를 푸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고, 요즘처럼 일상속에서 고달픈 일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때도 내가 가장 편하게 의지하게 되는 것이 바로 손에 착착 감기는 부드러운 실과 오래 써서 손에 익은 바늘, 그리고 샵에 앉아 같은 취미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모인 각계 각층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이다.

나는 아들과 딸 한명 씩을 낳아 키우고 있는데, 시댁의 17명 손주중 유일한 여아가 바로 나의 딸아이다. 그렇다 보니 그 어리광 받아주고 응석받이로 만드는 사람이 한둘이랴! 그런 이유로 오히려 아들 대할 때보다 더 엄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애교에 넘어가 속절 없는 웃음 지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아이의 옷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이 아이도 내 어릴 적 기억속 내 어머니처럼 나중에 나를 기억해 주길 바라면서....

사실, 서점가에 취미 서적이 정말 많이 출간되어 있다. 그 중에서 내 맘에 드는 책을 고르는 일이 오히려 힘이 들 지경이다. 하지만, 손뜨개질에 익숙치 않은 초보이든, 몇년 몇십년 뜨개질을 해온 고수이든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초보들을 위해서 뜨개질을 시작하기 전에 알면 좋은 것들을 참 친절히 알려주고 있고, 무엇보다 함께 온 디비디를 보면서 책으로만 배우거나 익힐 수 없는 것을 직접 보고 따라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것 같기 때문이다. 고수들이라면 너무 쉬운 책일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잠깐 해보지만 이런 기본적인 패턴에 나만의 색을 입힐 수 있기에 적절한 책이다 싶다. 

책을 받아 딸아이와 책장을 넘기면서 이 패턴에 이런 색상과 이런 느낌의 실을 사용해서 이런 디테일을 넣어 우리의 것으로만 만들어 보자면...아이와 나는 당장 실가게부터 찾았더랬다. 아이는 내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색상의 실을 집어냈고 나는 지금 그 실을 이용해 열심히 아이의 망토를 짜고 있다. 겨울이 유독 짧은 이곳...얼른 짜서 한두번이라도 입혀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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