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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 강인욱의 처음 만나는 고고학이라는 세계
강인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평점 :
‘무한한 과거의 편린을 맞추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찾는 과정’_고고학.
📖「유물 속에 숨겨진 인간의 모습을 밝히고 그들이 기후와 환경에 적응해서 살았음을 밝히는 것, 바로 ‘살아 있음’을 밝히는 것이 고고학입니다. (P8)」
✏️지난주 출장 강행군 때문인지, 미련한 과식 때문인지 주말 내내 가벼운 장염에 시달려 반강제로 책과 함께하는 주말을 보냈다. 때마침 가볍게 내리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김영사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으로 과거로의 여행자(고고학자들?)에 심취해 보았다.
그런데 이 책, 묘한 재미에 어려운 듯 쉽고, 쉬운 듯 쉽지 않다. 대충 알고 있던 것들은 찾아보게 만들고, 나도 과거에 그런 의문과 상상을 했었음에 웃으며 무릎을 치게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학문적 이론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설피 알던 물리학과 생물학, 화학과 인류학, 진화학의 어줍은 지식(?)의 파편을 짜 맞추며 찾아 읽어야 하는 귀찮은 재미도 있다.
많은 페이지 곳곳에서 호기심의 시선을 잡고 밑줄로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깨진 유물을 맞추는 것은 그릇을 완성하는 것이 아닌 미지의 역사의 조각을 맞추는 것이고, 과거의 선조들은 형체는 없지만 수많은 파편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개발 호재를 통해 역사 발굴은 지속되는, 즉 건설경기가 살아나야 땅이 뒤집어지고 과거의 파편 조각들이 땅 위로 드러나야 그래야 고고학자들의 일도 생기는 역설이라니. UFO와 고고학의 관계, 개와의 동거가 현생인류가 보존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흥미롭던지!
나에게 ‘고고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추억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다. 고고학자인 주인공이 보물 탐사를 하는 과정 중에 겪는 역동적인 모험이 얼마나 다이내믹하던지, 주인공이 탈선할 듯 빠른 속도로 달리는 석탄 차를 타고 적과 싸우던 모습은 4D 기술도 없던 80년대 초, 2D 화면만으로도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대형 스크린에 몰입하게 했고, 그 뒤 주인공 역 해리슨 포드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스타워즈로 유명한 제작자 조지 루커스의 열광 팬이 되었다. 내 또래 사람들은 누구나 손에 꼽고 추억할 만한 영화이지 않을까. <하지만, 저자는 현실 사회에서 고고학자는 <인디아나 존스> 같은 모험은 없고 지구 곳곳은 고고학자의 발굴이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고고학자가 사방을 발굴하고 있다고…(P333)>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나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과거를 통한 인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베스트셀러에도 올랐지만, 정작 그 책의 대부분은 수많은 고고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자료를 집대성하는 사회학자들의 통찰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그 자료를 만들어 낸 고고학자들의 지치지 않는 끈기, 과거의 조각을 한 조각 한 조각 맞추어 역사의 구성을 엮어나가는 고고학자들의 노력은 얼마나 경탄스러운가. 나는 그간 고고학에 대해 있으나 마나 한 학문, 박물관에 가까운 학문으로 무지몽매하거나 고고학자들의 노고를 쉽게 간과한 것이 아닐까.
*사실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 대륙(정확히는 동아프리카)인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겠으나, 그것(아직까지는 사실이라고 믿는)을 밝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데에는 케냐 출생의 영국 고고학자 가족 ‘루이스 리키’ 가족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를 것이다. 리키와 그의 부인 메리 리키, 아들 리처드와 며느리 미브까지 모두 고고학자였고, 그들의 동아프리카 ‘올두바이 협곡’에서의 연구가 인류 진화학을 잉태시켰다고 할 수 있다. (리키와 리키의 아내 메리 리키가 울두바이 발굴 현장에서 온몸을 땅에 기댄 채 발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그 모습만으로도 숨이 멎는 감동이 전해진다.)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이후, 나에게 고고학을 한마디로 정의 내려보라고 한다면
「인간의 삶과 가장 닮은, 그리고 인간의 미래를 가장 그럴듯하게 정의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닐까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다. 그리고 박물관에 가게 된다면, 그 유물의 뒤에서 세상 가장 낮은 자세로 과거의 조각을 조심스레 맞추었을 고고학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바라볼 것이다.
📗책 속으로.
📖 P37
과거가 지금보다 찬란했는지 또는 미개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사람은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끊임없이 해석한다. 따라서 과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해석에 해석을 더하는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다. 이런 점에서 고고학은 현대라는 렌즈로 과거를 바라보는 카메라와 같다.
📖 P76
대부분의 고고학자는 파편을 만지며 일생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깨져서 버려진 것도 있고, 무덤에 소중하게 놓인 것도 있다.... (중략) 대부분의 유물은 우연히 발견될 뿐, 우리가 찾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 P80
고고학자가 일반인과 다르게 유적에서 관심을 두는 것은 바로 유물이 놓여 있는 주변, 즉 유물이 놓여 있는 상황(맥락)이다. 이 맥락은 유물의 용도를 파악하는 주요한 단서가 된다.
📖 P149
영화 속 고고학자는 신나게 모험을 하지만, 실제 고고학은 사소한 유물 속에서 끈기 있게 과거의 조각을 찾아내는, 모험심보다는 과거에 대한 탐구와 끈기가 필요한 직업이다.... (중략)... 자그마한 유물에서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찾고, 또 그 속에서 과거의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고고학의 진정한 기쁨이다.
📖 P233
반달리즘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같이 도시 전체가 문화재인 곳에서 더욱더 극성이다. 수많은 문제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문화재는 우리가 금줄을 치고 가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즐기고 사랑할 때에 그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 P317
AI의 등장은 고고학에 실질적인 변화를 줄 것이다. 지금도 이미 AI는 비슷한 그림을 골라내거나 작문을 하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중략)... AI는 이미 현장에서 도입되고 있다. 파편만 남은 유물이나 유적을 AI 기법을 사용하여 전체 규모를 복원하거나 땅속에 숨겨진 나머지 부분을 찾는 데에 상당히 효과를 보이고 있다. 사실 AI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인 딥러닝은 고고학의 방법과 일맥상통한다.
📖 P325
고고학자에게 과거와 미래는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 것이다. 고고학자의 역할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을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가진 역사의 유물을 온전히 전하는 것이 궁극적이 고고학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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