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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8 - 2부 4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8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토지8권, 2부 4권, 2부의 마지막 권이다.
이 2부의 마지막 권으로 서희의 간도 용정서의 삶은 끝이 난다.
8권의 대략적 내용
•서희와 길상의 외로운 평행선 관계
•월선의 죽음
•김환과 길상의 만남
•김환과 서희의 만남
•용정을 떠나 고향으로 향하는 서희와 그 주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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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서희는 환국이와 윤국이 두 아들을 낳았음에도 서희와 길상의 결혼 생활은 여전히 각자 외로움 그 자체이다.
"김, 길, 상, 하하하핫.... 이름 한번 좋소.
길서상회? 길한 길에, 서녘 서, '길상서희상회'로 왜 안 했는지 모르겠구먼.
그놈의 한짝씩만 갖다 붙여놨으니 이 꼴인가 보오.
서로 손 한개씩만 잡고서 한 손은 제각기 반대로 향해 필사란 말이오. 하하핫...." - 170쪽
길상은 서희가 부를 이룩해 흥하는 것도 싫고, 심지어 서희가 직접 자신의 젖을 자식에게 물려 키우는 것조차 서희 자신의 종족 보존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질려한다.
"망해라. 망해라. 최서희! 망해라! 망해! 망해! 망해라. 그러면 넌 내 아내가 되고 나는 환국이 윤국이 애비가 된다. 그리고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어떻게 망해? 어떻게 망하느냐 말이다! 비적단이 몰려와도 최서희는 안 망한다. 고향에는 옛날같이, 옛날과 다름없는 엄청난 땅이 최서희를 기다리고 있어!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 87쪽
이 둘의 관계는 끝이 없는 평행선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길상이 독립 운동을 돕느라 멀리 며칠씩 집을 떠나 있을 때면 남몰래 밤에 눈물 짓는 서희의 모습에선 애처로운 마음마저 든다.
한편으론 고향 땅을 되찾아 반드시 돌아가리라는 서희의 집념은 무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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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어이 내 눈물샘을 터뜨린 것은 이 8권에서이다.
월선이의 죽음이 그것이다. ㅠ ㅠ
암에 걸려 죽음을 맞이 한 월선. 이로써 용이와 월선의 애처로운 슬픈 사랑도 종지부를 찍었다.
월선의 친자가 아님에도 홍이의 지극정성은 애틋하다.
월선이 중한 병이 걸렸음을, 살 날이 얼마 안남았음을 아는 데도 얼굴을 비추지 않는 용이.
홍이는 아비인 용이에게 오지 않는다면 인연을 끊겠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산판일 하는곳에 직접 찾아가 함께 가자는 설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끝내 용이는 산판일을 끝내고 오겠다며 고집을 꺽지 않는다.
월선은 산판일을 다 끝내고 용이가 월선에게 온 후 이틀후에 죽는다.
"임자."
"임자."
"야."
"우리 많이 살았다."
"야."
"니 여한이 없제?"
"야. 없십니다."
"그라믄 됐다. 나도 여한이 없다."
- 244쪽
어찌 많이 살았다 하는가. 왜 여한이 없겠는가.
자신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생을 연명할 월선을 알기에 용이는 그렇게 지체하며 견디다 월선을 찾아 온 것이리라.
월선이 죽은 후 그녀가 홍이 앞으로 남긴 재산을 가로 채려는 임이네의 어처구니 없는 횡포는 도저히 눈을 뜨고 못 볼 지경이다. 저 여인의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앉았길래 저리 악할 수 있다 말인가.
보다 못한 용이가 자신과 홍이, 월선의 재산 중 택하라는 얘기에 재산을 기어이 택하는 임이네는 필시 돈에 환장한 귀신이 씌었으리라.
이제 월선 없는 용이와 홍이의 앞으로의 삶은 어떨지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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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은 공노인과 동행하여 온 김환(구천)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과거의 구천이었던 김환이 동학의 김개주 장군의 아들이며 윤씨부인을 겁탈하여 그 사이에 낳은 아들임을 알게 된다.
길상과 김환은 사흘 밤낮을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동행한다. 그리고 드디어 서희는 길상을 통해 김환을 대면하게 되는데... 김환이 윤씨부인의 친척이라 소개를 받았으나 기어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서희.
며칠 후 길상은 독립운동을 위해 길을 떠나고... 서희는 조선으로 돌아갈 차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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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노인을 통해 조선의 자신의 땅을 모두 되찾은 서희는 이제 드디어 조선으로 되돌아 갈 채비를 한다. 그러나 길상은 어디론가 떠난 후 돌아오고 있지 않다. 길상이 결혼 전 왕래를 했던 과부댁과 떠났다는 소문도 돈다.
용정을 떠나는 날 아버지를 두고 떠날 수 없다는 큰 아들 환국이의 울음에 기어이 함께 울음을 토해내는 서희.
"어찌 너희들이 넘보았느냐. 어찌 너희들이 강탈하였느냐. 어찌 너희들이 감히 오욕을 끼얹을수 있었더란 말이냐. 나는 돌아간다! 그이가 돌아가지 않는대도 나는 돌아간다! 그것은 애초부터 말없는 약속이 아니었더냐? 그것은 엄연한 약속이다. 이제 내 원한은 그이의 원한이 아니며 그이의 돌아갈 이유도 아닌것을 안다. 왜? 왜? 왜 내 원한이 그이 원한이 아니란 말이냐! 남이니까. 내 혈육이 아니니까" -141쪽
처음부터 서희가 조선으로 되돌아가려 하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길상이었다. 오로지 복수를 위해, 자신의 땅을 되찾기 위한 목표를 두고 친일까지 서슴치 않았던 서희였기에 그녀의 조선행은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반면 반드시 돌아가야할 이유도, 원한도 없었기에 탐탁치 않았던 길상은 서희의 가문에 대한 집념이 더욱 싫었기에 조선행을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과연 후에 길상을 조선으로 뒤따라 돌아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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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에서는 "인간의 인연" 이라는 고리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뜻대로 안되는 것을 뜻대로 살아보려니까 피투성이가 되는 게야. 인간의 인연같이 무서운 거이 어디 있나.'' - 39쪽
2부 간도에서의 삶이 끝났다. 나라 없이 타국에서 떠돌아야 했던 그들의 삶이 참으로 고단했다. 그리도 그리웠던 조국 조선으로 다시 돌아가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앞으로의 삶 역시 평탄치 않으리라 짐작된다.
한 권 한 권 읽어 나갈수록 더욱 몰입하게 되는 인물 한 명 한 명의 가슴 울리는 이야기가 작가의 저력을 느끼게 한다. 어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3부 다시 돌아온 조선에서의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