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숨결이 바람 될 때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며칠전 한 유명 배우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접한 무렵쯤부터 며칠간 무거운 마음이었다. 그 배우의 팬이었다거나 그가 출연한 작품, tv프로그램을 즐겨보았던 시청자도 아닌데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나를 꽉 채웠다.
삶과 죽음은 늘 함께였다. 한 배우의 죽음이 그와 별개인 나의 삶을 공허로 채웠으니까.
그리고 이런저런 개인적인 주변의 일들로 살아가는 것이 즐겁지 않은 며칠을 보내면서 읽은 책 중 한 권이 < 숨결이 바람 될 때>이다.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던 서른여섯 나이의 의사 폴 칼라니티는 인생의 최고의 지점을 바로 코 앞에 두고 폐암 4기 판정을 받는다. 이제 그도 그가 진단하고 치료하던 바로 그 환자가 되어 죽음을 앞에 두고 투병생활을 한다.
이 책은 그의 마지막 2년간의 기록을 담은 책으로 그가 끝내 맺지 못한 마지막 에필로그는 그의 사망 후 아내 루시가 마무리했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선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철학 석사도 받은 그가 의과대학을 들어가게 되고 7년간 힘든 수련 생활을 하던 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부는 36세 그가 폐암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의 이야기이다.

투병생활을 하며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그는 글로써 담담히 받아들이고 간절히 고백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의 싸움... 투병생활 중 낳은 , 이제 겨우 태어난지 몇 개월된 사랑하는 딸을 두고 가야하는 그의 애절한 심정... 투병 생활을 함께 하며 담담히 그의 곁을 지키는 아내 루시...
읽는내내 먹먹하고 슬픈 글들...
치열하게, 따뜻하게 생을 마감하는 그들의 모습이 슬프지만 따뜻한 행복감을 나에게 가져다 주었다.

저자 폴 칼라니티의 글이 유려하고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사망 후 이 작품의 에필로그를 맺은 그의 아내의 글이 더 가슴에 남았다. 사실 그 글을 읽으며 더 많이 울었다. 그의 아내로 목격자로서 함께 한 그녀의 글에는 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한껏 뭍어난다.

죽음에 대해, 죽음을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그의 고민과 결단은 우리의 삶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 234쪽. 딸에게 쓴 메시지


누구보다 삶에 열정적이었던 젊은 의사의 숨결은 바람이 되어 살아가는 이들의 영혼에 불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