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 - 개정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대한제국이 기울어져가는 무렵 1905년 4월 영국 기선 일포드 호는 조선인 1033명을 싣고 제물포항을 출발하여 멕시코로 출발한다.
이 배에 승선한 조선인들의 신분과 처지는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모두 한결같이 멕시코라는 알지도 못하는 타국에서의 돈벌이와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와는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멕시코의 낯선 환경과 에네켄 농장에서의 가혹한 노동이었다. 그들은 조선에서 대륙식민회사의 농간에 의해 멕시코에 채무노예로 팔려간 것. 4년이라는 의무기간 여러 농장에서 비인간적 대우을 받으며 착취를 당한다. 그러다 종종은 파업이나 봉기 등 반항도 해보지만 죽임을 당하거나 폭력을 당하는 등 농장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러다 4년의 계약기간을 채운 후에도 조선인들은 돈이 없어서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지도 못한 채 멕시코를 떠도는 신세가 된다. 그 사이 일본에 의해 돌아갈 조국이 없어지는 신세가 된다.
그와중에 멕시코에는 혁명과 내전의 바람이 불어 닥치고, 멕시코를 떠돌던 일부 조선인은 그 정변에 휩쓸리게 되고 또 이웃나라인 과테말라에서도 정변이 일어나고 일부 조선인들은 거액의 제시에 참전을 하게된다. 과테말라 북부 밀림지대에 참전하고, 이들을 이끈 조선인 지도자에 의해 '신대한'을 국호로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는 시도를 하지만 결국 대대적인 소탕 작전에 의해 대부분 전사하게 된다.


멕시코 이민과 관련한 이야기로 시작하였기에 이 소설은 가슴 아픈 민족 수난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아니 맞긴하다. 그런데 읽어가면 읽어 갈 수록 묘한 느낌이었다. 마치 블랙홀 같다고나 할까. 이 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너무나도 불우하고 약하고 불쌍한 처지의 사람들인데 속아서 온 멕시코 이민에서 농장 노동으로 수탈당하고 , 계약 기간이 끝나도 오갈데 없는 떠돌이 신세에, 남의 나라 혁명이며 정변에 휩쓸려 희생도 되고, 돌아갈 조국은 없어져 이곳에서 작은 새로운 나라를 꿈꾸지만 그것도 허사였고... 도대체가 그 비극과 불행이 끝이 보이지 않고 블랙홀처럼 빠져드는 느낌이다.
망해가는 나라를 등지고 희망을 품고 타국으로 건너오게 된 그들에게서, 또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쿠데타, 정변을 겪는 그 모습들을 읽으면서 ' 국가란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멕시코 이민사에 관한 내용은 사실 생소했는데
그 역사와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소설이지만 굉장히 강렬하고 농축되게 읽어 볼 수 있었다.
정면으로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작가의 인식이 느껴졌던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껏 읽어 온 작가의 책들이 이 책을 포함해 모두 좋았었다. 이번에도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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