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빌 백작의 범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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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프랑스 문학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스물네 번째 소설 <느빌 백작의 범죄>를 만나 보았다.
몇 몇 작품을 통해 아멜리 노통브의 워낙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나 보았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와 흥미를 가지고 읽어 보았다.

배경은 2014년 벨기에 귀족 사회. 가문의 파산으로 매각을 앞둔 플뤼비에성(城)의 주인 느빌 백작은 어느 날 밤 백작의 막내 딸 '세리외즈'를 숲에서 발견하여 데리고 있다는 점쟁이의 전화를 받고 점집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 점쟁이에게서 느빌 백작이 곧 있을 마지막 가든파티에서 그가 초대 손님 중 한 명을 죽이게 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듣게 된다. 처음에는 느빌 백작은 그 예언을 가볍게 넘기려고 했으나 점점 그 예언에 사로 잡히게 되고 불면증에 걸려 괴로워하다가 결국엔 누구를 죽여야하나 골몰하게 된다.
그러던 중 백작의 막내 딸 '세리외즈'는 자신을 죽여 줄 것을 느빌 백작에게 부탁한다.
이는 정서적 불감증에 빠진 세리외즈가 죽음으로써 자신이 처한 지옥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느빌 백작은 딸의 요구에 불쾌해 하며 딸과 설전을 벌이나 딸의 요구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가 다시 거부했다가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마지막 가든 파티날 느빌 백작은 딸의 요구에 맞춰 실행해 옮기려고 하던 차에 딸 세리외즈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한 것에 마음이 변했음을 알리는데... 느빌 백작과 딸 세리외즈 부녀의 운명은? 그리고 점쟁이의 그 예언은 이루어질 것인가...



이 소설 속 내용에는 아멜리 노통브의 출생이기도 한 벨기에 귀족사회에 대한 비판을 일부분 담고 있으며 또 , 그리스 원정에 나서기 위해 막내딸 이피게네이아를 산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의 신화, 오스카 와일드의 <아서 새빌 경의 범죄>의 내용 구성과 흐름, 주제 등에서 많은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보여진다.

소설의 내용을 들여다 봤을 때
느빌 백작이 점쟁이의 예언을 듣고서 그 예언대로 본인의 운명을 결정지어 버린다는 데에 조금 황당하기도 하고 한편 느빌 백작의 본성과 속성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느빌 백작은 어린 시절 찢어지는 가난에 시달려도 한 달에 한 번 귀족들을 초대해 호화롭게 파티를 열었던 아버지가 결국 굶주림과 병원치료를 못받아 어린 누이를 죽게 만들었음에 분노하고 아버지를 경멸했지만 결국 본인 역시 아버지의 그 허영과 생각없는 의무의 답습을 이어오고 있는 셈이 되었다.
또 느빌 백작이 명예를 지키면서 예언을 실현시킬 대상을 찾던 중 딸이 자신을 죽여 달라는 요구에 결국은 말도 안되는 부도덕한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려는 그의 비천하면서 파괴적 욕망의 본모습을 볼 수 있다.

역시나 아멜리 노통브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녀가 선사하는 반전은 언제나 '헉'소리가 나게 한다. 이번 작품 역시 마지막 반전에 그 앞에서 쭉 읽어온 소설의 내용들이 순식간에 순간적으로 내 머리 속에서 지워짐을 경험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 본 그녀의 작품들은 거의가 '잔혹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이 작품 역시 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다만 이 작품 속에서는 비극과 희극이 함께 상존함을 흥미롭게 만나 볼 수 있었다. 마치 우리네 인생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은 변덕스러운 듯 하면서 신비로운 작품으로 풍자와 기발한 상상력이 언제나 읽는 이를 놀래킨다.
또 등장 인물들 간의 설전에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해 주고 받는 대화들이 말이 안되는 듯, 되는 듯 묘한 논리로 펼쳐짐이 흥미롭다.
비상식적이며 묘한 분위기를 가진 그녀의 작품은 참 묘한 매력이 있다.

작은 분량이지만 순식간에 압도하는 소설 <느빌 백작의 범죄> !

"괴물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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