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언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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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언' 이라는 제목이 독특하여 읽게 된 책이다.
번역서임에도 그 문체가 섬세하고 독특함이 느껴진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담겨 있기에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좀 해메기도 했다. 작품의 주인공과 작가가 유사한 점이 많다. 러시아 출생이지만 프랑스로 정치적 망명을 하고,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이 작품의 작가와 러시아와 프랑스 사이에서 본인의 삶의 분열을 경험하는 작품의 화자가 그렇다.

<프랑스 유언>은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 1부, 2부에서는 주인공 화자와 누나가 여름이면 시베리아의 외할머니댁을 찾아 외할머니 샤를로트 르모니에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화자와 누나의 어린 시절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 3부에서는 프랑스라는 아틀란티스의 화자의 유년기의 시간이 지나 열 네 살 이후의 러시아의 현실의 삶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 4부에서는 세월이 흘러 화자의 독일에서의 언론 활동과 파리와 페르라세즈 묘지에서의 생활이 전개된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샤를로트를 프랑스로 돌아오게 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총 4부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내용상의 큰 복잡함이나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화자가 '프랑스'라는 아틀란티스로 통한 환상의 전개와 현실의 넘나듦이 ,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정서와 문장의 비유, 은유 등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처음과 끝은 화자의 이야기로 귀결되지만 그 안의 내용을 채우는 것은 그의 할머니 샤를로트 르모니에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의 삶은 프랑스와 20세기 러시아의 격동의 역사를 함께 한다. 그러기에 전반적으로 슬프기도 하고 조금은 비애가 담긴 정서이다.

이야기의 화자는 러시아와 프랑스 사이에서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다.
선조의 과거의 이야기,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펼쳐 자신의 현재의 삶과 만나면서 이제 그것은 더 이상 추억과 회상이 아닌 미지의 삶을 체험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책의 모습과 제본이 독특하고, 한 장 한장 넘길 때 마다 깔끔하게 딱 펴져 책장 넘기는 기분마저 좋았던, 문장의 개성이 인상 깊었으며 다소 프루스트적이라 어렵다고도 느껴졌던 안드레이 마킨의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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