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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평점 :
"중국 최고의 이야기꾼! 세계가 사랑한 작가" 라는 수식어가 호기심을 일으킨다. 그리하여 읽어본 '위화'의 작품이 <허삼관매혈기>였다. 얼마전 우리나라에 영화로도 개봉이 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화제가 되었던 작품인지라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허삼관매혈기>를 읽고 느꼈던 감동과 작가의 대단한 필력에 대한 감탄이 이번에 읽은 <제 7일>에서도 이어졌다.
<제7일>은 사고로 죽은 주인공이 이승은 떠났으나 아직 저승으로 넘어가지 못한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의 7일간의 이야기를 담아낸 소설이다. 제목에서 풍겨나오듯이 창세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 한다.
뜻하지 않은 갑작스런 사고로 죽고 난 후, 이승은 떠났지만 저승으로 넘어가지 못한 주인공 양페이는 첫째 날 아침, 화장터에 오라는 통지를 받고 자신이 죽었음을 알게 된다. 수의도 없어 잠옷을 입고 화장터로 간 그는 유골함, 묘지가 없는 사람은 화장된 후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화장터를 떠나 7일간 이승과 저승 사이를 떠돌며 과거의 추억과 인연들, 그리고 사랑을 찾으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 7일간에는
기차에서 태어나 철로로 떨어지는 사고로 버려진 자신을 구해 키워준 당시 총각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그들을 돌봐주는 아버지 친구 부부 이야기, 친부모와 만나게 된 이야기, 짧았던 자신의 결혼생활이야기, 또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21살 총각인 아버지가 철로에서 핏덩어리 아기를 구해 이웃 아주머니에게 뛰어가 젖을 먹이고 , 아이가 네 살 때는 결혼을 하려고 아이를 버렸다가 되찾은 일 등 주인공 양페이와 아버지가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애틋하다.
"아버지 통증이 조금 줄어들면 우리는 함께 추억에 잠겼다. 그럴 때 아버지의 목소리는 무척 행복해보였다.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의 일을 아주 많이 이야기했다. 어렸을 적 나는 잠잘 때 꼭 얼굴을 마주봐야 했다며, 가끔 자세를 바꾸느라 등을 돌리면 내가 계속 “아빠, 나 봐. 아빠 내 쪽 봐…….”하고 웅얼댔다고 했다. "
- 134쪽
"나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아. 조금도 두렵지 않단다. 내가 두려운 건 다시는 너를 못보는 거야." - 135쪽
자신의 삶보다 더 아들을 사랑한 아버지... 그는 진짜 아버지였던 것이다.
여기서 잠깐 들었던 생각은 '위화' 의 두편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듯이 ' 아버지'의 모습을 참 잘 그려내는 작가라는 것이다.
3년이라는 짧은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낸 그의 선택과 부호를 쫓아 쉽게 양페이를 떠난 아내가 그가 죽은 후 저승에서 둘이 재회하여 그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데에선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그외에도 어렵게 재회했음에도 그들 사이 들어갈 틈이 없었던 서로 싸우고 다투는 진짜 가족들의 모습,
이승에서 죽고 죽인 원수 관계의 두 사람이 저승에 와서는 서로 아웅다웅하며 잘 지내는 모습,
또 가난한 현실을 이겨내지 못해 죽음을 택한 여인과 그 연인의 묘지 마련을 위해 장기매매를 감행하다 결국 그 자신도 죽게 되는 연인들의 이야기.
이 소설에는 중간 중간에
장기매매, 영아 사체 유기, 재개발을 위한 무리한 불법철거, 커지는 빈부격차로 인해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엮어 내면서 중국 현실의 모습의 일면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죽은 후의 삶이 더 영원한 듯 보이고, 무시와 차별도 없는 평등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소설 중 문장들이 인상에 남는다.
작가 위화는 앞선 <허삼관매혈기> 에서도 보았듯이 인간의 생,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참 잘 표현하는 작가인 것 같다. < 허삼관매혈기>에서는 풍자, 해학이 곁들어져 재미있으면서도 슬픔이 묻어나와 그 감동이 더해졌다면 이 소설 <제 7일>에서는 주인공의 담담한 어투로 이야기되면서 또 군데 군대 작가 특유의 유머가 가미되어 결코 유쾌하지 않은 사회부조리의 내용도 재미난 이야기거리로 바꿔내었다.
이 소설에서 보이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많은 선택의 순간들도 존재 할 것이고 그때마다 나약함을 지닌 우리가 그럼에도 지켜나가야할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네 삶이 결코 그리 쉽지만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선택이 탁월했던 위화의 좋은 작품이었다.